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남매가 <무릎팍 도사>에도 나왔다고 하니 영화 홍보를 위해 꽤나 애쓴다 싶다. 미국에서는 흥행과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어떨지. 영화/소설의 중심축은 불교의 윤회/연기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행동에 무의식적 근간이 되는 문화로 불교를 이해하는 한국인과 동양의 색다른 종교로 그것을 수용하는 서양인은 아무래도 접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헐리우드는 그중 환생이나 연기에 관심이 많다.

영화<클라우드 아틀라스> 의 예고를 보니 6장의 에피소드에 주인공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게 소설과 영화의 매체적 특성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차이이다. 영화 만드는이들의 발을 무겁게 만든 모래 주머니 같은 것일게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발에 10KG 주머리를 달고서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6개의 에피소드는 19세기 후반 태평양 선상 부터 인류가 멸망하고 다시 원시 사회로 돌아간 하와이까지 시공간을 달리 한다. 영화와 소설에서 각 에피소드를 다루는 주인공을 윤회의 연결고리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설은 매우 간단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사건을 연결하는 방식은 그들의 기록물 들이다. 마치 미장아빔(엘리베이터 속 거울..그리고 그 안의 거울...거울을 생각하면 된다.)처럼 각 에피소드의 기록물들이 수 백년의 시간을 거쳐 어떤 형태로든 다음 에피소드에 등장하고 연관된다. 주인공들은 공통된 신체특징을 가지고 있다. 윤회의 연결고리는 내/외부에서 그렇게 만들어진다. 소설의 독자는 그것만으로 소설적 시공간을 이해한다. 영화는 문제가 좀 다르다. 만약 6개의 에피소드에 각각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면- 동일인물들로 구성해도 매우 혼동스러울텐데- 관객들은 쉽게 이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같은 주인공들이 몇 가지 역할을 맡도록 영화<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만들어진다. 안타깝게도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들만 모를 뿐, 관객들에게는 반복된다. 소설을 읽는 이들은 동일한 외모를 가진 이들로 윤회적 반복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결국 분산되고 카오스적 반복을 영화는 적절하게 끌어담아 평면 위에 올릴 수 밖에 없다.

내 개인적으로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SF가 외부를 통해 내부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사건과 타자적 존재와 의 대면은 '미래가 무엇인가?' '사이보그란 무엇인가?' 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 현재는 어떤가?' '인류란, 인간이란 무엇인가?' 를 묻고 있다. 배두나가 역할을 맡은 손미-451은 페블리컨트(일종의 복제인간)이자 예수이기도 하고, 마르크스가 되기도 한다. 그녀가 만든 문서가 '매니페스토'(선언) 이라는 것, 그녀가 식당 노동자라는 것 등등이 그렇다.

-아래 부터는 스포일의 가능성이 높으니,알아서- 쳇-알아서 검열해준다니까...스포일하면 안되냐? 스포일의 에티켓? ㅎㅎㅎ

손미는 페블리컨트의 돌연변이인 셈이다. 기업 관료 체제는 미래 사회를 지배한다. 미래 사회의 중심도시는 서울이다. 유일회와 의장이라는 최고의 권력 기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인류는 철저히 계급화되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전에 커다란 전쟁이 한번 있었다. 반-페블리컨트 운동의 구심인 유니언이 존재한다. 손미는 페블리컨트의 운명을 알고 유니언은 손미를 통해 '선언'을 작성케한다. 손미는 결국 잡히게 된고 사형을 앞두고 감독관과 이런 대화를 한다. 그런데 그 유니언도 따지고 보면 기업 관료 체제가 반체제 인사들을 가시적 범주 안에 두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싸우지만 또한 노동운동을 체제의 관리 범주 안으로 포획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과 같다. 노동조합/자본의 관계에서 발생하게 되는 일이다. 일명 현상적으로는 '관리형 노조'라고도 한다. 일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는 그것을 인정하면 투쟁에 대한 자기의 충성심이나 진실성이 떨어지거나 의심받는다고 생각한다. ^^ 어디 노조만 그럴할까 싶다. 자기 주장을 외치고, 비슷한 부류와 교류하면서 결국 내가 어떤 위치,어떤 좌표,어떤 세계 속의 관계 속에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고대 델포이 신탁의 유명한 말이 '그노티 세우아톤'이다.)

아래의 대화는 마치 20세기 초반의 어느 러시아나 독일의 정치범 감옥에서 있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1월에 죽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생각이 난다. 여자라서 그렇겠지.

손미 :고위층들은 앵무새처럼 일곱번째 교리문답,"소울의 가치는 그 속에 있는 달러이다."만 되뇌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독점으로 제조하고 공급하는 고도로 유전자 조작된 소프(페블리컨트의 식량) 가 없으면 마흔여덟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그것'은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나만 예외였지요.

기록관리자 : 당신은 진심으로 유니언의 선전을 받아들인 것 같군요,손미
손미: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네아 소 코프로스의 선전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데 지나지 않습니다. 기록관리자님.

기록관리자:어떻게 이런 얘기가 터무니 없는 환상인 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군요.

손미: 모든 혁명은 일어나기 전까지는 터무니없는 환상입니다. 일단 일어나면 역사적 필연이되지요.

기록관리자: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면,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 점진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편이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손미: 그렇다면 20세기 초의 글을 읽다가 이런 글귀는 혹시 못보셨습니까? '단 두 걸음으로 심연을 건널 수는 없다.'

기록관리자: 당신은 이런 음모(유니언 역시 기업 관료 체제의 하부단체라는것)를 알았다면 어째서 협조했습니까?
손미: 어째서 모든 순교자가 배신자와 협력하는 것일까요? 더 멀리 게임의 끝을 내다보기 때문이지요.

기록관리자: 당신한테는 그게 무엇입니까?
손미: 선언서입니다. 네아 소 코프로스의 어린 학생까지도 이제는 모두 내 열두 가지 '불온문서'를 압니다.

기록관리자:하지만 어떤 결말을 기대하는 겁니까? 말하자면....미래의 혁명?
손미: 기업 관료 체제에,유일회에, 증언부에, 주체와 의장에게, 세네카가 네로에게 한 경고를 인용하겠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전부 죽인다 해도, 우리 후계자들까지 다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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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1-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스포일일지 모를 글이 안 보여요... 영화 소개로만 보자면 이 영화는 흥미로웠어요.

드팀전 2013-01-04 16:44   좋아요 0 | URL
^^ 일부러 안보이게 한 건데요. 호호호. 간단한 마술을 이용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시고 드랙하세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1-0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살짝은 보입니다..^^

드팀전 2013-01-07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살짝 보입니다.

빵가게재습격 2013-01-0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드팀전님.^^ 새해 인사 드리러 살짝 들렀습니다. 건강하시죠? 좋은 일을 바라기 어려운 기세지만, 그래도 좋은 일 많고, 건강하게 한 해 보내시길 빕니다.^^

드팀전 2013-01-07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늦은 새해 인사드립니다. 해야 할 일이 기다리는데 자꾸 미루고만 있어서 큰 일이네요. 이러다 또 쫓길텐데... 빵가게님도 행복한 한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