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글렌 굴드의 새로운 녹음이 나왔다.알라딘 음반 검색을 보다 그냥 저냥 컴필레이션 음반이겠거니 생각했다.무심코 클릭 했다.글렌 굴드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다.굴드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두 종류가 대표적이다.55년 그의 첫 녹음과 81년 녹음.두 음반은 같은 사람의 연주지만 또 완전히 다른 연주다.그래서 음반 애호가 사이에서도 두 종류에 대해 선호가 나뉜다.55년 연주가 훨씬 빠르다.

자켓 디자인은 시리즈에 따라 다르다.LP 자켓형.SONY 굴드에디션 형....이러저러한 에디션이 있으나 전부 55년 아니면 81년 음원이다.

앞의 것이 55년 연주, 얼핏보기에도 머리숱이 많아 보이지 않는가?

 

 

새로 나온 음반은 이것이다.하이브라이드 SACD 로 나왔다.

 이 음반은 55년 녹음을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음반이다.즉 앞의 음반과 동일 음원이다.자켓만 바꾼 거라고...문제가 그렇지가 않다.녹음과 관련된 미학적인 문제를 던지는 새로운 음반이 나온 것이다....이 음반은 자못 충격적이다. 이것은 55년 글렌 굴드의 녹음 음원을 가지고 그의 페달링,타건압력,음량 등 모든 것을 컴퓨터 데이터화 해서 그가 사용했던 야마하 피아노로 재연주한 것이다.

즉 글렌 굴드의 연주정보 자체를 그대로 수치화해서 피아노로 재현하는 방식이다.그리고 그 소리를 녹음해서 음반화 한다. 기존의 리마스터링이란은 대개 원본 마스터를 가지고 소음을 없애느니 밸런스를 조정하느니 하는 차원의 것이었다.이건 완전히 다르다.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실험이 여기까지 왔다.기술복제시대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그러나 한번도 이런 방식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전에 자동 피아노라는 장치도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실험방식이다.자동 피아노 전성시대에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연주를 펀칭해서 자동 피아노로 재현하는 방식이 성행했다.물론 자동피아노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수환이었다.이것은 얼핏 보면 하이브라이드 자동피아노 방식과 유사하다.천공을 하는 대신 0과 1로 데이터화한 차이이다. 

이 연주는 아마 올 상반기 가장 화제가 될 음반임에는 틀림없다.찬반 양론도 많을테니 더 뜨거운 감자가 될 듯 하다.

이것은 글렌굴드의 연주인가 아닌가? 녹음된 음반은 아우라를 갖는가? 실제 녹음도 시간이 지나면 연주와음반 자체가 개별화된 작품처럼 고정화되는 경향이 있다.실제적으로 음반과 음반 속에 녹음된 연주 자체가 하나의 아우라를 갖는다.글렌 굴드의 55년 녹음은 그 자체로 아우라가 있었다.그렇다면 이것은 뭐란 말인가? 글렌 굴드는 녹음이라는 통조림 음악을 좋아했다.스스로도 녹음 테이크를 조합하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그렇다면 이것은 글렌 굴드가 좋아했을 방식일지도 모른다.글렌 굴드라면 55년 녹음과 81년 녹음을 가지고 또 제 3의 음반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녹음과 음악 사이의 미학적 질문들을 많이 남기게 될 음반이다.기술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이런 논쟁은 더 많아 질 것이다.

이것은 글렌 굴드인가? ...그 대답 자체도 무의미할 수 있다.이중 무엇이 글렌 굴드란 말인가?

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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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4-0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 글렌굴드글렌굴드글렌굴드..^^

root 2007-04-0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 연주의 모든 조건이 들어갔다면 굴드의 연주라고 생각됩니다만,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복제라 하더라도 원 연주자의 모든 조건을 흉내내기는 불가능하므로 전 그냥 유사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팀전 2007-04-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의 모든 조건'에 55년 당시의 기술적 한계나 녹음방식의 한계까지 포함된다면 맞는 말이겠지만...
우리가 음반으로 듣는 모노녹음의 푸르트뱅글러와 진짜 푸르트뱅글러의 소리는 다르겠지요? 만약 음반 자체를 연주자의 완성된 작품으로 인정하고 가치를 부여하면 그 기술적 한계를 포함한 음반으로 만나는 음악 자체가 손 댈 수 없는 아우라를 갖게됩니다.좀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교향곡 9번 바이로이트 음반을 기술이 발전해서 5.1채널 DTS로 만들어내어도 그건 '모노녹음의 짝퉁 유사품'이 되어버리는 셈입니다.실제는 그것이 바이로이트에서 당시 사람들이 들었는 음에 더 유사하더라도 말이지요... ... 제가 관심을 갖는 문제는 이것이 글렌 굴드냐 아니냐가 아니고 기술 발전에 따라 그에 조응하는 음악 미학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랍니다.
허밍은 안들어갔다고 하던데..^^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술 발전에 따라 그에 조응하는 음악 미학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느냐'
그러고 보니 이거 정말 생각해 봐야할 문제내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위의 예뿐만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재현방식들이
사용되어 음반으로 나올텐데요.....
아니 인터넷 시대이니 만큼 음반에서 멈추지 않을듯 한데,,,,,,

일단 저의 짫은 지식으로는 어떻게 될 거라는 말을 하진 못하겠네요.
(드팀전님의 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듯한데 감히-_-;;;;)
하여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kham 2007-04-14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까말까 고민중인데 (비싸지는 않은듯)
이 글을 읽으니 더 아리송해집니다.

그래도 잘 읽고 가요~

주니11 2007-04-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듣는다면 바로 굴드라는 느낌이 들거라 생각되네요. 연주자의 연주가 매일 똑같을 수도 없는 것이구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굴드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 가격도 저렴하니 하나 장만 하느게 좋지 않을까요?

Orange 2007-06-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플이 왜 이 CD에 붙어 있죠?
암튼, 전 81년 연주를 좋아합니다. 도입부 부터 무척 느리죠!! 커피한잔 타올 시간은 되더군요... ㅋㅋㅋ 아조 조용히 연주하는 부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