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 텔레토비에서 해피밀까지, 키즈 산업은 어떻게 아이들을 지배하게 되었나
줄리엣 B. 쇼어 지음, 정준희 옮김 / 해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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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니 새로운 브랜드들을 알게된다.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맥클라랜,치코,베베카,브라이텍스 같은 상표가 요즘은 낯설지 않다.하지만 처음부터 그런것은 아니다. 몇 달 전 일이다. 아기 유모차를 사려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했다.나는 약간 놀랐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브랜드를 알고 있고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진 을지로의 '프린템스'백화점이 사실 라디오 광고로 많이 들었던 '쁘렝땅' 백화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비슷했다.) 왠지 몰라도 아는척 해야 덜 쑥스러울 것 같은 묘한 감정이 일었다.미루어 생각컨데 아이가 커가면서 나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새로운 브랜드들을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줄리엣 B 쇼어의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우리의 아이들이 상품에 어떻게 포위되어 있는지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이 책에도 언급되고 있는 <나이키는 왜 짝퉁을 낳았는가?>가 청소년들의 소비주의 문화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면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조금 더 연령을 하향화 하여 '트윈세대' 라고 하는 4-12세 (우리로 치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아이들에게 만연된 소비주의문화의 본질을 읽어낸다.미국의 기업환경과 시장규모,관련 제도들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사례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 책에서 여러번 지적되고 있는 '어린이 광고'에 대한 규제 같은 것들이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또한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상업화되고 있는 학교를 그리는 장은 미국에 비해 교육의 공적기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강한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미국의 경우 기업 스폰서가 수업 커리큘럼을 제공하기도 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정보를 얻어내기도 한단다.물론 해당 학교에 기부금이 들어간다.석유 메이저가 만든 환경관련 교재가 어떤 이데올로기를 함의할지는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마케팅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상황이어서 우리가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미국화를 선진화로 믿는 나라이다보니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효한점이 상당히 많다.

우리의 아이들의 사회는 점점 더 소비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2002년 미국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구매력은 과거 10여년 전에 비해 약 400% 증가했다.또한 7살 정도의 아이들이면 300여개의 로고를 구분할 수 있다.아이들은 점점 더 광고에 많이 노출되고 있으며 브랜드 상품의 소유를 사회에서 인정받는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무슨 아이들이 벌써 그러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게다.사회학적으로 최근 트랜드를 못쫓아가고 있는 것이다.닐 포스트먼은 '유년기 소멸론'을 주장한다.텔레비전이 인쇄문화를 대체하면서 아무런 훈련없이 아이들을 성인용주제에 노출시켰고 문화적 트랜드 역시 유년기를 손상시켰다고 본다.또한 양육방식 역시 '게이트키퍼'에서 '평등'쪽으로 바뀐 점도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 세계로의 편입을 사고시켰다고 본다.

기업들은 아이들을 소비제국의 시민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한다.발달심리학을 이용해 '소비욕구의 자연화' (소비는 자연스렁 본능이라는 생각)을 퍼뜨린다.성별 고정관념 확산하는 성별구분 마케팅을 과학화한다.반기성세대 정서를 이용하기도 하며 차별성,가변성등을 특징으로 하는 '쿨'함을 이용한다.또한 이중메시지 전략을 이용하여 아이와 부모에게 다른 공략법을 개발하기도 한다.그리고 아이들의 '조르기'를  이용하여 부모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한 광고는 이 분야의 꽃이다.한 광고인은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광고는 제품을 갖고 있지 않으면 패배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광고이다.아이들은 특히 이 사실에 민감하다." 성인들의 경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정서적 안정성이 상품으로 인한 박탈감을 줄여 줄 수 있다.그러나 아이들의 경우는 직접적이다.컴퓨터게임 하나를 가지면 세상을 다 갖은 것 같고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무너지는지 안다. 광고인들은 아이들이 가진 특성들을 그대로 수용하여 마케팅에 활용한다.거기에 아이들이 가진 가치가 긍적적이냐 부정적이냐 하는 생각은 중요치 않다.광고는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일명 바이러스 광고가 그것이다.또한 또래집단의 중요성을 이용하여 입소문마케팅,알파키드(또래 집단내에 카리스마가 있으며 트랜드를 주도하는 아이,) 등을 활용한다.아이들에 대한 광고와 마케팅 전략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360도 세계를 창조하라' 즉 끊임없는 전면 공격을 통해 아이들의 요구로 부모의 지갑을 열게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문화가 아이들에게 주는 악영향은 무었일까? 줄리에 쇼어는 소비문화가 아이들에게 물질주의의 노예가 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이미 많은 아이들이 상품의 소유를 가지고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물질주의에 물든 아이들은 끊임없는 부족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소비문화는 강한 불만,만족을 모르는 욕망,비교 의식등과 관련있다.또한 자부심의 결여는 그것이 약물이든 술,담배이든 의존성을 높인다. 식품,음료등 정크푸드에 대한 광고들은 아이들의 비만이라든가 각종 질병등을 유발하는 복지상태에도 직접적 결과를 낳는다.(대부분 슈퍼에서 파는 과자,빵 그리고 맥도널드 햄버거등은 쓰레기에 가깝다.물론 나 역시 가끔 쓰레기를 먹는다만..) 대부분의 소비문화 연구는 소비주의문화가 또다른 유의미한 활동등을 제한한다고 말한다.TV를 보거나 쇼핑하는 것 말고 할 것이 무척이나 많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 두가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책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비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흥미롭다.반소비주의 트랜드에 기업이라고 가만히 있을리 없다.담론을 통해 이의 확산을 막는 것도 기업 마케팅의 몫이다.우선 광고가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신어린이 결정론'이라고 하는데 상품구매로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광고가 그 자부심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나이키를 신었는데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 에어를 신고 슬램덩크를 꽂았다면 뿌듯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앨런 캐너는 많은 청소년들이 소비문화를 따라가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한다.기업측은 어린이들이 점점 영악해져서 광고를 선별적으로 취급한다고 말한다.이부분은 맞는 말이지만 아이들의 광고에 대한 판단력의 성장을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보류해놓아야한다.줄리엣 쇼어는 광고시장의 성장을 두고 광고의 직접적 효과의 예를 든다.그러나 <혁명을 팝니다>에서 조지프 히스와 앤드류 포트는 반소비주의에 반대하며 광고의 성장이 매출의 성장과 직접 관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광고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효과정도로 보는 것이다.가장 흥미로운 것이 기업이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분이다.즉 나쁜 광고 나쁜 제품이면 아이들 사주지 말고 TV보지 못하게 부모가 할 일이지 왜 건전한 영업활동에 딴지를 거냐는 것이다.'부모책임론'이다. 줄리에 쇼어 역시 이 부문에 동의한다.그러나 전방위적 물량 공세 속에서 부모들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이는 문제를 개인화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소비문화와 키즈 마케팅의 도덕적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줄리엣 쇼어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우선 법과 제도의 정비이다.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와 마케팅,미디어에 보다 강한 규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쇼어는 네델란드,스웨덴 등 유럽의 예를 든다.또한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기를 권한다.대안문화라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을 뜻하는 바는 아니다.음식문화를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과외활동,실외활동의 확대 등을 위한 실천적 노력등이 이야기된다.(대안적 활동은 TV와의 거리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부모가 물질주의의 노예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또한 TV를 끄라고 말한다.TV를 끄면 아이가 문화적으로 소외되거나 필요한 정보를 놓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쇼어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TV없는 가정에 대해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아이에게 적용해보지는 않아지만- TV없이 살아보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서른 즈음에 약 2년정도 TV없이 살았던 기억은 내 인생에 보석같은 시간이었다.TV를 거의 안보는 것과 TV가 없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TV 없으면 다른 것들을 정말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재미삼아서라도 TV 끄고 한 달만 살아보면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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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20 19:52   좋아요 0 | URL
매번 드팀전님의 리뷰를 읽으면 너무 잘쓰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장문장마다 정성이 들어가 있어서 읽으면서 감탄을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드팀전 2007-03-20 22:33   좋아요 0 | URL
ㅜㅜ...감사합니다.그런데 문장마다 정성은 절대 아닙니다.제가 글쓰는 걸 보시면 얼마나 성의없는지 놀라실지도 모릅니다.ㅜㅜ 한 번 쓰면 퇴고라는 것도 모릅니다.제 회사 컴퓨터는 '윈도우 98' 이어서 1분에 200타쯤 치는 제 워딩 스피드도 못따라갑니다.한줄 치고 나면 껌뻑 껌뻑거리다 한꺼번에 좌악 하고 뜹니다.글쓰는 데 정성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컴퓨터 기다리는데 정성이 들어갑니다.예전에는 10편 쓰면 한편 정도 집에서 썻는데 요즘은 10편 중 10편 전부 회사에서 씁니다.ㅜㅜ 회사에서 쓰면 약간 눈치를 보기때문에 생각이 한 곳으로 모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쓰면서도 좀 짜증이 납니다.앞으로는 좀더 문장을 갈고 닦고 정성스럽게 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지만..아마 앞으로도 회사에서 두리번 거리며 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ㅜㅜ 대신 좀 더 생각하고 쓰긴 하겠습니다.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