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죽기 위해 살게 해다오
Louis-Maurice Boutet de Monvel (French, 1851-1913)
A Siren
아직 덜 앓은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살고 싶어라.
아직 흘려야 할 눈물이 더 남아 있고,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똬리를 틀고 있어도,
내 육신과 정신을 후벼파내도 시원치 않은 후회가 가시지 않은 멍자국이 되어 내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해도,
나 오늘은 살고 싶어라.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심연속에 고요히 가라앉겠으니,
부디 이제는 살게 해다오.
살아, 내가 마땅히 치뤄야 할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해다오.
그것이 나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게 함으로 나를 소멸시키는 일이므로
나를 살게 해다오.
그러므로 이제는 숨쉬고 싶어라.
이제는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욕된 내 자신을 바라보며 죽어갈 수 있도록
나를 살게 해다오.
::: 이은미, Sun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