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은 종종 독창적인 상품들을 만든다. 다행히 날개 없는 선풍기나 아이패드 같은 것은 아니다. 기껏 해야 이사갈 때 '이 참에 버릴까, 아니야 그래도 한 때 좋아했는데' 라는 3초간의 고민을 안겨주는 소소한 물건들이다. 머그컵, 티셔츠, 에코 백 등등
사실 작가 김승옥의 얼굴에서 멈칫 거리지만 않았던들 몇 번의 물질에 숨 죽은 고사리처럼 되어 버린 검은 티셔츠도 사진 않았을 것이다. 김승옥에서 걸려 버린게 외상이 되어 그 셔츠를 두고 두고 곱씹기 위해 산 셈이다. 하여간 내게는 여름철 햇빛을 쏙쏙 흡수해줄 검은 셔츠가 서너장이 있었다. 특히 아는 사람은 탐내는, 셔츠 배꼽 언저리에서 '시쉬쉿' 하고 sheet of sound를 들려 줄 존 콜트레인이 새겨진 멋진 반소매 티셔츠. 수년 전에 배우 모씨가 우연히 그 셔츠를 보더니 "어...이건 그대랑 잘 안 어울리는 듯 한데. 나 주지?" 라고 했지만, 절대 사수하여 지금도 존은 옷장에서 순번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심야 라디오도 틀어 놓지 않은 깊은 밤. 바람은 시원하게 쌩쌩 부는 이 밤에,
'앗' 하고 스타카토의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녀석이 등장했다.
그렇다. 이것은 PKD(필립 K- '왜 이건 늘 '케이'라고 하지 않고 K라고 하는지, 존 F 케네디도 그렇구.'- 딕)의 '유빅컵'이다.
하악 하악....
살짝 걱정도 된다.
마치 약 먹는 기분이 날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비이커가 떠오르기도 한다.
화학공학도도 아닌데 맥주를 비이커에 따라 마실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저거 하나 있어야 겠다.
맥주 한번 따라 마셔보고
역시 맥주는
'하이네켄 잔이야'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연필 꽂이로 쓰던지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