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재미있는 기사 두 개를 읽었다.

<민노당 창당 7년…약속했던 희망을 왜 못주나>

민주노동당이 30일 창당 7주년을 맞았다. ‘다른 정치’를 약속하며 국회에 진입한 지는 3년이 됐다. 9명의 의원과 7만3000명의 당원을 자랑하는 유일 진보정당이란 자랑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민주화 20년이 가져다 준 소중한 결실의 하나이다.

그러나 민노당이 한국의 진보세력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며 한국사회의 진보적 발전 전망을 제시하고, 진보적 의제를 실천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 총선 직후 21.9%까지 치솟던 당 지지율은 4%대까지 추락했다. 이는 민노당이 떠받들어야 할 수많은 빈민과 서민, 가난한 노동자들이 민노당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결과이다. 왜 그들은 민노당을 자기의 정당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가.

이후는 짧게 정리하자.민노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

1.민노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현재 당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40%이다.민주노동당=민주노총 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최근 불거진 노동계의 비리사건,폭력사태등 노동계의 문제는 당의 지지로 하락으로 이어졌다.

2.서민당이 서민고통에 무능.부유세,토지공개념 도입 등 공약을 제시했으나 보수정당과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결국 서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다.

3.대중과 괴리된 대북 태도 개선이 없다.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북한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민주노동당과 조선노동당이 중첩되면서 국민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부분은 좀 민주노동당이 이미지정치에 피해자로서 좀 억울한 부분이 있다.하지만 대중의 정치의식이 왜곡되어 있다면 그걸 인정한 상태에서 밑그림을 그릴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문제이다.

또 다른 기사..

<反한나라·非우리당 ‘새 진보’ 결집 시동>
 

진보개혁진영의 ‘제3세력’으로 주목받는 ‘창조한국 미래구상’(미래구상)이 30일 발기인 대회를 열고 12월 대선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미래구상은 시민사회 중심의 대안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민정치세력화’를 이뤄내겠다고 천명했다. ‘반(反) 한나라당’의 기치를 들고 나섰지만,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민주화세력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되겠다는 목표다

과녁은 ‘한나라당 집권 저지’=‘미래구상’의 목표는 선명하다. 유의미한 시민·사회세력을 형성,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 한나라당 전선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가 이들의 1차 목표다. 한나라당 등 보수 성향 대선주자들이 앞서나가고, 뉴라이트가 세(勢)를 넓히는 정치·사회적 ‘보수 회귀’ 흐름에 맞서 진보적 시민사회가 저항선을 치고 나선 셈이다

두 기사를 배치하다보니 <경향신문>이 <창조한국 미래구상>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혐의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창조한국 미래구상>은 일종의 '시민사회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구성론'처럼 보인다.신문 기사에서도 후에 지적하는데 이것이 결국 기존 정치권에 수혈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높다.또한 기치로 내걸고 있는 '반한나당 비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집권은 막자'는 논리는 이번 대선에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내걸 간판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결국 '보수회귀'는 막자는 '공포의 정치'가 또 한번 작동한다.열린 우리당 지지자 이탈세력중 한나라당에 넙죽 업드리기에게는 자기양심이 거부하거나 열린우리당은 밉고 민노당은 불편한 열우당 지지자들은 또 이쪽을 기웃거릴 가능성도 있다.개인의 선택이니까 뭐라 할 수 없다.차라리 지지할 정당이 없다면 뭘 고를까 고민하는 시간에 '대의제'에 대한 고민을 한 번 더 해보고 이번 한번만은는 상징적인 의미로 차라리 '기권'하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오해를 막기 위해 밝힌다...기권은 정치적 고민의 철학적 결과물이어야한다.별로 생각도 없으면서 마지못해 찍을 바에야 차라리 '투표거부'라는 방식도 정치적 소신의 표현이다.안따깝지만 이 생각의 밑바닥에는 대선에서 '보수야당'의 후보가 당선될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을 밝힌다.)

<황해문화>에서 김정훈교수는 민주화 세력의 한계에 대해 그들이 '적대적 의존관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구기득권 세력이 그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듯이 그의 상대역인 진보세력 역시 그 의존고리에 의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한다.이는 민주노동당에도 그래도 적용할 수 있을 법하다.민주노동당 역시 어느정도 '보수정당'의 반사이익에 의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점을 자성해야만 한다.김정훈 교수는 스웨덴이나 독일의 진보정당,노동자당들의 예를 들어 '정책 대안' '정책 개발'을 위한 씽크 탱크의 중요성을 말한다.결국 급변하는 자본주의 질서와 대중들의 정치사회의식 변화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반사이익만 얻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은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하락이 반증하고 있다.

김정훈 교수는 민주화 세대가 대중 교육과 재생산 과정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현재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30,40대들이다.20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조선일보가 30,40대 고립론을 펼쳤던 것도 이런 정세파악에 근거한다.즉 20대의 보수와 50,60대의 보수가 만나면 386 좌파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20대의 정치의식에 대해 20대를 떠난지 오래되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그러나 간혹 만나는 또는 간접경험을 통해 얻는 정치의식은 과거 세대에 비해 치열하지 못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아니 좀 못되게 이야기하면 '정치의식이 없다' 가 정답이다.경제난과 대규모 청년실업은 젊은이들을 '자기 생존의 경제법칙'에 종속되게 만들었다.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 무관심에 돌을 던질 수 만은 없다.또 그나마 정치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그 토대가 연약하기 그지 없다.내가 관심이 가는 쪽은 후자이다.그들은 반공이데올로기로 부터 조금 더 자유로왔다.또 청년들의 기본적 저항의식이 내재화되어 있다.이것이 가끔은 정치적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미군 장갑차 사건등에 대한 촛불 시위같은 것들이다.그러나 20대의 정치의식은 성긴 그물같다.꾹꾹 눌러담을 근기가 필요하다.성긴 진보의식은 감상적이며 즉자적 저항일 뿐이다.또한 쉽게 기존 체제의 공격에 포섭당한다.이런 20대는 아주 쉽게 3,40대가 되며 아주 쉽게 자신이 욕하던 기득권이 되어 같은 말을 내뱉는다.

나는 20대의 정치의식 부재가 사실 현장성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내 개인적 편견이다) 일을 하다보면 간혹 똑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사회현상에도 남달리 관심이 많고 또 나름대로 독서량도 있다.생각도 바른 듯 보인다.그런데 문제는 그들에게 진보는 늘 책이고 분석이고 논리적 싸움일 뿐이다.(물론 학자들에게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론공급을 위해서 이 버려도 될 것들이 필요하다.이런 것들을 많이 아는 것은 또한 의식을 촘촘히 하는 과정이기도 한다.)그러나 이 버려도 될  3가지 외에 다른 것은?.... 다른 것은?

10권의 책보다 한번의 시위 참여가 더 배울 것이 많다는 선배의 꼬드김은 언제나 사실이었다.시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인 '현장성'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그 과정은 지난하고 실망스럽고 때론 짜증난다.사람들 때문에 정치적 옮바름도 싫어질 때도 있다.그런데 이게 의식을 튼튼하게 만들고 이론의 틈새를 메꾸고 몸을 바르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흔히 말하는 강철을 단단하게 하는 '풀무질'은 그런게 아닌가? 이런 두드리는 과정이 없으면 현재의 진보는 진보도 아니다..아무런 행동도 없으면서-스스로도 돌아보자- '미제' '반자본' '진보'를 '논리'로 두드려봐야 아무 소용없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7-01-3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저 기사 인터넷으로 보고 황망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민노당뿐만 아니라 전교조도 마찬가지죠. 열심히들 살아왔지만 전교조 죽이기의 악플 앞에서 대안 세력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망스럽고 짜증나는 현실과, 논리로 두들겨도 소용없는 세상은 개인을 달팽이집 속으로 쏙, 들어가고 싶게 만듭니다.
홍세화 씨 말대로 '못된 선배' 만나서 운동을 알았는데, 이제 '못된 후배' 때문에 달팽이집으로 숨지도 못하게 생겼군요. ㅋㅋ
글이 서늘해서 좋습니다.^^

드팀전 2007-01-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황망하지는 않았습니다.민주노동당 역시 진보세력 위기에 일조했으니까 환골탈태를 위한 자성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로보트 태권브이도 돌아오니까...비판을 통해 성장해야겠지요.

바라 2007-01-3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차악이나마 택하려는 '공포의 정치' 앞에서 과연 어떤 걸 할 수 있을지는 참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04년도 초인가 쯤에 한창 탄핵이랑 파병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국민발의, 국민소환제 이런 운동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엔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