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밤 편안히 앉아 등불을 은은히 하고 차를 끓인다.세상은 온통 고요한데 시냇물 소리만 졸졸졸 들려와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채 건듯 책을 읽어본다.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비바람 몰아치는 날 빗장 걸고 방을 치우고선 눈 앞에 가득한 책을 흥 나는 대로 꺼내서 본다.사람들의 왕래가 뚝 끊겨 온 세상이 고즈넉하고 온 집안이 조용하다.이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텅 빈 산에 겨울이 찾아와 소복이 쌓인 눈 위로 싸락눈 날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 바람결에 흔들리고 추위에 떠는 산새가 들판에서 우짖을 때 방안에서 화로를 끼고 앉아 차 끓이고 술 익힌다.이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상촌 신흠의 '야언' 중 일부....
경향신문 <옛글의 숨결>을 읽다가 옮겨 적어본다.서예를 배웠다면 이글의 원문을 알아내서 한자로 한번 쫘악 하고 써볼텐데....왜 이렇게 안배운게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