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혼자 살았다. 처음 부산에 내려왔을 때는 이 곳이 지긋지극하게 싫었다. 곧 서울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 '주소 불명자'를 스스로 선택했다.

친구 집에 1달쯤 얹혀살았고, 대학교 앞에 하숙도 몇 달 했다. 그 때도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예비군 훈련 받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간 적도 있다. 그리고 앉은뱅이 부엌이 딸린 달셋방에 세입자로 1년쯤 살았다. TV도 컴퓨터도 없이 말이다. 그 때도 음악은 있었다. 포터블 CD 플레이어 하나가 내게는 매킨토시 앰프였으며 만원짜리 이어폰이 탄노이 스피커였다.

여름은 정말 최악이었다. 비가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업계 2위 보험회사 벽에 걸린 매출실적표처럼 습기가 들쭉날쭉 타고 오른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습기의 경우 가슴께까지 올라왔다. 매일 울어대던 벽지와 물먹은 강아지 같은 이불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 때도 바흐는 계속 흘러나왔다.

가끔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는게 아니라 습기를 피해서 여관방으로 피습을 갔다. 온 몸의 세포를 살랑이는 에어컨 바람과 흰 이불은 좋았다. 그냥 누워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기억때문이었을까? 그 해 여름을 나고, 눈이 내릴 듯 했던 크리스마스 날, 슈트 케이스 두 개에 모든 살림살이를 싣고 '장기여관살이'를 시작했다. 잠깐 겨울만 나고 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게으름과 불편함을 느끼지 못함으로 인해 무려 1년을 여관방 살이를 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여관이어서 출,퇴근하긴 좋았다.

한 참 술 먹고 게폼 잡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다. 허름한 술집에서 어물전 물고기들 처럼 많은 인간들을 만났다. 착한 척 하거나 착한 인간들은 술 한잔 줘서 대게 흘려 보냈다. 아니면 악마적 쾌감을 즐겼나? 

그림이랑 보이스랑 안맞는데...이 외에 동영상이 없더라.

 

 

변함없는 나의 삶이 지겹다고 느껴질 때 자꾸 헛돌고만
있다고 느껴질 때 지난 날 잡지 못했던 기회들이 나를
괴롭힐 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장을 살께

 

언젠가 함께 찾았었던 그 바다를 바라볼때 기쁨이 우리의
친한 친구였을 때 우리를 취하게 하던 그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나는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 조차 없어 그저 수첩속에
그 차표들을 모을 뿐 어느 늦은 밤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 속에 숨은 바다를 찾아볼께

 

너의 추억이 감당할 수 없도록 가까워질 때 네가 떠나야
했던 이유가 떠오를 때 늦은 밤 텅빈 나의 방에 돌아갈
용기가 없을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나는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조차 없어 그저 수첩
속에 그 차표들을 모을 뿐 어느 늦은 밤 허름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속에 숨은 바다를 찾아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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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9-0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학교 말고 강릉으로 떠나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