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내린 적은 없다.지름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대신 야금 야금 질러준다.그런데 돌아보면 결과는 같다.인터넷으로 음반주문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것들은 일단 보관함으로 들어간다.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고 내손안에 들어와 있다.5월에 내 가족이 된 음반들..6월도 이미 중순 이미 달리기시작했는데..브레이크 한번 걸어야된다.ㅉㅉ 근데 문제는 음반나왔을때 안 사면 얼마나 기다려야 얻을 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수급이 용이하지 않다보니....눈에 띄면 가급적 그때 그때 구해야 얻을 수 있다는...경험적 가치.브레이크의 수퍼에고와 악셀리이터의 현실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잔인한 6월...



베를린의 수장인 사이먼 래틀이 친정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녹음한 말러의 천인교향곡이다.교향곡 사상 최대라 할 만큼 와이드한 규모의 곡이라 실연이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고 한다.아직 실연은 커녕 영상물도 보지 못했다만 음악만 듣고 있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만하다.사이멀 래틀의 말러는 2번,5번,10번 연주를 가지고 있는데 호불이 좀 나뉜다.2번 연주는 그 호쾌함과 폭발력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5,10번음 그냥 보통의 호연정도 였다.이 8번 연주는 그나마 2번의 번뜩임을 보여준다.솔티의 천인교향곡이 약간 구세대적 연주를 대표한다면 그 얼터너티브로 추천할 만하다.



라파엘 쿠벨릭의 말러 7번 교향곡 실황 녹음이다.이미 DG에서 전집이 나와있지만 이 연주는 그것과는 다른 연주이다.라파엘 쿠벨릭의 말러는 중용적이다.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쿠벨릭의 말러에 큰 감흥을 받진 못하고 있다.이 연주 역시 그런 성향이 있다.7번이 말러 교향곡 중 신비주의적인 면이 많은 곡이어서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구조가 혼란스럽게 들릴 수 가 있다.아바도가 시카고 심포니를 데리고 연주한 말러 7번의 선명한 구조에 익숙해서인지 쿠벨릭의 연주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리히터의 바흐 영국 모음곡 실황 녹음이다.리히터처럼 바흐부터 근대 음악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극히 드물다.그나마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좀 가깝긴하다만 그도 근대 음악에 좀 소홀했던 면이 다른다.레퍼토리 확장에 애쓰는 폴리니의 경우 아직 음반으로 바흐연주가 출시되지 않아서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리히터의 바흐는 낭만주의적 바흐이다.안드라스 쉬프의 동곡 연주에 비해서는 피아노의 음색이 딱딱하다.리히터에 비해 쉬프의 연주가 너무 부드럽다.동곡을 녹음한 페라이어는 음을 풍성하게 만든반면 리히터는 건조한 울림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아쉽게도 글렌굴드의 연주는 음반으로 가지고 있지않다.아마 이것도 곧...   사족삼아 부분 녹음이긴 하지만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모음곡 녹음(DG)은 최강이다.선명하고 명징한 녹음에 자신감넘치는 바흐연주이다.


리히터의 알려진 명연이다.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로린 마젤의 지휘로 연주했다.브람스 1번협주곡이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크다고 보면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의 진가는 이 2번에서 들어난다.루빈슈타인,아라우,길레스,박하우스의 연주가 나름대로의 매력을 다 가지고 있다.이 연주는 길레스의 힘과 노년의 박하우스의 서정 사이에 있는 듯 하다.로린마젤의 서포터 역시 교과서적이면서도 열정을 담고 있어서 리히터의 흐름을 북돋아준다.레드라인에 가격도 저렴한 상황이니 이 곡들 처음 들어보려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이 음반은 오래도록 살까 말까 고민만했던 음반이다.곡 자체가 쉽게 감상이 되는 곡들은 아니다.리스트의 피아노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리스트가 이탈리아나 스위스 여행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이다.리스트의 이 곡에 대한 최고의 명연이 라자르 베르만의 이 연주이다.레퍼토리를 늘리는 차원에서 사야되나 말아야 되나 늘 고민했었다.결국에 몇년만에 구입했다.아마 이 곡에 대한 다른 음반은 더 구매할 일이 없을 듯하다.전체를 한번 정도 들었다.베르만의 강약조절은 뛰어나다.곡들은 그다지 재미없지만 말이다.

 

바로크 첼로의 왕자 피터 비스펠페이의 비발디 첼로협주곡 음반이다.순서대로 정리되어 잇는 다른 음반에 비해 구성이 좀 헷갈리게 되어있다.그리고 첼로를 위한 곡이 아닌 것도 편곡형태로 들어있는 듯하다.쉬프의 연주로 들었던 비발디 연주가 낭만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안정적인 템포를 취해 루즈함을 준 반면 비스펠페이는 낭만성을 잃지 않으며 원전연주의 특징인 공격적 템포를 놓치치 않는다.하지만 비스펠페이는 원전 연주팀중에서도 좀 보수적인 편이어서 감상에 거슬린 정도의 공격성을 띄지는 않는다.여름철에 들으면 아주 시원해 질 만한 연주이다.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러시아내셔널 심포니와 길샤함의 만남이다.레퍼토리가 현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명곡 반열에 들어선 글라주노프의 곡이다.글라주노프는 림스키코르샤코프로부터 관현악을 배운 후기 낭만주의성향의 작곡가이다.즉 드뷔시로 부터 이어지는 현대음악 계열과 달리 차이코프스키를 중심으로한 러시아 낭만파의 전통을 잇고 있다.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 마치 영화음악을 듣는듯 선율과 분위기의 낭만성이 곡 전면에 두드러진다.길샤함의 연주가 늘 그러하듯 바이올린의 유려함도 하이페츠의 연주와 달리 낭만성으로 증폭시킨다.카발레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글라주노프만큼이나 낭만적이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프라이빗 컬렉션 1집이다.그가 45년부터 50년까지 녹음했던 곡들인데 그간 미발표곡들을 중심으로 컴필레이션 되어있다.당연히 모노녹음이다.하지만 감상에는 전혀 문제가 될것이 없을 정도다.바흐,클라멘티,쇼팽,리스트등의 곡이 들어있다.생각컨데 미켈란젤리와 더불어 음의 색깔을 다루는데 호로비츠만큼 뛰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한 음 한 음 사이에 호로비츠만의 색이 들어간다.독특한 뉘앙스를 가진 연주자이다.레퍼토리측면에서 리히터에 분명히 뒤지지만 인기는 그와 막상막하인데 그 이유가 바로 그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다루는 태도에 있다.리히터가 마치 제단에 들어선 사람처럼 연주한다면 호로비츠는 피아노와 함께 즐긴다.그 즐기는 내공의 힘이 듣는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음과 음사이의 또 음 하나 하나의 이름을 만들어낸다.드문 피아니스트이다.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 음반이다.브렌델과 페라이어의 음반에 이어 폴리니의 연주도 구하고 말았다.브렌델의 연주는 누가들어도 이지적이다.페라이어는 달콤하면서도 울림이 크다.특히 960번 연주는 페라이어연주를 가장 즐겨듣는다.폴리니는 정이 가지 않게 연주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다.슈베르트를 베토벤 처럼 연주하는 것 같다.베토벤 후기 소나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약음에서 폴리니의 선명함은 다른 연주자들의 페달링이 붕괴시켜놓은 음들을 복원시킨다.그의 연주를 통해 늘 들어나는 명징함은 이 음반에서도 변함이 없다.브렌델,페라이어,폴리니의 후기소나타가 있으니 더이상 이 레퍼토리로의 추가는 불필요할 듯 하다.단 하나 있다면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유화같은 연주이다.아라우의 슈베르트는 진짜 유니크하며 대신할 수 없는 소리이다.하지만 현재 전집형태이어서 절판이라서 구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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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6-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르틀 듣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꽤나 피곤해 지더군요. 뭐랄까.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좀 정신사나워서-_- 즐겨 듣는 곡이라고는 '라 캄파넬라'나 '스페인 광시곡'정도입니다. 아. 리스트의 베토벤 교향곡 편곡은 감탄할 만 하더군요. '어둠의 통로-_-'에서 레슬리 하워드의 연주를 구해 간혹 듣고 있습니다.

리히테르의 브람스 2번. 라인스도르프와의 협연을 듣고 글자 그대로 경악했던 지난 가을이 생각나네요. 이거 좀 해도 너무한다싶을 정도로 밀더니 저 음반에서는 이양반도 생각이 달라지고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훨씬 듣기 편했습니다. 커플링된 슈만 소나타는 긴장감이 흘러넘쳐서 좋았구요. 그나저나. 불안감. 에 동감 한 표요. =)

마태우스 2005-06-2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대단하십니다. 멋진 문화인 드팀전님...

마태우스 2005-06-2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유시민 리뷰 말이죠, 한수 지도받으려고 쓴 건데, 님께서 해주셨군요. 구구절절 옳은 말씀 감사합니다. 능동적에 대한 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최악과 차악 중에서 골라야 하는 건 사실 능동은 아니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당선가능성이라는 변수가 고려되구요. 늘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진보를 위해서 대선에서만큼은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