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사랑니를 뽑았습니다.30년 이상 나의 일부였지만 볼 수 없었던 사랑니와 잠시 조우했습니다.6조각으로 나뉘어진 사랑니 사체가 은빛 트레이위에 놓여있었습니다.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랑니.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산산조각난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의사선생님은
"10여년 사랑니를 뽑았지만 제일 큰 사랑니였어요"라고 했습니다.그래서 6조각으로 분리를 했나봅니다.
제가 사랑에 많이 아파하는 동안 사랑니 역시 붉은빛 잇몸 속에서 저도 아파하며 눈물을 참았나봅니다.그래서 어금니보다 더 커버린-이제는 조각난-사랑니가 되었나 봅니다.
짧은 만남과 작별하고 약봉투를 하나 들고 회사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마취가 깨어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 밖에 없지요.
빔벤더스의 영화 제목 <페널티킥을 맞이하는 골키퍼의 불안>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예전에 썩어버린 어금니를 뽑고 지하철 안에서 끙끙거린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납니다.너무 아파서 '우..우' 하고 신음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처다봤습니다.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손으로 볼을 잡고 이를 뽑았다는 시늉을 연신 내었지요..사람들은 고개를 돌렸고 나의 증명이 어지간히 먹혔다고 생각하며 계속 끙끙 거렸습니다.
치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 사랑니와 내 사랑의 기억만큼 아프겠지요 ㅜㅜ
마취가 풀리기를 기다리며..ㅜㅜ 잘가 사랑니,한번 만나고 헤어진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