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퍼온 사진임.....전 어디 다닐때 왜 디카를 안가지고 다닐까요? 귀찮아서그런듯..

며칠전 해인사를 다녀왔습니다.놀러간건 아니고 일 때문이었지요.해인사는 저의 외가와 가까운 곳입니다.하지만 여때까지 가보지 못했습니다.사찰 구경다니기 좋아하는 부인을 둔 덕에 좋은 절집은 많이 다녔는데 이상하게 해인사와는 인연이 닿지 않더군요.

해인사에서 처음으로 새벽예불을 보았습니다.새벽 3시경부터 시작하더군요.그전 날 저녁 먹고 9시부터 잤더니 새벽에 일어날 만 하더군요.사실 새벽느낌보다는 밤느낌이 훨씬 강했습니다.새벽 공기는 알싸한 느낌이었습니다.해인사 계곡의 냇물은 낮시간 때보다 큰 울음을 울었습니다.예불 시간 보다 한 20분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잠시 후 어둠 속에서 중년의 스님 한분이 대적광전 앞에 서시더군요.그리고 이어 목탁을 두드리며 경을 외우기 시작하셧습니다.일명 도량식이라고 하는 것이지요.새벽에 잠들어 있는 만물을 깨우고 또한 스님들을 깨우는 것입니다.목탁소리와 함께 대적광전 양쪽에 있는 스님들의 선방에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창호지 문살을 뒤로 한 스님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도량식은 약 10분정도 지속된 듯 합니다.스님은 마치 자동차를 뒤에서 미는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왔다 갔다 하시더군요.대적광전에서 보이진 않는데 저 밑에서 사물을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북,종,목어,연판이던가요.그리고 잠시 후..  선방 밑에서 감잎 물을 들인 행자승 10여명이 줄을 맞추어 법당으로 들어왔습니다.전부 10대들이더군요.절밥을 먹어서인지 아님 예식에 참가해서인지 그들의 얼굴이 동년배의 10대들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행자승들은 절에 들어가서도 본존불 앞에 앉지 못하고 한쪽 귀퉁이에 줄을 맞추어 앉더군요.다음으로 가사를 걸친 20대 스님들이 들어왔습니다.한 30명정도 두번에 걸쳐 가파른 절 계단을 따라 올라오더군요.이 스님들도 사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들어왔는데 그게 군대말로 하면 계급이고 짬밥에 따른 서열이라더군요. 언젠가 스님 한분이 농담처럼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한민국 군대 60년이지..중들은 1700년쯤은 된 군대라니까.." 스님들 사이의 위계에 대한 이야기였겠지요. 그 위계에 따라 노스님들은 맨 마지막에 입장하셔서 방석에 착석하셨습니다.

잠시 스님들은 참선을 하시더군요.그리고 불교에서 뭐라 그러는지 모르겠지만...교회 목사님 앞에 있는 종같은 것을 댕댕댕...치니까 갑자기 스님들이 동시에 일어나서 절하며 "지심.....어쩌구 저쩌구"하는 경을 합창하시는 겁니다.가만히 보고 있는데 소름같은 것도 돋고 뭔가 신성한 느낌도 들고 그러더라구요.예불은 약30분정도 걸렸습니다.

사실  TV에서나 아침예불하는 것 보았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아주 신선한 경험이더군요.혹시 가을에 절집구경가시는 분들은 조금 서두르셔서 아침예불 구경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한데...가능할지 모르겟습니다.저희는 해인사에서 일하시는 스님의 양해를 구해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침 예불때보니까 뒤쪽에 종무소에서 일하시는 분인지 일반신자인지 함께 예불에도 참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2박 3일간 출장을 다녀왔는데....일요일 또 나가야됩니다.이번엔 일본 도쿄로 가네요.약 1주일 쯤 걸린 듯 합니다.부산에서 출발하면 좋으련만 서울가서 출발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게 아닙니다.일본 출장 다녀온 그 다음날은 또 경남 산청 쪽으로 출장가야하네요.요즘 날이 좋아서 오고 가고 단풍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집에 좀 미안하고 약간 힘들기도 하고..입 옆에 뭐가 났다니까요 구질구질하게... 그렇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디카를 안들고 갈 듯 한데...왜 난 남들처럼 디카 찍어서 사진 올리고 하는게 귀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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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2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드팀전님. '디카 찍어서 사진 올리고' 안하는, 아니 못하는(?) 사람입니다. 귀찮아서만은 아니겠죠. 새벽예불을 디카로 찍는다는 게 가능할 것같지도 않은데요. 그 느낌, 그 순간을 그냥 몸에 담아오면 되죠, 뭐.
님의 음악얘기도 숨어서 잘 읽다가 이제야 인사 드립니다. 출장 잘 다녀오세요. 꾸벅(_ _)

비로그인 2005-10-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송광사 새벽 예불도 좋아요. 옥수수알만한 별이 박혀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법고(?)를 치시는 모습을 보다가 제 일행은 다들 소리없이 울었답니다. 전남 순천 쪽으로 가실 일이 있으시면 가보셔도 좋으실 듯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