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료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한겨레 21을 보았다.타이틀이 깜찍했다. "북한에 반대한다" 이번 호 주제인 셈이다.전부 다 읽지는 않았지만 첫 기사는 살펴보았다.북핵문제와 관련한 진보정당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여기서 말하는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북의 핵실험에 대해 민주노동당 논평을 두고 두 갈래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민주 노동당의 첫번째 논평은 '많은 국민의 우려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명한다'는 수준의 것이다.이에 대해 수정안 의견이 있었다.'북한 핵실험 유감표명'을 '반대'로 바꾸자는 것과 '추가핵실험 하지말 것'에 관한 내용을 넣자는 것이었다.다른 하나의 수정안은 '북한 핵실험 유감 표명'조차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겨레는 이 문제를 민주노동당 내 세력 갈등과 북한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보고 있다.지난 경향신문의 <진보개혁 위기>에서도 지적되었던 민주노동당 내의 NL과 PD의 갈등이다.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렇게 말한다.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이자 북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는 당을 만들기 이전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레의 논조는 민주노동당의 북핵 문제에 대한 미적적한 태도는 '평화'라는 진보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며 대중정당으로서 국민의 눈 높이에도 맞지 못하다는 것이다.한겨레다운 지적이다.한겨레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못하는 진보 운동의 딜레마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겨레는 '인권은 판문점 앞에서 멈춘다.'라고 말한다.

이 기사를 보고 '한겨레가 보수 언론들 하는 짓 하고 있네' 라고 보여진다면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지지 않는다.이건 '햇빛 정책'을 도매급으로 넘기는 것과도 다르고 북한 인권을 빌미로 한반도 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시도와도 다르다.진보의 위기를 내부적으로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열린 우리당은 이제 사후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진보의 플랫카드를 걸고 결국 진보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핬다.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당을 찟어서 다시 헤쳐모이기 위해 정신이 없다.정계 개편이니 민주 대연합이니 그럴싸한 말들을 한다.그런데 누가 봐도 제 살길 찾기 위해 토굴을 헤집고 다니는 토끼들 처럼 보일 뿐이다.그냥 차라리 무너지는게 다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싶을 정도다.진보의 위기는 그렇다면 얼굴마담 열린우리당만의 문제였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민주 노동당은 십 여년에 걸쳐 조금씩 쌓아온 조그마한 위상마저 까먹고 있다.텃밭이라는 울산에서도 기력을 펴지 못한다.기존 정당에 지친 투표층을 끌어 안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아무런 결과물도 보여주지 못했다.소수 제3정당이라는 한계도 있었겠지만 민주 노동당 내부의 경직성과 발전대안의 부제가 가장 큰 것이었다.

민주 노동당 내의 정파 갈등이 민주 노동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당내 권력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지라 더할 말이 없다.단 수십년에 걸쳐 조금 씩 자리잡아 가고 있는 진보 정당이 소리 없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민주 노동당을 지지 하는 층은 다양하다.시작은 민주 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계층이었고 지금도 핵심은 그들일 것이다.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대중정당으로 키워 온 것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수많은 염원들이었다.그들을 좌파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대한민국에서 좌파는 '나보다 왼쪽' 이면 모두 좌파 아닌가? 이런 식의 구분은 별의미가 없다.한나라당은 노무현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지 않던가.민주노동당을 비판한 한겨레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렇다면 좌파 중의 좌파인 '극좌파'가 되는 셈이다.'상식'이 정치적 움직임으로 파악되는 것도 한국정치 의식의 척박함인 듯 하다.

상식이 통하는 ,상식적인 민주노동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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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11-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마지막 멘트에 저도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그래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