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시골 고등학교, 어느 날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히 화장실에 있던 두 명의 절친한 친구. 청교도적이고 답답한 시골을 벗어나고픈 날라리 다이아나와 착실한 모린. 그녀들 앞에 최악의 질문이 당도한다. 총기난사범은 두 친구 사이의 생과 사를 갈라놓을 질문을 던진다.

"너희들 둘 중 하나만 죽일거야? 누가 죽을까?"

 

영화의 소재는 '학내 총기난사사건'이다. 그렇지만 '총기 자율화와 규제'의 역사,정치적 관계를 파헤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또한 영화사 홍보문구처럼 '최대의 스릴러'도 아니다.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알고 영화를 봤다. 영화 전체를 미리 알고 본 것이나 다름없을 패착이다.  스토리가 마지막 반전을 향해 달리고 있는 영화에서  미리 예방 백신을 맞고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 나는 '영화가 시시해졌다' 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스토리와 반전의 강박으로 부터 벗어나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두 번째 보는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바딤 패릴만 감독은 CF, 뮤직비디오 감독 답게 감각적화면 구성을 통해 'ZEN'적인 느낌을 주는 영상을 보여준다. ('선'이 아니라 'ZEN' 이라고 쓴 점을 알아서 읽어주시길...)  또한 시적인 영상과 어울리는 단출한 피아노 선율 역시 간간히 귀에 들어올 정도로 시의절절하다.

이 영화는 편집과 구성이 돋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웰 메이드'란 말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영화<메멘토>가 기억을 소재로 뛰어난 구성의 힘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면 <인 블룸>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전자가 필름 느와르적인 어두운 정사가 지배적이었다면 <인 블룸>은 빛 속에 숨겨져 있는 그림자를, 현재 속에 숨어있을 미래를 시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전시되는 고통' 앞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꿈이 아니었을까? 미래는 오늘의 꿈이 아니었을까?

** 나는 아이 때문에 영화를 자주 보지 못한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야 한다. 데이트 하며 '우리 할일도 없는데 영화나 볼까?' 하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본 영화는 모두 좋다.(니체 같지 않은가? ^^) 물론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인 블룸> 곧 영화관에서 내려간다. 당신이 '불법다운로드' 애호가가 아니라면 서둘러야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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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2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있으면 정말 영화는 땡이죠. 전 둘째가 생기면서 바로 코앞에서 하는 국제영화제를 한 번도 못갔어요. 1회때부터 거의 매일 2-3편을 보면서 죽쳤었는데.... 지금은 옆지기 아픈 이후로 3달짼가 극장구경도 못했네요. 인블룸도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놓치겠죠? 우리 동네에 dvd가 깔려줄라나? ㅠ.ㅠ

드팀전 2008-09-3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로 곧 나올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