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복스 - 리골레토, 투란도트, 카르멘 [dts]
Various / 이엔이미디어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오페라는 스토리는 시대적 한계가 있다.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사상을 표현해내는 현대 영화에 익숙해져있는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드라마는 신파에 가깝다.오페라 애호가들이 아무리 오페라 속 인물들에 대해 그럴싸한 해석을 내려도 우리가 흔히 만나는 예술 영화 속 드라마 구조와 심오함에 비교하면 단순하고 식상하다. (물론 일반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아무래도 시대적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춘향전의 메시지가 오늘날 나오는 작품들에 비해 크게 어필한다고 이야기하긴 좀 곤란하지 않겠나) 내가 가지고 있는 클래식 음반 중 오페라 음반이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안된다.일단 오페라는 순수음악 장르와 다르다.음악만 가지고는 오페라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어렵다.최근에 DVD가 보급되면서 그나마 예전에 비해 오페라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오페라 DVD는 대개 2시간 정도 하는데 사실 한자리에서 앉아 보기엔 아직 지루하다.또한 2시간을 집에서 오페라 하나 본 다고 앉아 있으면 눈칫밥 먹기 딱 좋다.대개 오페라 DVD를 보는 방식은 막 당 끊어서 보는 편이다.1막은 토요일 오전에 보고 2막은 토요일 밤에 보고 ..뭐 이런 식이다.

아무리 오페라 DVD가 음악 이외의 종합 예술로서의 오페라를 보상한다 하더라도 오페라를 화면으로 보는 것은 즐거움이 크지만은 않다.마치 연극 무대를 TV 화면으로 옮겨 놓은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런 심심함이다. 최근에는 DVD 시장을 겨냥한 비디오형 가수들이 많이 등장한다.하지만 과거의 가수들의 DVD는 좀 심하다 싶을 때도 있다.70킬로 그램은 더 나아가 보이는 50을 앞둔 여가수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같은 연기를 한다면 아무리 영상이 중요하다지만 차라리 CD를 듣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오페라복스의 오페라 DVD 시리즈는 뚱뚱한 여자들과 비대한 남자들이 등장하지 않는다.오페라의 길이도 대폭 줄여서 30분 안팎이다.오페라 유명 아리아를 모아놓은 하이라이트 음반의 길이 보다 짧다. CD 안에 나오는 줄거리 해설서를 보는 정도의 길이이다.일단 오페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짧아서 좋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오페라 복스 시리즈는 오페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이다.<리골레토>가 들어 있는 시리즈는 2편에 해당한다.1편에는 <마술피리,피가로의 결혼,라인의 황금>이 수록되어 있다.한 DVD에 3편씩 다른 오페라가 다른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예를 들어 <리골레토><피가로의 결혼>같은 것은 퍼펫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목가인형이나 고무인형을 가지고 스탑모션으로 찍어서 만들어 낸 것이다.그 후에 성악가들의 노래와 레치타티보를 입혔다.인형들의 연기는 실감난다.노래를 할 때 얼굴 근육들도 제대로 움직이고 가슴도 들썩 들썩한다.1편과 2편 통들이 가장 호감이 가는 것들이 퍼펫 애니메이션 작품들이다.<피가로의 결혼>같은 경우는 시작 부터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오페라 속 인형들이 마치 연극을 꾸미듯이 세트를 짓는다.<피가로의 결혼>이 조금 아쉬운 것은 음악보다는 드라마 쪽에 초점을 많이 맞추었다는 것 정도이다.인형들의 캐릭터들도 살아 있고 목각 인형의 뚱한 표정도 재미있다.

2편에서도 퍼펫 애니메이션인 <리골레토>가 가장 인상적이다.리골레토의 분장은 골룸을 능가할 만 큼 기괴하며 색채감각이 뛰어나다.리골레토의 집이나 만토바의 거실등 전체적인 배경 미장센 역시 음울하면서도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고 있다.





 




 

 

 리골레토가 딸 질다를 염려하는 장면..질다를 갖고 논 후 흡족해 하는 만토바 공장의 모습이다.

특히 두번째 장면은 인형과 거울의 미장센이 인상적이다.전체적으로 붉은 톤의 카펫 배경으로 거울의 반사를 이용한 장면 구성을 했다.물론 영화에서는 거울을 이용한 미장센이 고전적 수법이 되어 있지만,이렇게 보니 또 다른 새로움이 있다.

<카르멘>같은 경우는 마치 동화책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배경은 동화책 처럼 직접 수채화를 그렸고 그 위에 배우들의 모습을 그림화해서 합성한 수법을 사용했다.

 
 카르멘과 에스카디요가 술집에서 서로를 유혹하는 장면이다.유명한 투우사의 노래 뒤에 이어진다.

오페라 복스 시리즈는 오페라를 매체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장점이 있다.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있다.

우선 분량을 너무 압축하다 보니까 마치 수능생이 공부하는 국어 참고서의 문학작품 소개처럼 되어 버렸다.열 몇 줄로 정리되어 버린 <죄와 벌>같은 느낌이랄까...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노래를 영어로 번안하여 제작했다는 것이다.마치 이탈리아 오페라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부르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다.(국내 제작판이기에 한글 자막은 당연히 있다.) 아마 제작 단계에서 영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참여 가수들의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다.그렇다 보니 파바로티나 도밍고같이 흔히 만나는 오페라 CD나 DVD 수준의 노래를 듣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복스 시리즈는 오페라와 애니메이션을 결합시킨 재미있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오페라의 내용이 늘 교육적인 것 만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과연 옳을 지는 모르겠다.하지만 오페라를 아이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고자 하는 어른들이라면 오페라 복스 시리즈를 함께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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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7-17 21:20   좋아요 0 | URL
영어로 번역했다는 점만 빼고는 아아, 지름신에게 기꺼이 끌려가고픈 리븁니다.
일단 땡스투는 하는데...ㅠ.ㅠ

드팀전 2006-07-17 23:38   좋아요 0 | URL
별 다섯을 안 준 이유이기도 하구요.또..음...뭐랄까....한번 호기심에 보기에는 좋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어요.ㅎㅎ 제 생각에 오페라 전곡을 클레이애니메이션이나 인형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성악가들의 캐리커쳐를 활용하는거지요.언젠가 한뼘 길이의 파바로티 인형을 본 적이 있는데 귀엽더라구요.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을 많이 했으니까 파바로티 인형으로 하는 거지요.ㅎㅎ 다른 성악가들도 닮게 만들구...목소리는 CD음을 그대로 입히고...재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