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드디어 솜씨를 발휘 할때가 왔다. 사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한번 요리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그 맛이 기가 막히다. 누가? ㅡ.ㅡ 내가....^^:;
사실, 혼자서 해 먹으면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그만이지만, 부모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어떻게 그렇게 소홀히 할 수 있으랴...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김치며, 햄, 오뎅등...부가적인 재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녀석(?)들을 하나, 둘씩 꺼낸다. 김치, 오뎅, 햄, 양파, 감자, 당근 을 씻고 썰어서 후라이팬에 볶은 다음, 고추장, 캐찹, 간장, 소고기 다시다를 넣어서 알맞게 요리를 한다. 그리고는 그 위에 밥을 얹어서 볶는다. 마지막에 김을 뿌려준다.
"우 하하" 내가 먹어봐도 맛이 기막히다. 뭐 사실, 이렇게 재료가 많이 들어갔는데 맛이 없으면 그것도 이상하지만서도....
혼자서 음식을 해 먹으면 아무 그릇에나 담아서 먹지만, 내 부모님에게 바칠때는 다르다. 많이 다투고 싸우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부모님이므로 ^ㅡ^ 커다란 그릇(분식집가면 김치볶음밥이나, 소고기 덮밥 나올때 나오는 쟁반같은 큰 그릇)에 보기 좋게, 볶은 밥을 담고, 혹여나 느끼하실까봐 그 옆에 김치(맛이 들어서 맛있다. 물론 김치를 담으신 사람은 어머니지만.)를 썰어 놓고 ...ㅎㅎ 숟가락, 젓가락 준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란탕과 같이 드리려고 했는데, 계란이 다 떨어지고 없다는 것. ㅡㅜ 그렇다고 계란 사오라고 그럴 수도 없고, 내가 갈 수도 없어서(아직까지 몸이 불편해서 혼자 외출한 적 한번도 없음) 결국 계란탕은 포기!!
음...암튼 부모님의 반응은 ....겉으로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드셨지만, 좋아하는것 같았다. 원체 우리 부모님들이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서...<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 드렸지만 소용 없었다. 오히려 날 이상하게 바라보며, '뒤통수 치기 반응'을 내 뱉으시는데...흑흑 ㅠㅠ 그래도 결국 칭찬을 받아 냈다. ^^v
음...결론은 이게 아니고, 내가 기분 좋았던 것은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드셨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어머니는 내가 드린 밥을 다 드셨고(이틀 동안 드시지 않으셨으니 오죽 했으랴..) 아버지는 어떡하나 싶어서 주방으로 갔더니(어머닌 큰방에서 tv보며 드셨고, 아버진 주방에서 드셨음) 깜짝 놀라시며 날 바라보심..그리고는 이내 그 자리를 뜨셨다. 아버지가 사라진뒤 그릇을 보니 아주 깨끗했고, (이때 얼굴에 떠오른 회심의 미소란..^^), 후라이팬에 있던 볶음 밥도 손을 댄 모양이다. 아주 조금 남아 있었다.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다 드셨을 수도...아버진 배가 고프지 않다면서 조금만 먹겠노라 하시고선 더 드신것이 민망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어른들이 음식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좋아하시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날 좋아했는감? ^^:; 어쨌든 그때, 이런 기분 이셨구나
앞으로 종종 부모님께 맛있는 요리를 해 드려야 겠다. 예전엔 요리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거의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이제 좀 철이 드려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요리를 만드는 것도 기쁨이요! 내가 만든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도 기쁨이다.!!
ps) 기분 좋아서 글을 쓰는 동안, 녹차 한잔 마시려고 물을 올려 놓고 온 것을 깜빡함. ㅡㅜ 앗! 다행히 주전자가 타지는 않았지만, 물이 거의 안보임...헉 ㅡ.ㅡ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다....지금은 부모님 외출중....거실 청소, 큰 방 청소만 끝내고 나도 이제 휴식을 취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