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가끔 하던 바보 같은 짓 중에 하나가 '옥상 난간 걷기'였다.회사 옥상은 5층이다.그 앞에는 허리 높이의 바리케이트가 있다.그리고 난간이 하나 있다.난간의 폭은 내 손바닥으로 한뼘과 2/3 정도....노트북의 가로길이보다 조금 넓다.나는 가끔 그 난간 위를 걸었다.앞뒤로 약 10미터의 거리를 왔다 갔다 했다.떨어지면 죽거나 아니면 중상이 확실했다.그런데 바람 부는 겨울날 몹시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최고의 놀이(?)였다.난간에 올라서는 순간,심장이 1/3은 오그라 붙는다.가슴이 꽉 옥져여 옴을 느끼면서 심장 펌프질 소리가 청진기 댄 것 처럼 생생하게 들린다.한 발 짝 옮겨 놓는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그렇게 한 두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씩 보폭이 커지게 된다.그리고 옥상의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새롭게 집중해야 한다.그 코너를 도는게 '옥상 난간 걷기'의 핵심이며 최고 난이도를 선보이는 곳이다.보폭은 줄여야하고 잠시 잊었던 심장 소리가 다시 쿵쿵 거리며 들려 온다.조심 조심 최대한 집중하면서 우회전하면 세로축으로 접어들수 있다.다시 조심조심 보폭을 넓힌다.

사실 '자살 미수'같은 이 짓을 하면서 내 딴에 안전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옥상 난간의 폭은 회사 복도 바닥에 있는 타일의 폭과 동일했다.복도는 대개 직사각형 타일이 몇 장 씩 이어 붙여져 있다.나는 '옥상 난간 걷기'를 행하기전 복도의 넓이를 재어봤다.그리고 1줄로 된 직사각형 타일의 금을 밟지 않으며 걸어봤다.대략 두뼘 모자라는 폭이기 때문에 금을 밟을 이유가 전혀 없다.그런데 '옥상 난간'은  같은 폭이지만 두려웠다.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림은 그게 웃겼다.똑같은 폭인데 맨 땅에서는 금 하나 안밟고 중심도 잃지않으며 걸으면서 밑에 아무것도 없다고 그 폭을 걷지 못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몇 번을 확인해 봤지만 그 폭은 똑같았다.

겨울이어서 공기도 답답하고 마음도 답답했던 어느날,나는 처음으로 그 난간에 올라 걸었다.같은 폭이라는 생각을 되뇌였다.약간 정신 나간 짓이긴 했다.그래도 나는 내가 그 똑같은 폭을 똑같은 느낌으로 대할 수 있기를 바랬다.그리고 마음 속의 심란함도 그와 같은 것이기를 바랬다.

옥상 걷기를 마칠 때도 주의를 해야 한다.잘못 뛰면 잘 걸어놓고 바리케이드에 걸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무거운 이삿짐 잘 날라 놓고 동전 주우려다 허리 삐뜻해서 병원신세 짓는거. 옥상 난간이라는 비일상적 공간을 걷고 나면 심장이 묶여 있던 피를 한꺼번에 쏱는 듯 가슴 속에 뭔가 확 밀려온다.그다지 좋은 느낌이라고 할 수는 없다.오히려 옥상 난간 위에서 보다 심장이 더 벌컥거린다.

그런데 왜 이런짓을 햇을까? ..... 폭이 같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그냥 젊은 날에 뭔가 답답했었나보다.세상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그닥 젊은 나이도 아니었을 수 있다.30살 넘었을 때니까...

오늘 우연히 회사 옥상 난간에 섰다.난간 걷기를 할 때처럼 겨울 바람이 가슴 속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에서 였다.그렇지만 난간 걷기를 하지는 않았다.

무서워 보였다.그걸 어떻게 했나 싶다.....역시 가진게 늘어날 수록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맞는 말이다.

여전히 복도의 폭과 난간의 폭은 같다.나의 실험은 이제 다른 형태를 띄어야 함을 생각하며 옥상 난간 위를 걷던 몇 년전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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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1-2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간이 사방으로 둘러 있나 보군요. 아~ 읽고만 있는데도 발가락이 순간적으로 오무려져요. 그래도 님처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클리오 2006-11-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기만 해도 오싹해집니다. 아무래도 전, 몰랐던 고소공포증이 있나봅니다.

드팀전 2006-11-2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성년자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떨어지면 죽거나 중상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