전출처 : kimji > 죽기 위해 살게 해다오



Louis-Maurice Boutet de Monvel (French, 1851-1913)
A Siren




아직 덜 앓은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살고 싶어라.

아직 흘려야 할 눈물이 더 남아 있고,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똬리를 틀고 있어도,
내 육신과 정신을 후벼파내도 시원치 않은 후회가 가시지 않은 멍자국이 되어 내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해도,
나 오늘은 살고 싶어라.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심연속에 고요히 가라앉겠으니,
부디 이제는 살게 해다오.
살아, 내가 마땅히 치뤄야 할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해다오.
그것이 나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게 함으로 나를 소멸시키는 일이므로
나를 살게 해다오.
그러므로 이제는 숨쉬고 싶어라.
이제는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욕된 내 자신을 바라보며 죽어갈 수 있도록
나를 살게 해다오.



 

::: 이은미, Sun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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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그림 본 기억이 있네요.
이상하죠....음.....뭔가 몸에서 다 빠져나가버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여하튼..그랬어요...

어룸 2004-03-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보는 그림인데....숨이 탁 막히는 느낌이예요...!! 멋지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정도로는 부족해요, 부족해...

김여흔 2004-03-1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mji님 서재에서 몰래 들고 나온 거에요.
제 생각으론 그림 제목하고 발 모양을 보니 그리스신화의 사이렌(반은 여자이고 반은 새인 요정으로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지나가는 뱃사공을 꾀어 들여 죽였다고 함)을 표현한 것 같은데, 그냥 제 추측일 뿐이구요.
저는 이 그림에서 영화 디아워즈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물에 빠져 자살하는 장면이 떠오르던데요.
참 인상적인 그림인 건 분명해요.

비로그인 2004-03-1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림 제목이 사이렌이군요. 정말...
오디세우스의 모험이었던가요? 사이렌이 등장하죠...님의 글을 읽으니 정말 그리스신화의 사이렌에서 모티브를 따온듯도 해요.....

프레이야 2004-03-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이 숨막히는 그림, 저도 니콜키드먼(버지니아울프)이 물로 걸어들어가던 장면이 보는 순간 떠올랐는데. 님과 정서가 비슷한가 봐요^^ ^^
이은미 넘넘 좋아요.

김여흔 2004-03-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혜경님, 기분이 업 되는걸요.
오늘 차안에서 라디오를 켜니까 이은미 노래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 이은미를 들어야지 했는데,
걸어 놓은 그림에도 그 노래가 있네요.

superfrog 2004-03-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뿌둥.. 흐린날 오후, 이은미 거의 환상적인 만남이죠.. random heart를 조심해야 할 듯..--;;
많은 분들이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리시는군요.. 그 장면... 흠흠..

Laika 2004-03-1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미 노래 들으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네요...

김여흔 2004-03-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ndom heart, 조심들 하시고...
라이카님, 커피 맛나게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