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엉뚱한 장소에서 엉뚱한 단어에 집착할때가 있다.예전에는 나의 천재성의 한 단면이 아닌가 걱정한 적도 있었다.또 돌아서면서 나의 황당함에 스스로 '진짜 웃긴넘이네' 라고 조소할때도 있었다.오늘 아침은 일찍 출근을 해야하는 날이다.졸린 눈으로 침대를 벗어나면 일단 소파로 향한다.소파에 누워서 TV채널을 이러저리 돌리며 잠을 깨려 노력한다.그다음은 화장실.....

화장실에서 칫솔질을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옛날에 학교에서 달마다 또는 분기마다 돈백원씩 걷던게 있었는데...그거 뭐라 하더라?"

왜 그 타이밍에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나에게 묻지마시길...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전동칫솔의 윙윙 소리를 귀로 들으며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계속 더듬었다.

'아....답답...그게 뭐더라....아....씨....진짜....돈 걷었는데....평화의댐 건설한다고 그럴때는 훨씬 많이 걷었구...평소에도 코묻은돈 걷었는데...'

전동칫솔의 오프버튼을 누르면서...그 답이 떠올랐다.

" 방.위.성.금 "  (오-예스)

졸린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와이프에게 뭐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말했다.

"자기....방위성금이라고 알아?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지?"

요즘은 방위성금 걷진 않을거다.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거의 매달 한번씩 코묻은 돈을 걷었다.반장이었던 나는 방위성금 징수원이었다.초등학교 저학년때는 100원정도 였던 것같다.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때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백원은 넘었을 거다.방위성금 걷는 요령은 철저히 중앙집중력 권력구조를 빼다 박았다.초등학교의 교실 구석 안에도 군사문화의 위계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때문이다.대개 책상 두줄이 한분단이었고 대여섯분단이 한 학급을 구성했던 것 같다.각 분단은 분단장이 있었고 그 아래 줄의 마지막에 앉은 두명의 줄반장이 있었다.방위성금은 대개 뒤에 있는 줄반장이 앞으로 나오면서 걷는다.그리고나서 그 줄이 속한 분단장에게 전달한다.분단장은 자기 분단에 안낸 사람 명단을 적어서 반장인 나에게 주었다.

나는 분단별 집계를 정리하고 안낸 사람 명단을 선생님께 건넨다.선생님은 가끔 조례종례 시간에 우리반 방위성금 모집이  다른 반보다 저조하다고 채근했다.대개 1주일 안에 방위성금모집은 끝났다.하지만 그때까지도 내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대개 좀 집도 어렵고 성적도 떨어지는 친구들이었다.칠판에 그들의 이름을 적는 것은 늘 내몫이었다.   

"방위성금 안낸 사람------김@@ ,박@@,정@@ "

두가지 웃긴 생각이 든다.도대체 코묻은 돈으로 탱크사고 비행기 사려고 했을까? 이미 세금 충분히 내고 잇는 우리부모들에게 아이들을 통해서 준조세를 걷어낸 정권은 참으로 치사하다.하기사 요즘 팬클럽 까지 생기셨다는 전두환 kang-agi는 서울이 물에 잠긴다고 단군이래 최대의 뻥을 쳐서 애들 엉엉울며 돈내게 만들엇다.평화의 댐 건설할때는 방위성금의 단위 규모가 훨씬 커졌다. 직장인들도 월급에서 떼고 방송국마다 성금모금 방송을 하며 애국심 경쟁을 했다.학교에서 내었는데 동네 반상회에서 또 내고...직장에서 냈는데 동창회 모임에서 또 내고...하여간 .... 그래도 서울이 물에 잠기는건 막아야하니까...... 당시에 이를 잘 이용해서 베니스같은 세계적 수상도시로 만들자고 나오는 사람은 없었나 모르겠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군사문화적 위계질서는 방위성금 모집하듯 아직도 우리사회에 만연하다.그게 효율적 조직상이라고 말하는 조직이론옹호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개방적 조직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전통적 구조는 계단이다.이것은 일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중앙집중형 군사주의적 위계는  우리몸 속에 반도체칩을 하나 꼽아놓았다.삼성이 만드는 세계 일류의 반도체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 나이에 따라 서열화되고 또 직위에 따라 서열화된다.쓰는 용어 자체에서도 권위주의의 속성은 그대로 반영된다.

어떤 사람은 그게 한국 문화라고 한다.그게 싫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나는 한국을 떠나야 하나?  이민가도 먹고 살게 없다.먹고 살려면 손으로 하는 기술을 하나쯤 배워야되는데...그래서 농담삼아 어느 선배에게 "목공 좀 배울까?"  그랬다.그 선배왈 "야....목공배우면 배곪는다.차라리 서예를 배워서 학원을 해라.."  

"...." ..."   음.....혹한다. 그래 서예를 배워가지구 양넘들한테 그럴싸하게 젠이다 뭐다 그러면서 팔아먹을까?

뉴욕가서 서예 학원하면 망할까?  지금도 이미 많을꺼야?.... 아직 한국뜨긴 시기상조다.무기한보류!!

에.....또 ...방위성금이 그냥 뜬금없이 나왔듯 서예학원도 같은 생각이다.두서없어..미안하당.허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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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0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예학원보다는 태권도 도장이 좋지 않을까요?^^
방위성금말고, 국군아저씨들에게도 일년에 두차례씩 무언가를 보냈죠.
근데, 궁금해요. 우리들이 모았던 세수비누, 치약, 칫솔, 타월등이 무사히 가긴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