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파르티잔

                       서정춘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남쪽의 봄은 종종걸음을 칩니다.안그래도 짧은 봄이 지구를 데우는 인간들로 인해 더 짧아질 듯 보입니다.<침묵의 봄>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라진 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최근에 나오는 기상예측도를 보면 수십년 후에는 남쪽지방은 아열대 기후로 들어선다고 하더군요.어제 신문에서는 아열대 기후에만 산다는 어떤 나무가 발견되었다는 것도 언뜻 보았습니다.아열대가 된다고 봄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 천년을 거쳐 내 몸에 각인된 '고향의 봄'이 가진 보송보송한 봄의 기억들은 흐려질 것 같습니다. 

요즘은 답답한 마음에 이민갈까...생각해보곤 합니다.현실이 막혀있을때 도피를 꿈꾸는 것은 자연스렁 인간심성인가 봅니다.가끔 농담삼아  '종교에 귀의 하던지..이민을 간다.' 고 말하곤 합니다.'종교'에 귀의하는 것이 가능이야 하겠습니까만...바깥의 문제에 귀를 닫으며 '내면의 탐구'라는 이름으로 숨을 수는 있을 듯 합니다.세상이 어찌되든 일하는 환경이 어찌되든 문제를 '내 안에서' 찾고 '다른 세계'에서 답을 찾는 다면 현실의 압박이 주는 불편함에서 편안해질 것 같긴 합니다. 탈사회화한 관점으로 탈관계화한 관점으로 '노자,장자'를 읽고 '불경'을 읽으면 될 듯 합니다.짖는 것들은-그것이 공격이든 저항이든- '궁극의 지혜'를 모르는 자들도 배제하고 귀 닫고 눈 막고.....결국엔 외부에서 보면 '순응'이고 -과거에 있던 내가 그렇게 보는 것이지 -'내면'으로 들어가면 그닥 괴념치 않을 듯 합니다.이렇게 해야 하는 건가요?

수년전에 외국나가서 공부하려고 외국 대학 사이트들을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뉴욕에 가서 미학이나 대중문화학 같은 것을 공부해보고 싶었지요.한 몇 개월 그러다가 말았습니다.그 때 만약 갔더라면 결혼은 언감생심이었을 듯 하고 -예찬이도 없겠군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듯 합니다.(역사에 가상은 참 부질없네요.) 요즘은 이민 생각이 나서 처음으로 이민관련 업체들의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현실의 답답함도 있었고 한겨레 21에서 봤던 김규항의 교육칼럼도 예찬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김규항 칼럼의 내용은...과거 군부정권때보다 자유로와진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딱 한 계층만 예외다.아이들..... 아이들은 무한경쟁의 틈에서 살아가고 있다.20년동안 감옥에서 구속되어 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서 어떤 가치로 세상을 살아갈수 있을까..그 아이들이 만드는 사회가 과연 희망적인가...좌파든 우파든 이것을 막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공멸한다.....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만만한게 호주,캐나다,뉴질랜드이더군요.그러나 그것도 돈이 있던가 기술이 있어야 가능했습니다.대개 손으로 하는 직업들이 기술이민에서는 선호되고 있었습니다.배관공,전기기사,용접공,요리사....제가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더군요.옆에서 있는 동료가 아는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중국음식점하는데 중식 자격증따면 소개해 줄께요 하더군요.또 어떤 동료로 부터 직원중에 누군가 출근전에 일식자격증 따러다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캐나다에서 일식요리사가 인기인데 한국과 일본이들 외에는 할 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입니다.그래서 일식 자격증따면 이민가서 먹고 살길은 있다고....

 스스로도 이런 퇴행적인 상상이나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런데 도대체 이 사회에 무슨 비전이 있을까 ... 극단적인 선택만이 행복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여기에 묻어가면서 저항하는 척 하지만 아이들 학원 자정까지 보내지 않고 밤 10시까지만 보내면 더 나은 건지...

그냥 답답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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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4-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장밖으로 나가기 전 좋은 글을 만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