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아지들과 전쟁을 치뤘다. 어떻게 된 녀석들인지 말을 잘 듣는것 같으면서도 또 말썽을 부린다. 어쩌면 그게 이 녀석들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지만...여하튼 난 두손, 두발 다 들어버렸다.
평소때, 귀여운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도 먹을것만 보면 나에게 보내는 그 애처로운 눈빛이라니...먹을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있건만...이 녀석들은 내가 먹을때마다, 날 건드린다. 심지어는 그 손으로 날 툭툭 친다. (하긴 내가 개는 아니니까...)
'그래, 만만한게 내다. ㅡㅜ'
하지만, 이젠 내가 한번 쏘아보면 두 눈을 깔고 꼬리를 내려 버린다. 뭐, 나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
가만히 이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감정이 복잡해 진다. 엄마는 동물을 사랑하신다. 하지만, 지금 형편이 동물을 기를 형편이 아닌지라, 툭 하면 분양하자고 그런다. 그럼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난 능청을 부린다. 몇번이나 벼룩시장이나, 그외의 게시판에 글을 올려라고 그랬건만, 난 무슨 똥고집인지 들은척 만척....엄마도 기르고 싶다는 걸 안다. 다만, 내가 나중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그동안 이 녀석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 엄마는(어미 개) 밖에서 지내는게 적응이 된지라,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애기처럼 집안에서만 지낸 이 녀석들은....
그러고 보면 난 참 욕심이 많다. 뒷 책임을 누구보고 지라고 그러는 건지...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친구가 병아리를 준다고 했다. 키우겠냐며....난 무턱대고 좋다고 12마리나 받아왔으니...어릴땐 좋았다. 조그만하고 귀여웠던 노란 병아리...그런데, 이게 크면서 문제였다. 어릴땐, 우리 가족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 앙증맞은 행동을 하던 녀석들이 점점 닭으로 변해가면서 성격도 변해가는 것 같고. ㅡ.ㅡ
문제는, 내가 학교에 가고 나면 이 녀석들을 돌봐야 하는 것은 바로 엄마의 몫...잔소리 정말 많이 들었다. 책임도 못 질것 그 순간 좋아서 가지고 와서는 뒷책임은 다 엄마에게 떠 넘긴다고....아무말 안했지만, 내가 봐도 그런것 같다.
안그래도 좁은 마당에 닭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을 그 안에 넣었다. 시골도 아닌, 대도시에서 새벽에 울리는 닭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것 참 묘한 기분이다. 닭이 주는 선물인 달걀...신선한 달걀을 아침마다 먹는다는 것도 묘한 기분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어릴땐, 그렇게 앙증맞더니, 이제 모이를 줄려고 닭장안에 손을 넣기만 하면 쪼아대기 바쁘니...주인도 못 알아보냐고 혼내봤자, 딴짓만 해되는...(이럴때 보면 꼭 엄마랑 나 같다...^^;)
12마리의 병아리중, 닭으로 성장한 건 6마리..나머지는 병아리때, 죽고..(병아리 죽었을때, 참 많이도 울었었다. ) 그리고 닭으로 성장한 6마리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다. 병아리 때엔 아프면 약국에서 약까지 사 먹이고 동물병원까지 데리고 가서 병 낮게 한다고 애지 중지 키워놓고서, 닭이 되니 결국 죽여버리는...아이러니한....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동네에서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왔고, 닭똥 냄새 때문에 엄마가 할머니(우리 할머니는 다른 곳에 사시지만 한번씩 울 집에 오신다.)에게 꾸지람을 듣고....
하지만, 애지중지 키운닭을 우리 뱃속에 넣는다는 것이 웬지 꺼림칙해서, 친척들에게 돌리고 말았다. 그때가 벌써 4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지금은 조류독감이라 말이 많던데, tv에서 그것 볼때마다 이때의 닭들이 생각이 난다.
어쨋든, 엄마의 말은 이거다. 책임지지도 못할 일은 만들지 말라는 것!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들 모르는가....안되서 그렇지...지금도 그렇다. 강아지들이 없으면 외로운걸...그래서 책임지지도 못할것을 계속 붙들고 있다. 잔소리를 해되면 한귀로 흘려 버리면서...난, 참 문제아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 한 순간 때문에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계속 붙들고 사는...계속 얽매여 있는....어차피 그런게 인생인 것이다. 인생엔 해답이 없거늘...자신의 뜻되로 되는게 아닌 것이다. 인생이란............
헉 ㅡ.ㅡ;; 그럼 그렇지...이렇게 중요한 이야길 하는 순간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의 꼬맹이(나와 한방에 살고 있는 강아지).......저 녀석은 항상 저렇다. 잘 자다가도 눈을 떴을때, 내가 보이지 않으면 저렇게 날 애타게 찾는 것이다. 심오한 이야긴 하지 말라는 뜻인가....난, 그만 꼬맹이에게 가련다. 머릿속으로 복잡한 실타래가 엉켜 있지만....이쯤에서 풀어내기로 ...오늘 못 풀면...내일 풀고, 내일 못 풀면, 모레 풀고.....그러다 보면 언젠간 풀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