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새벽에 깻다.토닥여서 재웠는데...내가 잠이 오질 않는다.5시 30분 부터 눈이 말똥 말똥하다.조금 있으면 출근 준비도 해야되고...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인데 회사에서 졸지나 않을런지...

아침에 알라딘 산책을 나왔다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신간을 만났다.책 제목이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Musical Elaborations ) 이다.

내가 가방끈을 좀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을 때 몇 가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떠올려 본 적이 있다.유치원 아이들 장래의 꿈처럼 요리조리 왔다 갔다하는 꿈들이었다.대략....문화연구,미학,음악사회학,비판사회학...뭐 이런 정도였다.공식적으로 가방끈을 늘리지는 못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분야는 지금도 관심이 많고 그냥 교양 삼아 책을 읽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어차피 박사과정까지 공부할 것 아니라면 달려들고 싶지도 않다.(먹고 살기,아기 키우기 정말 팍팍하다.)

어디가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또 대충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나는 "석사쯤 되면 다들 뭔가 다르겠거니 했다."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좀 다르다.길게 보고 공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런데 '대략 석사'들은 '대략 난감' 이다.가방끈 짧은 내가 이해하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물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고 그들이 내 나이가 되면 더 앞서가리라는 생각은 있다만...아...아닌 경우도 있다.내 나이 또래의 늦깍이 학생 한명을 안다.

부산에 있는 한 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어서 한번 호기심에 물어본적이 있다."대학원 다닐만해요? 수업은 어떻게 해요? 나도 한 번 다녀볼까 해서"

 그 사람 왈.."나 일반 대학원 인데.." 그 말에는 자기는 일반대학원을 어렵게 다니고 있는..즉 저녁때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가방끈 늘려주는 야간대학원과는 좀 다르다는 뉘앙스를 품겼다.

일단 그 프라이드가 좀 웃겼지만 그 대학원에서는 뭘 배우는지 궁금해서 교수진들의 성향을 물어봤다.

대략 구조기능주의자들이 좀 많아보였다.그러다가...000 교수는 ...음 '일상성'이라고..(약간 뜸들였다.한 번 흘깃 보더니..'너가 이 사람 알까'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겠지) 앙리 르페브르라고 그런 '일상성' 쪽에서 유명하지요. 라고 했다.^^

그래서 속칭 비판사회학이라든지 푸코나 하버마스 부류들은 없냐고 물었더니.그녀가 한 말은

"음...푸코...그 동성연애자....뭐 현대사회학 시간도 한 강좌 있어요.곧 배우겠지요."했다.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몰랐다.

어떤 어린 동료 책상에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가 있었다.내가 보기엔 아마 그 친구가 추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그 사무실에서 그 책을 추천해줄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어보이니까...

알라딘의 어떤 님의 서평에 '대학생 300만의 역사 인식 수준을 초등학생 수준을 만들어 놓은 책'이라고 한 걸 본 적이 있다.나는 그 의미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나도 물론 대학교때 그 책을 가지고 공부했다.하지만 그건 분명히 그 당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국정교과서의 우편향 속에서 다른 공간으로서 숨통을 틔여준 것이다.이것은 뉴라이트의 역사관과도 상관이 없다.실제 훨씬 균형잡히고,다양한 역사 인식의 방법론으로 서술된 책들도 많다.민중없는 민중사관보다 미시사 역사서도 나오지 않는가...하긴 그 친구가 대학다닐때 열혈 NL이라고 했던가..

어쨋거나 호기심 충족을 위해 이 책 저 책 뒤적이고 있는 나에게 에드워드 사이드의 이 책은 군대에서 애인에게 받은 편지처럼 반갑다.(나는 방위 출신인데도 신병 훈련소에서도 편지를 받았다.물론 뒤에 가면 그녀가 등에 대고 칼질을 여러번 한다..뿡뿡...잘 사나 모르겠네..이젠 행복해야돼 ^^)

이런 빠샤 같으니라구....책 이미지 넣기를 해야지..

제목이 멋있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인 말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은 이런 상식으로 부터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통속적이고-또 경제 환원주의로 곧 잘 왜곡되는- 마르크스 미학의 편협성(?)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는 말은 보수주의자들의 대표적인 레테르이다.그런데 그 말은 어떤 의미에서 맞다.이렇게 한 겹 들어가서 뒤틀어보면 말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모든 것이 다 사회적이니까.."그런데 불행한 것은 현실에서 만나는 보수주의적 미학관은 '예술 순수주의'이다.

 

나는 극단적인 예술 순수주의자들을 만나곤 한다.그들은 종종 '예술'안에 모든게 다 있다고 떠벌인다.인생도 세계도 사회도 우주도...한켠로 들으면 그렇기도 하다.그런데 이런 태도는 너무 나이브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마치 바이칼호 속에 물고기들은 결국 호수안에서 육지들로부터 둘러 쌓여 있으니 전부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라는 태도다.그 순수지향의 철딱서니 없는 순수함에 박수를 보낸다.물론 이런 생각을 옹호하는 사람은 '당신이 깊은 예술의 속살과 접신'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신비주의전략을 내세우기도 한다.내가 접신의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접신이 과연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또는 어느 정도의 접신의 강도가 예술을 이해하는 스파크를 일으키는지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어쨋거나 종교적 느낌이 들정도로 예술과 접신한 분들과는 거리를 둔다.불행히도 종교가 세속적으로 종교답지 못한 것처럼 그런 순수지향 예술가들 역시-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예술의 순수지향과 자신의 세속성을 곧잘 화해시키곤 한다.(물론 이런 접근은 다분히 그런 예술가들에게 비비꼬인 나의 편견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를 들어가보니 미리보기가 있다.박횽규 교수의 옮긴이의 글 중 일부다.

"원제목 <Musical Elaborations >은 음악을 과도하거나 무리하게 애써서 변화시킨 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작곡가나 연주가에 의해 탄생한 음악이 사회와 역사 속에서 세련되어 진다는 긍정적인 것이다.즉 음악과 사회의 상호작용이 핵심인 셈이다.우리나라는 음악을 사회적이라고 보지 않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음악은 사회적이다'라고 보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견해는 훨씬 복작하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책 서론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에서 음악을 통한 개인적인 경험의 이상적인 순수성을 가능한 한 의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이 가장 내면적이고 가장 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작동하게 되는 공적인 맥락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의식하고자 했다."

"반복하여 말허건대,나는 이 글을 통해 음악학에 대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나의 주된 관심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문학 비평가이자 음악가인 나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화 영역으로서 관찰하는 동시에  특히 현대 문화연구 분야에서 최상의 연구 성과를 얻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주목해 볼만한 여러 관점과 사례를 그 속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서양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는 아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내가 '원더걸스'의 안소희라는 아이가 얼마나 유명한 애인지 최근에 알게되고 지루해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작년에 이효리보다 유명했다고 하데..."TELL ME ..Te Te...TELL ME"

근데 지금 몇 시야...나 출근 준비해야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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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1-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ㅍ...책 안보고 리뷰 쓴 것 같다.이걸 그냥 리뷰로 올려도 뭐라 할 사람 없겠는걸..페이퍼나 리뷰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탈영토화 되어버려서..

mong 2008-01-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목이 심하게 끌리자나요!
제목은 이러구선 등에 칼을 꽂는건 아닐지 흐흐
읽다보니 페이퍼가 더 재미있어지는건 뭐져 음냐

드팀전 2008-01-24 13:01   좋아요 0 | URL
몽은 내게 칼질하지마요...등껍질이 천년 묵은 거북껍질이어서 이제 죽이려면 아킬레스와 동일한 방법 외엔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