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잡지에서 문화적 차원에서 스포츠와 자신의 상관관계에 대해 쓴 에세이를 읽었다.글쓴이가 나와 비슷한 세대여서 여러가지로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내가 동네 야구에 입문한지 1년 지난 시점이었다.나는 독산동 OB베어스 공장을 찾아가서 어린이 회원이 되었다.당시 우리 집에서 독산동까지 가려면 보스를 두 번 갈아타야했다.어린이 회원 가입을 위해 조퇴도 다.내가 하도 조르니까 엄마가 어떻게 학교에 이야기를 해 놓으셨던 듯 하다.나의 우상은 21번 박철순이였다.긴 팔과 긴 다리에 프로야구가 생기고 처음 보는 눈 밑 반사반지 검정칠...하여간 그해 OB는 우승을 했고 다음해에 한 반 남자에들중 절반 쯤은 OB베어스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초등학교 때 나는 거의 매일 야구를 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다.그러다가 교련복을 입고 산으로 들어가는 불량 학생들을 간첩으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다.^^ 우리팀은 '보라매'였고 나는 투수를 했다.초등학교 동네 야구팀은 주로 학급 별로 팀의 이합집산이 있었다.즉 반이 바뀌면 그 반을 중심으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곤 했다.그러나 우리팀 '보라매'는 4년 가까이 연합팀으로 유지되었다.당시로서는 아주 드문 경우였고 우리팀 밖에 그런 경우가 없었다.물론 선생들이 주도하여 각 반 별로 야구시합을 할 때는 우리팀 선수들은 각 반 별로 뛰었다.그러나 졸업할 때가지 '보라매'팀은 유지되었다.나의 지랄 같은 카리스마가 큰 압력으로 작용했다.탈퇴하면 '배신자' 취급을 했기대문이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야구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일단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대신 이제 농구에 꼽혔다.당시 국내 농구는  '삼성과 현대'의 양강 체제였다.이 두 팀은 국가 대표를 양분했다.이충희,박수교의 현대와 김현준,신동찬의 삼성...감독은 방열과 김인건 이었다.모든 면에서 용호상박의 팀이었다.나는 멋진 페이더웨이를 보여준의 현대의 충희를 좋아했다.내 여동생은 오빠 덕에 농구를 봤고 오히려 삼성을 더 좋아했다.지금은 고인이 된-뱅크슛이 멋있었던-전자슈터 김현준을 좋아했다.나는 거의 매일 농구를 했다.점심 시간에 하고 방과 후에 하고...중학교 1학년 때는 우리반에 씨름선수 출신이 있어서 그 친구들과 놀다가 씨름도 좀 했다.중 2 때 학교 체육대회에서 우리반 대표로 단체전에 갔다.2학년 씨름 단체전 우승을 하기도 했다.중 2 때 그 반은 공부는 매일 꼴지였는데 운동은 잘했다.물론 우리 학년 중에서 가장 깡패(?)와 날라리가 많았던 반이었다.학기 초에는 폭력이 일상이었다.나도 제일 센 놈하고 붙지 못했지만(그 녀석은 중학교 2학년때 학교 짱이었다.)그의 '따가리'들 하고는 진짜 자주 싸웠다.좀 과장하면 어떤 달은 매주 토요일 쌈질을 해야했다.다행히 '학교짱'은 자기 따가리라고 1:1 싸움에서 편들어주지는 않았다.그냥 지들끼리 관전하거나 훈수를 두었다.가끔 어느쪽에서든 책상이나 쇠로 만든 쓰레받기 같은 것들이 손에 들려지면 그걸 제지하는 정도로 개입했다.

중학교때부터의 농구사랑은 고등학교 때까지도 이어졌다.매일 체육시간에 하고 쉬는 시간에 하고자율학습 시간에 했다.오죽했으면 체육선생님은 '야..너는 오늘 체육시간에 농구하지 말고 축구해'라고 했겠나.하여간 그렇게 해대는데 잘하지 않을 수가 없다.대학교 때도 나는 우리 학번 대표로 선후배들과 한 학년 전체 식권내기 게임에 자주 참가했다.(회사 와서도 회사체육대회를 하면 농구대표로 나가는데 ..여긴 워낙 무대뽀여서 좀 피한다.) 90년대 농구붐에 불질을 한 것은 NBA의 마이클 조단이다.아...정말 위대한 20세기의 대머리다.(한국에는 가장 추악한 20세기 대머리도 산다) 마이클 조단은 위대한 선수다.그의 플레이는 아름답다.농구를 즐기면서 이기는 경기를 한다.조단 은퇴 이후 그랜트 힐,앨런 아이버슨,빈스카터,코비 브라이언트..최근에는 르브론 제임스 등이 포스트 조단으로 등장햇지만 NBA의 침체를 살려내진 못하는 듯 하다.그들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마이클 조단은 그 보다 한 수 위다.그에게는 '무게감'이 있다.기술적으로야 다른 선수들도 조단만큼 할 수 있다.그러나 경기를 장악하고 팀원에게 신뢰를 주는 그 무게감은 아직 포스트조던 후예들이 갖추지 못한 것이다.

요즘은 '하는'스포츠를 거의 하지 못한다.대신 보는 스포츠나  모니터 앞에서 하는 스포츠만 가끔 즐긴다.NBA가 떠난 자리에 유럽축구가 들어왔다.박지성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의 시청자들도 많이 늘었다.나 역시 수준 높은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가끔 TV 모니터 앞에서 축구를 본다.프리미어 리그를 자주 볼 수 밖에 없지만...내가 좋아하는 팀은 외계인이 있는 '바르셀로나'이다.호나우징요의 플레이는 정말 창의적이다.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바람의 다리를 가진 메시와 아스날에서 넘어간 앙리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앙리가 바르셀로나에 적응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챔스 리그 리옹과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봤는데...주워먹기 한 골 넣었다.

어쨋거나...마이클 조단이 경기장에서 뛰는 것을 다시 볼 수 없겠지만...붉은 유니폼에 23번을 단 그의 지난 화면만 봐도 즐겁다...나이키를 먹여살려준 조단.거기서 만든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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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0-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영상을 보니 정말 불세출이란 말이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비로그인 2007-10-1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츠 신문에서 이충희의 라이벌로 김현준을 꼽을 때마다 답답했는데 여기 신동찬을 기억하는 분이 계시군요. 저도 현대를 응원했지만 이충희 킬러에다가 결정적일 때마다 한방씩 터뜨리는 신동찬이 뛰는 동안은 사실 현대가 삼성에게 조금 밀렸지요. 신동찬이 은퇴하고 현대에 이원우가 가세한 다음에야 대등하거나 살짝 우위의 경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조단과 같은 독보적인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대의 경향이 그런지 요즘 선수들은 힘과 기술에서는 예전 선수들 보다 나을 수 있어도 기본기와 성실성, 승부근성에서 예전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