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다닐때 운동권 선배들에게 가끔 듣던말...

"너 혼자 운동하냐?"

이건 나이트 클럽 다니며 놀맨 놀맨하는 놈들보다는 조금 낫지만 그렇다고 꼭 권장할 만한 건 아니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단대나 학과의 운동 선배들이 어디 어디 가투에 가자고 하면 어떨 때는 가고, 어떨 때는 안가고...여기에 무슨 기준도 없었다. 총학 문화국에 있던 선배가 한 발 걸치고 도와 달라 그랬는데도...연애질하기 바빠서 안한다고 했다. 아...그 선배 얼굴 하야져서...서운해하더군.

그러니까 시대적 고민이 부족하여서인지 자유주의적 망상이 지나쳐서인지 일관성이 내 춘향이 널뛰기였다. 정확히 보자면 쁘띠 성향이었겠고 스스로 변호해보자면 자유로운 예술혼이었다고 하자.(결국 쁘띠 브루주아 개인주의이자 뭐)

그러니까...나는 민중미술에는 감탄하고 세잔의 혁명적 시선 변화에 똑같이 감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좀 마음에 안들었다. 맑스는 읽는데 공자는 버려놓는 것도 싫었다. 하여간 20대의 도련님적 반항근성은 운동에 동참하면서도 분파주의적이거나 개인주의적 운동방향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조직 운동 차원에서는 있으면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정규TO로 채워놓기 애매한..늘 그런 상황이었다.

어쨋거나...나는 정치권에서 불러주지도 않고 불러도 나가기 싫고....여전히 계속 혼자 운동하고 있다. 맑스에서 더 나아가기도 하고, 다시 맑스로 돌아가기도 하고, 폐기하기도 하고, 탈주를 해보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혼자서 운동하고 있고...대를 이어서 계속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

서울대학교 당국에서 이번 시위에 '경찰의 서울대생 폭행'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대에 출입하는 기자 몇 명 모아놓고 보직 교수가 설명하는 화면을 봤다.

그런데....뭐가...

경찰이 잘했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고 그 여학생이 안쓰럽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무식한 권력의 종노무새끼들은 변하지도 않는다. 가학적인 새디스트 같은 새끼들...그리고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 볼 면목이 드냐...욕 1000번 (글 제대로 못읽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욕 한 참 한다.)

그런데....뭐가...

그 여학생이 지방 소재 전문대 대학생이었으면....대학 당국이 나서서 그렇게 해주었을까? 방송에서 그렇게 단신 뉴스거리라도 취급해 주었을까...미디어들의 속성이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그 많던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면서 '지방대 전문대생 ' 이래' '미용학과 라던데' 그랫을까?

그렇다고 믿고 싶겠지만...미안하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시위 중에 다친 사람,봉변을 당한 사람,동영상에 올라온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다들 누구를 기억하는가? 시청앞에 모인 시민이든 ,아프리카를 본 시민인든, 계급 투쟁에 나선 사람이든, 다중의 출연에 신나하는 사람이든...

서울대생만 기억하고 있다.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나는 계속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분파주의든, 종파주의든, 조직주의이든, 탈조직주의이든

운동은 대를 이어서 계속된다. 예찬아!! 

 "내가 지금 이세상을 살고 있는 것을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라.. 라.. 라..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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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6-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기만 하구만요 뭘~~

드팀전 2008-06-04 13:12   좋아요 0 | URL
뭐가 좋아요...
운동권 비판자가 요즘 하도 운동권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운동권 옹호론자처럼 비춰지고 있는 판에..

Mephistopheles 2008-06-04 13:57   좋아요 0 | URL
히히 저같은 양비론자에게 딱이에요..^^

2008-06-04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06-04 13:17   좋아요 0 | URL
전 독립군 아닙니다.전 조직운동에 대해 성찰적 자세를 취하고 조직운동 내에서 소수지만 조직 운동 자체를 폐기하는 접근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깃발을 굳이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연대란 깃발들을 모두 없애서 무중심적인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연대란 자유로운 주체들의 소통입니다.거기에는 깃발과 깃발의 연대도 포함됩니다. 깃발 조차 하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역사 속에서 깃발을 내려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 깃발을 세우기 위해 흔렸던 모든 피와 눈물에 대한 시민적 폭력입니다.

2008-06-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06-04 18:01   좋아요 0 | URL
ㅋㅋ..그랫나요.너무 심각하게 댓글을 단것 같긴하네요.서울대 이야기야 뭐 딱히 더 할말도 없는 공론같은거여서...^^

글샘 2008-06-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내 운동 방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래해~', '온수를'...
이런 것이 새 시대의 운동이지요.
피범벅이 된 여학생이... 찍으세요. 그래서 널리 알려야죠. 이게 운동이죠.
물대포 뿌렸다면, 다음날은 시위대가 확 줄어야 하는데,
더 늘어났다면, 그게 뽕짝을 부르든, 지루박을 추든 올바른 운동의 방향이고 시민 정신이라고 봐야죠.
좀더 무서운 시대가 온다면 소시민들도 많이 생기겠지만, 시민 의식의 확인이 촛불 집회의 교훈 아닐까 합니다.
점심 먹으면 맨날 롯데 이야그만 하던 동료들이 오늘 드디어 그랬어요.
노무현이보다 진짜 탄핵해야할 놈 아니냐고... 당근!!!

드팀전 2008-06-04 13:25   좋아요 0 | URL
전 딴따라가 되나 가지고...노는 방식의 적응에 빠릅니다.모든 종류의 새로운 놀이에 시선을 집중하지요.^^ 제 개인적인 자유주의적 딴따라 근성과 제 세대적 특성이 혼합되어서 그럴거라고 추측해봅니다.

노무현은 운이 좋았던 것 뿐입니다. 노무현은 비켜 간 것 뿐이지요. 그를 미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노무현 역시 신자유주의를 어쩔 수 없는,대한민국의 국운을 건,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마늘빵 2008-06-0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니까 주목받은 것도 없잖아 있다고 봅니다. 군화 짓밟기 말고도 처참한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고.

드팀전 2008-06-04 20:44   좋아요 0 | URL
특히 언론이 그랬는데...언론이 그랫다고 다른 분들까지 언론이 만들어 틀을 유지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돼겠지요

글샘 2008-06-05 19:04   좋아요 0 | URL
서울대에서 강력하게 따졌다잖아요.
그런데... 오늘 경찰에서 회견하는 거 보니깐, 역시 눈가리고 아웅, 입디다.
시청 앞 잔디밭 점거한 정치깡패 보니 이승만 각하 옆자리에 엠비를 눕히고 싶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