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보름전 예찬이 백일 파티때 찍은 사진.....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예찬이 피부.그러나 며칠후 얼굴이 빨간 토마토가 되기 시작했다.그 유명한 아토피....ㅜㅜ  그래도 요즘은 조금 가라앉아서 이렇게 글쓴 정도로 자신감도 생기지만 아토피가 심했을 경우에는 정신없었다.아주 심한 아이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만 그래도 익히 알고 있는 아토피의 심각함때문에 증상보다 더 겁을 먹었던게 사실이다.

가끔 퇴근하고 들어와서 아이에게 '아토베이비'"불타는 고무마'라고 우스게 소리를 한다.안된 마음이 큰데 울적한 말을 할 수는 없고 해서 우스개소리로 그런 마음을 달랜다.병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자 하는 얄팍한 마음도 한 조각 있다.아토피는 원래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그래서 좀 편안하게 마음먹고자하는데...그래도 아이얼굴 상태를 보고 약간 일희일비하긴 한다.

와이프는 자연요법을 선택했다.조산원에서 아이낳고 모유수유하고 친환경 먹거리 찾고...그리고 의사샘들에게는 욕먹겠지만....예방접종도 처음에 한 두번 하고 지금은 끊었다.전부 무턱대고 하는 일은 아니다.다 이유가 있다.하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니까 여기선 길게 말하지 말자. 어쨋거나 나는 와이프의 육아방식에 100%는 아니지만 지지하는 편이다.아토피 치료에 있어서도 '수수팥떡'사이트를 참고하며 치료해나가고 있다.그런데 부모님들과 회사 동료들이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나를 꼬셨다.스테로이드제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한번 가보기나 하라는 식이었다.와이프만큼 신념이 강하지 못한 나는 살짝 넘어갔다.와이프를 꼬드겨서 '진단'만 받아보자고 하고 지난주에 아는 병원에 갔었다.의사 선생님은 영아 아토피가 맞다면서 뻔히 아는 생활수칙들 이야기해주고...일단 피부를 진정시켜야된다면서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주셨다.나는 사실 한 두번 써서 일단 가라앉히는 방향에 솔깃했다.그러나 나보다 힘이 센 와이프는 절대 반대여서 그냥 집에 왔다.오는 길에 심통이 나서 와이프의 자연요법에 대한 맹신을 좀 비꼬았다.하지만 사실 나도 그 방법이 맞다는 걸 알고 있다.괜히 심통나서 심술부린거였는데 와이프도 요즘 힘든 상황이어서 자동차 안에서 한 판 붙었다.그래봐야 내가 지는 쪽으로 해서 싸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 아토피 잡아보겠다고 책에 나오는 엽록유제라는 것도 만들어보고 감잎유제라는 것도 만들어보고 많은 걸 배우고 있다.뭐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산야초 또는 친환경 채소 갈아서 올리브유랑 적정 비율 섞어서 보습제 같은 거 만들어주는 거다.퇴근하면 매일 청소다.그건 좀 힘들다.마치 회사에서 전반전 뛰고 퇴근길에 하프타임 휴식 갖고 집에 오면 후반전 뛰는 기분이다.그나마 새벽에 아이가 깰때 와이프가 도맡아서 하니 연장전은 안뛰어서 다행이다.물론 가끔 새벽에 깨기도 하지만...

이틀 전에는 한살림 조합에 다녀왔다.그동안 친환경매장에서 사먹었는데 이게 나을 성 싶다는 판단에서였다.여기는 가입하려면 직접 가서 1시간 가량 교육을 들어야 한다.내가 간 날은 8명쯤 신입회원이 와있었다.거의 아줌마들....나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익숙하기도 했다.^^ 사무국장은 '한살림'이 먹거리만을 제공하는 곳이 아님을 강조했다.이걸 계기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들을 하나씩 줄여갔으면 한다는 논지의 이야기를 했다.

모임이 끝나고 사무국장과 개인적으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한살림이나 생협같은 활동의 딜레마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나의 문제제기는 이런 것이었다.즉 이러한 유기농 먹거리활동들이 '이기적 웰빙'의 모습으로 자리잡지 않는가? 그렇다면 결국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식생활 패턴이 되는 것은 아니냐? (유기농이 가격이 비싸다.직거래가 되고 있음에도 생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의 변화는 별로 생각치도 않으면서 친환경 먹거리만을 쫓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니냐?.....사무국장은 전적으로 동의했다.그런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도 했다.하지만 활동하시는 분이다 보니 희망적인 비전을 가지고 계셨다.사무국장은 이런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사람들이 변해갈거라고 말했다.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동의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메커니즘에 끼어있기때문이다.사무국장은 '적게 쓰자'라는 말로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을 함축했다.적게 쓰면 적게 버리게 된다.그만큼 지구로부터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또한 버리는 것이 적어지니 자연으로 돌리기도 쉽다.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이 상품이 자연적인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어려울때는 그냥..이게 잘 썩어서 없어질 것인가..만 놓고 보면 답이 나온다고....

일상은 또다른 정치투쟁의 장이다.일상에서의 진보는 어떠한 형태여야 하는지 나름대로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사회에서의 정치적 진보는 오히려 쉽다.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고 정보를 공유하고 나눌 곳도 많다.또한 적당히 묻어가도 괜찮을 때도 많다.일상은 조금 더 미시적이며 직접적이기에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그리고 몸에 인이 박히게끔 하는 지속가능한 인내력도 필요하다.그런데 일상에서의 진보를 묻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일상에서 진보...별거 아닐 수 있다....이번 주 한겨레 21의 주제는 <자동차와 이혼하기>였다....지난 가을부터 와이프랑 이야기를 했었다.와이프는 첫째 좀 위험하고 둘째 출퇴근 시간이 좀 늦어진다는 이유로 약간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다.일단   이번 겨울이 가면 나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서울처럼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다닐 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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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11-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해람 아토피 때문에 무지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아주 심금을 울리는 페이퍼입니다.

클리오 2006-11-1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살림 조합이나 웰빙에 관한 문제제기가 제가 고민하던 것과 비슷하군요. 부르주아의 취미가 되어버린 듯한... 백일 넘어가니 아가들이 점차 본색(?)을 드러내는지, 저도 애가 아토피는 아닌데, 피부 땜에 좀 고민했어요. 점점 또렷해지긴 하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사모님의 소신이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전, 어느 쪽이건 완벽하게 믿어지진 않더라구요.(의학에서 민간요법까지 모두) 그냥,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편한 쪽으로 이래저래 오가며 삽니다.. 아이들 태열기, 발에 흙이 닿으면 나아진다는 말도 많던데, 그댁 예찬이도 더 심해지지 않고 돌 지나면 확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드팀전 2006-11-2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아토피는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걱정거리가 된 듯합니다.저희 아이는 이제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구두님><대학>에 나오던가요...본과 말의 차이.본이 본이 되면 모든것이 순조로울텐데 대개의 경우 두 관계는 전복되는게 다반사죠.
클리오님>아기 사진은 잘 보고 있습니다.또렷하게 생겼더군요.우리 예찬이보다 눈이 커서 조금 질투가 납니다만...^^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는 어려운 문제에요.단 자연요법을 따라가다 보면 얻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생활하는 습관이 많이 바뀐다는 것 같습니다.그동안 안해보던 방식이라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관습적으로 해오던 그동안의 여러가지 생활습관과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달라진님>일단 한살림도 그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나 봐요.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유통에 금이 가게 만드는 움직임이라는데는 공감합니다.지난번 모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요.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농촌에 가보면 '유기농 농민'이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습니다.대개의 농민들은 농약을 쓰고 있거든요.아무래도 그 바닥에서는 아직은 튀는 짓입니다.농민들 역시 농약을 쓰는게 좋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자격지심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구 높은 가격 형성과 최근의 인기에 불만이 있기도 하겠지요.일반적인 농민들의 주장은 정부에서 권장하는 허용치 수준에서 농약을 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편입니다.저는 이부분 때문에 유기농을 욕하는 농민들이지만 돌을 던질 수가 없습니다.정부에서 권장하는 농약을 치면-환경운동가들은 농약을 쥐약으로 보지만-농약 잔류검사에서 문제가 없습니다.70년대 녹색혁명에서 정부는 농업생산량증가와 농촌경제의 발전을 위해 분명 농약이나 각종 화학비료들을 권장해왔습니다.농민들은 그래서 그게 큰 문제가 없는거라 생각하고 관습적으로 재배해왔지요.그런데 최근에 들어와서 '유기농'은 안전하고 '관습농'은 농약 및 화학비료를 사용하기에 안된다.안전한 먹거리를 위협한다..라고 하니까 갑자기 유기농을 하지 않는 농민들은 식탁 안전의 주범으로 ,최소한 무신경하며 무식한 재배자로 비춰지게 됩니다.결국 안그래도 살기 힘든 농민들은 '유기농'에 안좋은 감정이 생기게 되지요.
유통마진을 줄여서 직거래 방식이 이루어져도 유기농은 생산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대량소비를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농업만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기란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요.물론 이상을 위해서 작은 변화에 동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대한 관습농업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거대 농업관련 자본의 압력,수입 농산물과의 역학관계,정부의 농업 기조에 대한 전면 수정 등등....우리나라를 사회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 만큼이나 먼길입니다.쓰고 나니 좀 답답해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