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 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 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 내린다
그 흘러 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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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만에 시를 읽네.1주일 동안 맘이 바빳다..... 어제는 어떻게 일이 있다보니 모 대학의 야간 대학원 강의를 듣게 되었다.중간에 빠져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었고 또 내용도 관심이 가는 분야여서 밤 10시가 되도록 죽치고 앉아 있었다.그러고보니 참 오랜만에 강의란걸 들은 셈이다.야간 대학원생들의 구성은 거의 중고등학교 사회과 선생님들이었다.강의 대용은 한국정치의 변화 뭐 이런것.한국정치 개혁과제에 대한 발제가 있었고 그 다음은 신자유주의와 국가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발제 후 교수님이 발제 내용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대학원생들의 답은 참으로 실망 실망스러웠다....내가 보기엔 그저 다 학위가 필요해서 앉아 있는 분들 같았다.... 이 사회과 선생님들의 시각이 거의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질 터임을 생각하니 참 ... 그분들이 무슨 대답을 했길래 라고 궁금해 할 수 도 있는데 거의 대답다운 대답이 없어서 별로 남길게 없다. 결국 수업 끝나고 교수실에서 차 한잔 하며 그냥 수업중에 들었던 내 생각을 교수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나오는 사회조합주의에 대한 의견.나는 산별노조  자체의 성립도 난망한데 독일류의 사회조합주의가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교수 역시 조합주의를 위해서는 각 주체별 합의에 의한 대표성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하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지 않겠냐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간만에 학교를 가니까 좋았다....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마구 생겼지만.... ㅋㅋ 언젠가 아는 형님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회사에는 관련학과를 다닌다고 뻥치고 어떻게 시간을 내어서 일반 대학원 연극학과에 들어갔다.한 학기를 나름대로 다녔는데 2학기에는 아예 휴학을 하고 그다음은 아예 다니지 않기로 했다.이유는 무지 간단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원 수업에 갔다.형은 나이가 당시에 40대 초반이었고 나머지 동료원생들은 대개가 20대 초중반이었다.형은 대학 졸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꾸준한 독서로 바탕을 만들어왔다.그런데 대학원에가서 토론도 하고 뭐 이럴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한 학기동안 교수랑 자기랑 만 토론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교수는 무지 좋아했겠지만....형은 대학원에 실망했다고 했다. ...자기가 발제하고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른 주제들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거의 태판인데 무슨 토론수업이 되겠는가.형이 보기엔 그 친구들은 자기가 맡은 챕터 요약하기에도 정신이 없어보였다고 한다.형은 무슨 학위가 필요해서 대학원을 간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계속 있을 필요를 못느낀거다.비싼돈주고 말이다.

그냥 그 돈으로 책이나 사보기로 했단다.대학원 말고도 또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은 어디에든 있었으니말이다......

모든 대학원생들이 형의 케이스같지는 않을 것이다.그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원생들도 있다.하지만  반 이상은 그냥 저냥 소속이 필요해서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소속이 필요한 사람들의 공부가 얼마나 싶을 수 있는지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대한민국의 학력은 계속 높아지는데 그게 그다지 미덥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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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5-2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렇게 몰래 추천을 한방 눌러 주시는 분은 누굴까?
올드보이 버전으로....넌 누구냐?
Anyway 감사.....

드팀전 2006-05-2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켁.....당신이 보이지 않는 추천 한방의 주인공이요? 아니면 대학원생이야기요?
아저씨같은 대학원생들이 많으면 나도 대학원다니겠오.시간과 돈이 없긴하지만...
어디가나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공부 안하는 대학원이라고 뭐라하는건 아님.

비로그인 2006-06-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대학 다닐 때 학비 번다고 시간 버리고, 그 학비에 비해 넘 부족한(그닥 열심히도 안 했지만) 커리큘럼 들 땜에 허탈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대학원이 궁금하면서도 가기가 겁나더라구요. 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