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역사
엘 피스곤 지음, 김명신 옮김 / 부광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거리의 떠돌이 마초로가 미국 국경을 넘는다.제 2의 빌게이츠가 꿈인 그가 사막을 건너 만난 곳은 직업 컨설던트 카산드라 카레라의 상담소.엘도라도를 꿈꾸는 그에게 카산드라의 컨설팅이 시작된다.본격적인 컨설팅에 앞서 카산드라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알려준다.

<마로초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는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 역사책이다.만화는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정치만평을 생각하면 된다.한 컷 한 컷이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는 의미심장한 만화들이다.분량의로 보면 절반 정도는 봉건주의 부터 자본주의 성장기까지 다루어진다. 나머지 절반은 현 체제로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탄생과 결과에 대해 그리고 있다. 옛날 이야기를 비교적 짧게 다루었다는 것은 저자의 눈이 현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부르주아는 구 체제를 전복할 진보 세력으로 존재하였다.그리고 그들은 다수의 평등과는 관련이 없이 일부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체제를 만든다.그게 바로 '자본주의' 라는 것이다.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하는 일관성을 갖고 있었다.부르주아 계급은 부가 두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노동과 천연자원이 그것이다.당연히 그들은 이 둘을 착취한다.거기에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술혁명은 대량실업을 낳게되고 노동자들은 더 적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된다.자원확보를 위해 자본주의가 택한 방식은 식민화 경제이다.그들은 대포와 군화발을 앞세우고 아시아,아프리카 등을 새로운 천연자원의 획득 시장으로 또 상품의 판매시장으로 활용한다.19세기에 들어서면 새롭게 재편된 시장의 헤게모니를 두고 자본주의 국가간에 갈등이 생긴다.세계 전쟁이 발생한다...1917년 자본주의에 대한 민중의 두려움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소련의 사회주의는 인간의 진정한 해방을 이루어낼수 없었다.자본가들은 그 체제가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관여치 않는다.그들은 소련의 관료들과 결탁한다.사회주의 국가들에는 독재 체제가 들어선다.그러나 그건 기업가들에게 상관이 없다.

만화를 읽고 있으면 자본주의 역사를 상영하는 단편영화관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그리고 문득 현재 체제에 묻어 있는 피비린내와 탐욕의 냄새에 코를 막게 된다.만약  책상에 앉아 있다면 발 끝을 땅으로 부터 떼어내고 싶은 충동이 들지도 모른다.

소련의 사회주의가 국가사회주의로 변절되었을 지라도 저자는 사회주의의 정신이 2차 세계대전후 자본주의의 문제를 바로잡는데 기여했다고 말한다.복지국가의 담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복지국가의 담론도 채 50여년을 버티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다.기업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노동계급은 추락하고 빈곤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다국적 기업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세계의 노동자여,포기해라'라고 말한다.미국은 터무니 없는 전쟁을 계속함으로써 자신의 경제를 끊임없이 돌아가게 만든다.

저자가 멕시코 출신이라는 것은 최근 한미FTA 협상을 멋드러지게 해치운 우리에게 상징하는 바가 크다.세계화라는 이름의 '야만적 자본주의'가 국민 경제와 그 영역 안의 사람들을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보여준다.세계화는 경제 식민화를 통해 국민국가의 틀을 흔드는 거대한 기획이다.그 흐름은 너무 거대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또 직접적이기 때문에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접근하다가는 함께 공멸의 수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물론 어찌 되도 기업가들과 일부 상류층은 문제 없다.)

저자는 '세계화가 두려운 사람들이여,단결하라' 라고 말한다.정말 궁금한게 이 점이다.한미 FTA 협상이 있을 때 나는 두려웠다.그 결과가 미칠 일상영역의 변화때문이다.심각하게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아니어도 자본의 힘의 논리에 질질 끌려다니며 회사가 시키는 데로 할 수 밖에 없는 강아지가 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정부의 FTA 홍보가 성공적이어서 그럴 수 도 있다.하지만 그 보다 발등에 불 떨어진게 아니니까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정답처럼 보인다. 최근에 어떤 사람은 그런 말도 했다 .

'뭐 국가가 하는거에 그렇게 반대하지 맙시다.국가가 다 잘돼어야 우리도 잘 사는 거니까.그리고 실제 피해가 있는 분야도 있겠지만 9를 위해 1이 희생되는건 어쩔 수 없지요.요즘 세상이 그렇잖아요.'  회의 중에 발끈해서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반FTA인데요...만약 5를 위해 5가 희생되는 상황이면 어떡하지요?(사실 1을 위해 9가 피해본다면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죽여서 이야기했다)' ..

'뭐 그렇게 본다면 어쩔수 없지만 어쨋든 균형감각을 갖자구요.' 내가 보기에 이 친자본주의자이며 개발론자인 이 분은 사실 '신자유주의'가 뭔지 책 한권도 읽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그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경전이 있다.그 경전의 십계명은 이렇다.

"1.시키는 대로 하자....2.시키는 대로 한다 ...3.시키는 대로 하는것이 좋다...4.시키는대로 다시 한다...."

아인슈타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줄 서서 걷는데 머리는 필요 없다.그건 척추의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잘못 말했다.줄서서 걷는데도 머리는 필요하다.어떤 줄에 설 것이냐? 어떻게 따라가야 밉보이지 않고 오래 오래 충견이 될 것이냐? 대학 졸업후 회사 생활 10여년에 머릿 속에 고작 남은게 그것이라면 도대체 인생을 왜 사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줄서서 가는데만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어디 어제 오늘 일이냐만은 요즘은 그런 것들때문에 좀 지친다.(이것도 순환과정을 거쳐서 곧 회복될것이긴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는 '무사고는 죄다'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제발 제발...'왜 그렇지?' 라고 묻고 좀 살자.뭐든 좀 묻자.....WHY ?

<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쉬우면서도 핵심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이다.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단점은..자본가와 다국적기업,미국 등을 '악'으로만 묘사한다는 점이다.(삐라의 특성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똘이장군 생각난다.) 사실 '적'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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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7-04-30 22:49   좋아요 0 | URL
리뷰 참 좋아요. 드팀전님께서 추천하시는 책이라면, 당근 믿고 삽니다. 애들한테 읽혀도 좋을까요?

드팀전 2007-04-30 22:58   좋아요 0 | URL
ㅋㅋ..의식화 교육시킨다고 압박 받으실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