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한 문장] “어둠은 저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 김희연

“어둠은 저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빛을 가져와야 어둠을 벗어날 수 있다.”
-유시민

유시민 전 의원의 말입니다. 오래오래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는데 이번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집회 현장에서 아무리 악다구니를 해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정작 지금 필요한 것은 저주 같은 악다구니가 아니라 어둠을 이겨내는 빛과 같은 희망, 평화, 의지인 것 같습니다. 자, 다시 한 번 우리 건승하는 그날까지 평화롭게 나아갑시다!

...........................................

나는 유시민을 싫어한다. 그 전 까지는 그냥 저냥 했다. 그가 지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민노당을 겨냥해 '사표론'을 짖껄일때 부터 결정적으로 돌아섰다. 그 이데올로기 효과는 물론 괜찮았다.

그런데 저 말은 유시민이 했건 누가 했건 옳은 말이다. 

김희연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아마 독자겠지-

하여간 허구헌 날 하는 '저주의 악다구니'는 '자기 만족' 과 '포퓰리즘' 의 화학적 결합을 만들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저주의 악다구니'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주의 악다구니'는 다분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상업주의적 문화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쉽게 말해서 '하다 보면 무감해지고' 그렇게 되면 '더 강한 저주'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앞의 '이명박'이라는 '적' 또는 '악'을 넘어서야 한다.

나는 요즘 80년대 영국상황에 상당히 관심이 간다. 센스쟁이들은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의 대처,보수당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대처를 3선 까지 만들어 주었다. 또한 대처의 실각은 보수당 반대세력과 반유럽주의에 기인한다. 결국 대처의 재무장관 존 메이저의 집권까지 합치면 무려 18년간 대처리즘이 영국을 지배한다. 그리고 집권을 위해 나선 노동당의 토니블레어 역시 '대처의 아들', '부시의 푸들' 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다. 일명 '제 3의 길' 이라는 굴복(?)....

마치 지금이라도 국민 투표를 하면 이명박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주파'들과 나는 생각이 다르다. 언젠가 페이퍼에도 남겼지만

지금 이명박 탄핵 국민투표하면 진보진영은 -기대와 달리- 완전히 박살난다. (정말 궁금하면 한 번 해보자고 건의하던지) 이명박이 탄핵되지 않으면 이명박은 '그래 너네들이 하자는 데로 국민의 뜻을 물었다.1년도 안되어 했는데 그 정도면 세계사적 용단이다. 국민이 나를 선택했다. 그러므로 너네들은 이제 찍소리 하지 말아라' 이렇게 나온다. 그러면 진보는 모든 카드를 다 쓴 상황에서 뻘되는 거다. 이게 바로 모든 혁명가들이 그렇게 주의시켰던 '극좌모험주의'의 끝이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홈페이지에선가...개인이 쓴 글인지...당의 글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류의 글을 봤다. 무덤파고 싶은 거다. 그래도 '정의'의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는 '소신파'라고 믿겠지.

역사에서 뭘 배웠는지 묻는다면....

91년 분신정국이후  마지막 잔불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이 아마 '정원식 외대 사건' 이었을것이다. 당시 사태를 바라보는 외신보도가 가장 정확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정권의 앞잡이 선생에게 계란 던지는 것이 그렇게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할 만한 일이 아니었을테니...그렇지만 보수언론이 만든 이미지와 그에 영향을 받은 대중은 '유교적'인 스승관을 이데올로기로 이용하면서 잔불을 확실히 진압했다.

당시 이것이 사전에 계획되었다는 의구심도 있었다. 분란이 날 곳을 정원식이 찾았고 또 카메라 기자들이 대거 함께 했다. 계란떡된 정원식의 이미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 먼 기억에 당시 '외대 총학생회'가 학생운동 내에서도 비난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그들의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적들에게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저주'는 충만했으나 '무능'했다는 것이다. (...정세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혁명의 조건의 첫번재 계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레닌은 1910년 7월에 '기다리라'고 했다. 또 모든 멘세비키와 볼세비키 다수가 '후진국 러시아'에서 혁명이 불가하다 할 때 그는 또 반대로 갔다.

이명박이 5년내에 쫓겨나지 않고 어쩌면 그 정권의 연장이 10년을 갈 수도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주'하는 것 말고 어떻게 해야하는 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진보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적들을 우습게 보지말자. 실재적으로도 그들은 만만치 않다. 숫자나 권력이나 지지기반 모든 면에서...

적들은 사방에 만연하고 또 진보 안에,또 내 안에도 혼재한다.

“어둠은 저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빛을 가져와야 어둠을 벗어날 수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8-07-2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뭐 그냥저냥이던 유시민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결정적으로 저 인간 참 끝장났군 했던건 조금 생뚱맞지만 노무현 탄핵당시 국회에서 울고불고 난리치던 그의 모습을 봤을때였지요. 뭐 싸울거리는 맞았지만 그가 언제 노동자들의 탄압을 앞에두고 그렇게 울고불고 싸워봤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촛불시위를 거친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겠지만 이것이 정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낙관과 절망이 늘 교차합니다. 말씀대로 지금 국민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진보진영은 와장창 깨지겠지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보진영이 좀 더 엄정한 시선으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봐야 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