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언젠가 <예감>이라는 잡지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다. 90년대 몇 권 나오다 말았던 예술잡지이다. 마야코프스키,네루다와 오윤에 대한 기사가 실리던 잘만든 잡지였다.

거기서 나는 아주 인상적인 화가를 알게 되었다. 수묵화가였다. 당시 미술에 과문했던 나는 수묵화는 풍경화나 사군자같은 것 일종의 선비thing 한 소재들이나 그리는 고루한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가끔 걸개그림에 전투적인 느낌을 주는 수묵화들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것을 수묵화라는 장르로 이해하기에는 작품의 위치가 주는 주제의식이 너무 강렬했다.

<예감>에서 만났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있던 작품은 바로 아래의 이것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예전 생각이 나서 이 화가의 작품을 찾았다. 그런데 이름도 작품명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 검색을 하면서 검색창에 넣었던 글들은 '수묵화' '리얼리즘 수묵' '사실주의 수묵'...뭐 이런 것들이었다. 신통치 않은 결과들이 나왔다. 작품을 떠올리며 제목을 유추했다. 이 유명한 작품이 어떤 상황을 그린 것인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내 기억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설의 고향' 이라고 쳤다. 아이들은 TV속에 나온 '전설의 고향'을 보고 베게 뒤로 숨었던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검색 결과는 '몹쓸 기억력'이었다.

그리고 몇 번 더 검색해보다가 나는 포기하고 이내 잊어버렸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오늘 우연히 서점에서 이 화가의 정확한 이름과 이 작품의 정확한 이름을 알게되었다.

화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김호석 화백이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은 <전설의 고향>과 한끗 다른 <토요미스테리극장>이었다. (아뿔사..90년대 중반에는 <전설의 고향>자리를 <토요미스테리극장>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

시인이자 평론가이 김형서가 화가 김호석의 전시회를 소재로 쓴 작품집이다. 최근에 소리 소문없이 출간된 모양이다.

인물수묵화의 새로운 경지를 이루어낸 한국화단의 거장 김호석 화백. 그는 한국 전통미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그 가치를 구현했으며, 우리 미술의 정통성 확보와 리얼리즘의 한국적 발현에 높이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책 『옷자락의 그림자까지 그림자에 스민 숨결까지』는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형수가 그동안 “김호석 화백의 그림자가 되어 해가 뜨는 곳 지는 곳 가리지 않고” 붙어다니며 쓴 김호석의 전시회 관전기(觀展記)를 묶은 것이다. 저자는 1991년 홍대 미대생들이 준비한 강연회에서 김호석을 처음 만난 이후 그와 깊은 예술적 교감과 우정을 나누어왔다. 이 책은 그 훈훈한 시간의 결과물로서, 각각 펜과 붓을 들고 시대의 고뇌와 민중의 정신을 그려온 두 예술인이 치열하게 이어온 소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알라딘'에서 발췌

서점에서만 이 책을 봤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http://www.kimhosuk.com 화가는 요즘 반구대 암각화 살리기 서명을 받고 있다.)

<예감>에서봤던 그림들이 거기 있었다. 대학시절 읽던 책을 뒤적이다가 거기서 문득 오래된 친구들이 남겨주었던 비둘기 편기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 드는 반가움같은 것들....


이명박은 시대를 20년 이상 돌려놓고 있다.

국민의 드높은 원성은 아예 무시하고 언론의 잔소리는 아예 입을 막으려한다. 거기에 한술 더떠 극악하기 끝이 없을 만큼 뻔뻔하다. 물대포와 경찰의 곤봉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잠재우려고 한다. 이것은 '독재'인가? 그렇다. 이것이 독재가 아니라면 무엇이 독재란 말인가. 과거시절이 '군부독재' 였다면 이제는 '부자들의 독재' 이다. 거칠게 말해서 그렇지만 싸우기 어려운 것은 많은 이들이 '군부'는 거부하지만 '부자'는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재로 이명박이 말하는 '부자의 꿈'이 결코 많은 이들에게까지 닿지 않는 빈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런 '경제가 나아진다면' 이라는 허황된 꿈에 경도되어 좀비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그가 뿌려놓고, 동의받는 망상이 참인지 거짓인지 기다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이미 폐암말기까지 모든 것을 악화시키고 난 다음 ' 그래 ...그 실험은 좀 무리였다.' 고 환자들에게 이야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참고하고 이명박이 하는 펼치는 많은 정책들이 다수를 위해 그릇된 길임을 안다. 그리고 그가 동원하는 폭력이 민주주의의 라는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운 '기초' 단계에도 못미치고 있음을 안다.

<논어> '태백' 편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나라에 도가 있을 때 빈천하면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 부귀를 누려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 나라의 도가 사라진 지금 이 시대에도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것 역시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일은 못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서는 불 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해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게 읽을 수 있지만.. 그것 중 하나는 '사람 사이의 희망' 이고 또 '우리들의 미래'이다. 우리에게는 불 타없어진 것 만큼이나 지켜야하는 소중한 것들이 아직도 많다.

단테를 해석하며 '별이 사라진 곳이 지옥'이라고 했던 노교수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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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8-08-1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해였던가, 님이 제 서재에서 그 그림을 찾는다고 댓글을 남겨주셨던 적이 있었어요. 저도 그 덕에 검색하다가 포기하고서 말았는데, 아 저 그림이었군요. 어쩐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제가 아는 그림이어서 그런 건지, 아님 화풍이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찾으셨다니 축하를-
여름엔 동양화가 참 좋지요. 덕분에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드팀전 2008-08-19 00:13   좋아요 0 | URL
아마 그 맘때였을 것 같아요.^^
저 <토요미스테리극장>은 그냥 제목 그대로 보면 무서운 드라마를 보고 놀라는 아이들의 모습같잖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 그림 속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 아닐가 생각하면 그림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무섭고 두려운 것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겠지요...

또한 출구없는 세상에서 어디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이들 뿐이겠습니까.우리 모두 지금 <토요미스테리극장>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008-08-18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8-08-1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9년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선정된 분이더군요. 저희집에 김호석 화백의 화집이 있는데...(쓸데 없는 자랑질~!ㅠㅠ) 아무튼 아는 분 얘기가 나와서 겸사겸사^^ 저 분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겨워서 웃음이 절로 절로~!

드팀전 2008-08-20 13:22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동양화를 좋아해요..
3고에 피박 씌우는 즐거움.^^

글샘 2008-08-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수묵화의 주인이 김호석이었군요. 또 한 사람 찾아 읽을 사람이 생겼네요.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더운데 예찬이는 잘 크죠?

드팀전 2008-08-21 00:05   좋아요 0 | URL
예찬이 잘 큽니다...
차라리 아방가르드한 작품을 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