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BWV 1007>을 듣는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이곡의 영상화 작업을 통해 봄 그려내려고 했던 이유가 어슴프레 기억난다. 도시 구석 구석에 작은 햇살조각이 뿌려질 것 같다. 바흐의 악보들 사이로, 현이 울려내는 공명들 사이로 나풀거리는 나비를 상상한다.'뻘밭 구석 이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데를 기웃거리다' 온 것 같다. 그럼에도 특유의 미소와 온화함을 잃지 않는....

 

에밀 시오랑은 '바흐가 없었다면 신은 권위를 잃었을 것이다' 라고 썻다. 이 말을 다시 쓰고 싶어진다. '바흐가 없었다면 인간은 자존을 잃었을 것이다.' 라고 말이다. 

 

2. 리뷰가 안써진다. 아니 쓰기 싫어진다. 리뷰나 글을 쓰는 행위도 물리법칙에 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유비적인 사실같다. 한동안 리뷰나 글을 쓰지 않다보니 이젠 그런 욕구마저 현저히 감소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성의 간계이다. 리뷰 자체가 주는 효과와 기회비용를 비교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단치 않은 리뷰 한 편을 쓰는데도 1-2시간은 소요된다. 예전에는 그것 나름의 효용에 만족을 느꼈다. 그런데 분명 효용은 체감의 법칙을 따른다. 리뷰를 쓰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고, 책도 꽤나 진도를 내어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지난 책들을 뒤적이며 정리를 해 볼 수도 있다.(이 작업은 올해 습관적으로 꼭 해보고 싶다. 최근에 쓴 몇 편의 리뷰도 그 와중에 쓰게 된 셈이다.)

 

그런데 정작 리뷰를 쓰지 않으며 확보된 시간에 그에 대체될 만한 유용한 일을 하는 것만도 아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그 시간을 허비할 때도 있고 영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도색적인 스샷을 기웃거리다 끝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책을 읽고, 또 어떤 문장은 매우 공들여서 고민해보고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리뷰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다. 그래서 자꾸 리뷰와 멀어져 간다.

 

그나마 리뷰라도 써야 글 쓰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을텐데...

 

 

3. 최근에 알튀세르의 <재생산에 대하여>를 읽었다. 알튀세르는 대학교 때 여기저기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 온통 문화나 담론의 영역에서 놀 때마다 이런 것들은 나를 끌어내려 주는 중력이다. 니체적인 의미와는 반대로 긍정적인 의미다. 나는 이걸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시지프스같은 방식이다. 물론 내가 애정을 가진 철학자나 분야들도 있다. 그들의 사고와 사고 방식들. '유용한' 이란 단어는 미흡하다. 그들의 사고와 문장들 그리고 사유의 방식들은 크고 작건간 '혁명적'이다. 그들의 고지에서 미흡하나마 문제의식을 나눈다. 그리고 다시 또 내려오고, 또 다시 그들에게 올라간다.

 

알튀세르의 <재생산에 대하여>는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책은 아니다. 대학교 다닐때 교수는 칠판에 자주 '건물'을 그려서 이걸 설명했다. (우리는 축구장이라고 불렀다.) 간략하게 도식화해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서술된다.  

 

생산양식= 생산력 + 생산관계 

 

상부구조/하부구조

 

상부구조의 자율성

최종심급의 경제적 토대

 

억압적 국가장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이데올로기 일반

알튀세르 이데올로기론

1)이데올로기의 물질성

2)이데올로기의 호명.

3)주체화의 문제

 

보론) 1)생산력에 대한 생산관계의 우위

        2)계급투쟁의 우위

 

<재생산에 대하여>은 책의 구조 자체도 매우 효과적이다. 자크 비데의 서문/ 알튀세르의 본문/보론(비판에 대한 반비판 성격) / 70년에 나온 유명한 에세이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이다. 마지막 에세이는 전체 <재생산에 대하여>에 대한 알튀세르 자신의 요약본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마지막 에세이와 비판에 대한 반비판 성격의 보론 부분만 읽어도 된다. 

 

번역을 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서 그저 인상비평정도지만. 오탈자가 눈에 띈다. 그리고 문장 자체가 어법에 껄끄러운 것이 꽤 있다.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이것이 좋은 번역인가라고 묻는다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반독자가 비문때문에 알튀세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4.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6번의 가보트...연주자는 오필리아 가이야르.

 창 밖은 이미 봄인데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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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2-04-0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ola!

드팀전 2012-04-02 17:59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