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50호 - 2006.봄
황해문화 편집부 엮음 / 새얼문화재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계간지 리뷰는 귀 빠지고 처음 써 본다.내가 일등 할 줄 알았는데 이미 선수를 치신 분도 계시다.ㅜㅜ 내가 한 동안 즐겨 봤던 계간지는 <당대비평>과 <사회비평>이었다. 한국의 근대 문제에 대한 <당대비평>의 포스트모던한 시각은 신선했다.이제는 일상적인 용어가 돼어버린 '일상적 파시즘'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 임지현을 필두로 한 <당대비평>이었다.또한 강준만을 필두로 한 <인물과 사상>의' 안티 조선운동' '상업주의 좌파'논의에 <당대비평> 필진 들이 걸려들어 논쟁은 불꽃이 일었다.그리고 그 논쟁에 김진석이 주도하던 <사회비평>과 진중권의 <아웃사이더>등이 백가쟁명했다.논쟁의 당파성을 떠나서 계간지를 통한 공론의 장이 형성돼었던 시대가 언제 일인가 싶다.불과 몇 년 사이에 대개의 계간지가 문을 내렸다.동시에 그 많던 사회적 담론들 역시 문을 내린 듯 하여 안타깝기 그지 없다.물론 공론의 장에서 형성된 논쟁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거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이제는  각개의 논의들이 저자의 단행본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 뿐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떠난 자리에 <황해문화>의 위치는 돋보인다.내가 서점을 이용하던 시절,계간지 파트에 쌓여 있는 책 중 <황해문화>는 일단 눈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시인한다.일단 <창작과 비평>처럼 오랜 연륜이 가져다 주는 지명도도 없었다.또한 제호에 들어 있는 '황해'라는 말이 지역적이며 또한 그와 유사한 이미지의 지엽적이라는 이미지도 주었기 때문이다.내게 <황해문화>의 이미지는 각 지역마다 지역문인들이 만드는 약간은 조잡해 보이는 '문학지''지역사회비평지' 정도의 영상으로 머릿 속에 남았다.물론 지독한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다.당시 서점에서도 아마 표지와 목록 한 두장 넘겨 보고 그렇게 단정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황해문화>가 50권째 책을 냈다.서울이 아닌 지역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대단한 일이다.인천이란 도시의 지역 특성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하지만 수도권이란 이름으로 서울에 묻어가면서도 독자적인 역사와 독자적인 지역문화가 존재하는 곳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지역 관공서가 가장 자주 쓰는 표현 중에 하나가 '지역에서 세계로..' 뭐 이런 식의 구호들이다.세계까지는 몰라도 <황해문화>가 이루어가고 있는 방향은 분명 '지역에서 나라 전체로...' 에는 해당할 듯 하다.이번 특집호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상처와 희망'이다.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글쓴이들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대개는 '마이너리티'들이다.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이주 노동자,재일 조선인,철거민,에이즈 환자,납북자 가족 .... 글쓴이들의 개인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역사 문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황해문화>가 계간지로서 가지고 있던 아이덴티티에 비해 조금은 대중적이지만 현 시대의 선결과제들을 전부 건드린다는 차원에서 50호 특집판으로 기획은 손색이 없다.물론 각 장의 통일성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밖에 없다.글쓴이들의 역량에 따라서 또는 글쓰는 방식에 따라서 담론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어떤 경우는 마치 대자보를 보는 듯 하다.또 다른 경우는 한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둔 일상사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하다.이번 기획은 아마 이러한 글쓰는 양식의 차이 조차도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다양한 방식의 하나로 보는 듯 하다.그렇다면 다시 한번 기획 자체의 발상 전환에 대해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 이야기는 최근 인문사회과학의 최대 화제이다.만화,영화,소설,TV다큐멘터리 등등 매체의 종류와 장르를 불문하고 소수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하지만 실상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파편화 되어 있다.그냥 개인의 불행이나 재수 없음,별난 인간,사회 부적응아,원만하지 못한 자 등으로 바라보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다.모든 문제들이 사실은 사회구조적 차별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철거민의 예만 들어도 그렇다.철거민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결국 근대산업화와 농촌의 붕괴이다.전근대 이전의 빈곤이 근대로도 이어지고 또한 대한민국의 과잉교육열에서 소외된 또다른 교육부재로 이어져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것이다.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철거반과 싸우는 철거민들을 보며 법질서 위반자라는 둥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는 둥 빈곤과 강제철거 문제를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만 취급한다.언젠가 신문에서 본 이야기가 있다.어느 어머니와 아들이 길을 걷고 있었다.도로에서는 맨홀 안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엄마 왈 '저거봐 너도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무식한 다수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문제를 개인화하고 세대를 걸친 개인의 성공만을 독려한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깨부순다는 것 참으로 난망한 일이다.이런 사람들이 소수자와 관련된 책들을 보고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데 사실 그들은 자신을 어렵게 만드는 발칙한 생각은 회피하기 일수다.그러므로 변화는 더욱 난망해진다.

소수자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사실 마음이 답답해진다.세상에 소수자들이 너무 다수다.그들을 위한 우리사회의 배려와 시스템적인 지원은 너무 미비하다.지하철의 장애인 이동 휠체어는 계속 누르고 있어야 올라온다.거북이 걸음 속도로.겨울이 되면 지하철 입구에서 휠체어 올라올 때까지 그 곱은 손으로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10분이상이 걸린다.날씨가 추워서 기계가 오작동하면 승무원을 불러야한다.승무원을 부르고 고치고 뭐하고 나면 지하철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가는데 무려 30분이 걸린다.일반적인 사람들은지하철 10분 연착하면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화를 낸다....세상에 너무 많은 소수자들...그들의 싸움에 박수를 보내주진 못할 망정 돌을 던지지는 말자.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라 망치는 매국노도 아니고 노점상들이 도로정체의 주범도 아니며 트랜스젠더가 비도덕적인 악마도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소수자들이 바라는 마음 한 구절을 얻었다. 선천성 척수장애인 박찬오씨가 쓴 글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 장애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황박사의 기적같은 줄기세포가 아니다.당신과 동네 포장마차에서 줄기세포가 필요한지를 토론하며 취하는 것이다.".....

한동안 계간지를 접었는데 다시 편 기념으로 정기구독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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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2 12:32   좋아요 0 | URL
편집장님 좋아하시겠네요. 흐흐.

돌바람 2006-03-22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계간지 리뷰는 코에 바람 들어간 이후 처음 써봅니다. 호호^.,^
나중 썼으면 저도 좀 쿨하게 별 하나 깍을 수도 있었는디...

드팀전 2006-03-22 16:43   좋아요 0 | URL
1년에 4권 2만원이데요.(맞나?)..뭐 그정도면....
별 하나 깍은 거는요.돌바람님 글의 마지막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서요.'오타무시파'인 저도 몇 개 봤습니다....기획 특성상 우후죽순의 글들이 산만하게도 느껴지고...장점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