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0시 넘은 시각,예찬이를 재우러 와이프가 방에 들어간 사이 핸드폰 벨이 왕왕울렸다.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전화란 말인가? 애써 재운 예찬이가 깰까봐 아픈 허리는 잊어버리고 허겁지겁 핸드폰을 열었다.솔직히 짜증이 났다.이제 좀 쉬려는데....조용조용 화장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친구였다.

'어...그래.늦은 시간에 왠일이냐?'

'응..잘지내지...철수(가명)가 이달말에 MBA간다고 그래서 그 때 한번 보자고'

'그렇구나.(도대체 그것 때문에 야밤에 전화를 하냐.곰탱아..뭐 대단한 일이라구)..근데 요새 애들은 왜 MBA가면 연락안하다가 다들 한번 보자고 그러냐? 몇년전에 영철(가명)이도 그러더니..뭐 유새하는것도 아니고.그래봐야 자본주의 노예상하려는 건데..(웃기는 놈들.그냥 조용히가면 되지.안보던 친구들 다 찾고 난리야.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환송해주러 갈일도 없는데...요즘 천지에 깔린게 MBA인데...푸훗)

'음...그러냐..잠깐 기다려' ....친구가 전화를 바꾸어주었다.

'어..나 철수다.잘지내지'

'(허거덩)..오..그래.오랜만이야.미국 간다매.어디로? 아이 데리고 가냐? 다니던 회사는? 어...그래,그래.내가 올라갈 수야 있겠냐...음..나야 촌에서 그냥 저냥 지낸다.야...무슨 지역유지야? 그건 다 옛말이고..우리 회사이야기는 아니다...그래,그래...2년쯤 걸리냐.갔다와서 한번 보자...'

대학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술을 먹고 있었나보다.

그 멤버들은 대학 1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다.함께 당구를 배우고 함께 미팅도 나가고 함께 공강시간에 하숙집에서 50원짜리 고스톱도 쳤던 친구들....그런데 2학년 때부터 내가 조금씩 그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연애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요샛말로 코드가 조금 달라서였다.나는 다른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들대로 또 비슷한 취향의 친구들을 영입(?)했다. 나는 비교적 소속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어서 여기 저기 끼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거래(?)하는 그룹이 있긴하다.

 부산에서 10년 살다보니 친구들과의 교류가 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아마 많은 친구들을 동시에 만난 것이 3년전 나의 결혼식때였던 것 같다.그 이후 다른 친구들의 집들이니 그냥 번개니 해서 서울에서 모임은 있었지만 내가 갈 수는 없었다.거리상의 문제말고도 나의 까탈스러움도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내가 기억하는 친구들은 대개 10여년전의 이미지에 고정되어 있다.간혹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너무 다른 세계에 있구나 하고 씁쓸할때가 있다.그런 일이 잦다보니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닥 즐겁지만도 않다.

전화를 끊고 나서 와이프랑 강냉이 먹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친구들 내려오면 집에 와서 술먹어.재워줄께'

'싫은데...'

'왜...자기는 이상하네'

'글쎄....좀 귀찮고... 내가 신경써줘야하는게 부담스럽고 그래'

'그럼 자기 친구 중에 자기랑 맞는 사람은 누구야?'

'글쎄...00, @@ 이 정도..근데 그것도 요즘은 모르지' (진짜 까다롭긴 한가보다.)

'자기랑 요즘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바람구두' 아니야?'

'그런가...꼭 그런건 아니구.또 직접 만나서 노는 사이가 아니니까...거리를 두고 글로만 만나니까 그렇지.그러고보니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인터넷에서 실체없이 글로만 아는 사람들이 친구들보다 더 코드가 맞다고 느끼니까 말이지.'(진짜 그렇다.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 이야기가 잘돼는 것은 불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음...그래도 나랑 요즘 가장 잘맞는 사람은 자기인것 같아.^^ '

뭔가 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바람구두에게 저작권을 얻어서 문화망명지 부산지점을 하나낼까?  충성서약도 하지 않았으니 (^^) 프렌차이즈를 해 줄리 만무하다.그렇다면 지난번에 모였던 알라딘 부산멤버들을 꼬드겨서 독자브랜드를 만들까...아니야....아니야...다들 취향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달라서 그것도 쉽지 않아.회사에서 애들 꼬셔서 뭘 하나 만들까......

에이 귀찮다.....당분간 그냥 가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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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4-2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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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생각하지만, 쉽지 않지요.
더군다나 애기랑 알콩달콩 사는 재미와, 종일 아이에게 시달린 아내에게 봉사하다 보면 하루는 너무도 짧습니다.^^ 재밌게 사세요. 가장 잘 맞는 아내랑~~

마늘빵 2007-04-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프 모임을 추진하세요.

마노아 2007-04-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이 이렇게 유머러스할 줄 몰랐어요^^ㅎㅎㅎ

드팀전 2007-04-2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무흣....'봉사'라고 하면 무언가 해주는거잖아요.저희 와이프는 그런 언술에 대해 무척 열받아한답니다...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는게 왜 봉사냐는거죠..^^ 당연히 해야하는걸 '봉사''..해준다' 라고 말하는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맞는 말인거 같아서 요즘 주의한답니다.그래도 가끔 ''자기야 뭐 도와주면돼..' 이러고 있습니다.
아프락사스님>오프 모임...글쎄요.가끔 한번 씩 만나는 거야 뭐.
마노아님>그랬습니까 ?? 제가 온라인에서는 별로 재미있지 않아요.그렇다고 오프라인이라고 재미있는건 아니지만.. 즐거우셨다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