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기간에 아주 오랜만에 풍월당에 갔다.풍월당은 더 거대해졌고 더 럭셔리해졌다.그랜져에서 BMW로 변신했다.실장과 약간의 담소를 나누고 커피도 두 잔이나 마셨다.사장이 왔는데 ..나는 최실장이 인사시킬까봐 저기 멀리로 떨어졌다.물론 나는 박사장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나름대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화도 나누었다.그렇지만 이래 저래 인사치레 섞인 말들을 섞기 싫었다.또 너무 오랜만이어서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로서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이래저래 해서 그들과 뚝떨어져서 열심히 음반이나 봤다.음반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대화 내용으로 봐서 음악하는 듯 보이는 내 또래의 여자와 그녀의 친구를 봤다.음악하는 여자로 추정되는 그녀의 목소리는 동물원에서 침팬지와 원숭이를 구별할 줄 안다는 자부심으로 좀 듣기에 컸다.

 "어...지난 연주때 말이지.이 걸 했거든....브뤼헨이 연주하는 슈베르트는 없나본데.."

내가 테니스 동호회 같은데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이유가 저런 원숭이와 침팬지를 구별할 줄 아는 인간들의 자부심 섞인 큰 목소리때문이다.신입 회원들에게 어찌나 가르치려 드시는지...가끔 일 하다 그런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는데 ..예를 들어 MTB 동호회 같은거...좀 한다는 사람들이 아줌마 회원들한테 끝없이 조잘댄다.딴에는 잘 가르쳐주려는 의도이겠으나 그것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그 원숭이와 침팬지를 구별할 줄 안다는 자신감이겠지...

나도 조심해야된다..나도 어디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닐지 모르니까 ㅜㅜ

어쨋거나 풍월당의 음반은 정말 많았고...보는 즐거움은 컸다.하지만 돈도 별로 없고 들을 시간도 별로 없어서 몇 장 사지는 않았다.대신 부산에 내려와서 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25% 할인을 해서 또 몇 장을 샀다.

일 트로바트레...2006년 독일 브레겐츠 페스티벌 실황이다.이 페스티벌은 특별하다.무대가 야외 호숫가 물 위에 세워지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수들은 핀마이크를 달 수 밖에 없다.일 트로바트레는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이번 연출은 무대를 정유공장으로 바꾸었다.일 트로바트레의 내러티브에 '화형'신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꽤나 어울린다.여기서 백작은 정유공장 자본가이다.만리코는 쫓겨난 노동 지도자로 분한다.유명한 대장간의 합창 중 대장간 징소리가 여기서는 노동자들이 장비를 들고 정유공장 벽을 두드리는 소리로 대신 된다.

<알레그리: 미제레레>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바흐 이전의 종교음악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다.그래도 이 음반의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다.최근에 좀 저렴하게 리팩키지되어 나왔다.시편 51장을 가사내용으로 하는 성악곡이다.이 곡은 모차르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모차르트가 지나가면서 한 번 듣고 암보했다는..종교곡들을 자주 듣지는 않지만 가끔 찾아듣고 싶을때가 있다.

<아리아가: 현악 사중주>

최근 비오는 출퇴근 길에서 이 음반을 듣는다.20살이 되기 며칠전에 죽은 스페인의 작곡가 아리아가.그의 현악4중주 음반이다.교향곡과 함께 그의 가장 유명한 곡이다.불안하고 떨리지만 금새 어디론가 튀어오를 것 같은 젊음의 약동이 있다.마치 봄날 아지랑이를 보고 불안해지는 마음과도 같다.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카잘스 사중주단은 젊어 세상을뜬 작곡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듯 하다.

<쿠프랭: 키보드연주곡 제3집>

쿠프랭의 키보드연주곡 제 3집이다.안젤라 휴이트의 연주다.사실 나는 쳄발로나 클라브생,포르테 피아노의 소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그래서 바흐나 그 이전 작곡가들의 키보드 음악에 원전 악기를 고집해야 한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휴이트는 원전악기의 특성을 단호히 단절하고 쿠프랭의 음악을 현대피아노의 울림에 맞게 바꾼다.낮 시간에 와이프가 집에서 잘 들었다고 했다.

<프랭크의 피아노협주곡 2번>
프랭크는 그 자신이 피아노의 대가였다.베토벤처럼 아버지의 손에 이끌여 피아노에 정진했다.하지만 그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찾기란 쉽지 않다.풍월당에서 한 장 남아 있던 음반을 들고 왔다.풍월당 소개글에는 이 녹음 하나뿐이라고 했다. 낙소스니까 이런 음반이 가능하다.1악장만 들어봤는데 주선율이 인상적이다.그런데 깊이보다는 기교를 우선시하는 파가니니곡을 듣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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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0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중 많이도 지르셨네요,,,ㅎㅎ
전 지르긴 커녕 딸아이가 연주하는 음악 듣는게 고역이에요.흑
예선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래도 오늘 저녁엔 헨델 바이올린 소나타 4번을 그럴듯 하게 하긴 하던데,,,
불안해서 사실 암 음악도 못듣는거지요, 뭐.

쿠프랭 땡기는데요,,,프랭크의 피아노협주곡도 듣고 싶고,,,아

글샘 2007-09-02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공장의 일 트로바트레가 멋진 아이디어 같네요.^^
아, 원숭이와 침팬지와 고릴라를 구별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바밤바 2007-09-0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숭이랑 침팬지 구별하는거 보다 침팬지랑 고릴라 구별하는게 더 어려운거 같은데.. ㅎ
비유 멋지네요~ 젠체하는 사람들은 오지랍도 넓은거 같아요~ 소심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낫던데..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