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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의 여왕 ㅣ (구) 문지 스펙트럼 3
알렉산드르 셰르계예비치 푸슈킨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어떠한 글이든 단시간에 폭풍처럼 읽어제낀다면 띄엄띄엄 토막토막 시간나는대로 놨다 들었다를 반복한 경우보다 그 감도는 강하리라. 누구에게라도. 허나 예외인것만 같은 책을 만났으니 바로 이 책이었다. 내겐.
너무나 갑작스런 문화환경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머리 속이 곤죽이 되어버린 최근의 내 어수선한 생활속에서도 이 책은 너무나 잔잔하고 다정하기만 하였다. 다소곳한 새색시 마냥. 격렬하지 않았으나 마음을 울렸고, 낭만적인 사랑과 유머로 미소도 끌어내었고, 목가적인 풍경화를 꺼내보여주기도, 우연을 기대하게도, 환상을 얘기해주기도 했으니. 자그한 책. 짧은 글들.
푸슈킨이 1799년 모스크바 출생이라는데,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필체는 너무나 세련되고 우아하여라. 나도 스페이드 여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미소를 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