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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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모방범을 다 읽고 나서.. 흥미진진하던 하루하루가 끝나자 곧 아쉬움에 다시 접하게 된건 미야베미유키의 초기작인 '나는 지갑이다'였다. 일단은 모방범의 방대한 양에 힘이 빠져 있던 터라 내 책장속에 펼쳐지길 기다리는 다른 책들보다 단편형식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나는 지갑이다'에 손을 뻗었다.

지갑.. 나는 지갑을 들고 다닌 적이 거의 없기때문에(항상 돈을 꾸깃꾸깃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지갑의 역할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자리이거나 지갑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근을 할 때도 가방속에는 지갑은 없고 카드지갑만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책 속 지갑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주인과 매우 각별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갑은 주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비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주민등록증을 통해 최소한의 신분을 밝히기도 하고, 그들의 가족사진이라든가.. 혹은 그 자신의 사진, 중요한 누군가의 사진..을 넣어 다니기도 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지니기도 한다. 예를들면 동전지갑에 들어 있는 집열쇠라든가.. 잠시 빼둔 결혼반지라든가..(나도 종종 악세사리를 지갑에 넣어 놓곤 하니까..)더욱이 나의 경우를 제외하고 어딜 갈때도 항상 같이 갈테니까 주인의 동태를 잘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하겠지..

어떻게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알게해주면서도 이렇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사건에 관련된 자들의 지갑의 독백이라는 소재를  생각해내다니..

돈..그리고 점점 익숙해져만 가는 살인 자체를 즐기는 광기, 그리고 살인으로 세상의 이목을 끌고 싶어하는 삐뚤어진  인간상.. 이것들이 똘똘뭉친 범죄자들과 그들의 희생자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아니 그 지갑들의) 숨막힐 듯한 긴장감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추가 : 초기작이라 그런지 범죄상은 모방범의 주인공들과 비슷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음.. (물론 이 아쉬움은 작품의 질에 대한 것보다도 이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의 범죄상을 좀더 섬세하게 심리적으로 그려낸 모방범을 읽을껄 하는 그런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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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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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등학교때 그나이에 머물러 있다고 여러해가 지났지만 난 항상 제자리에 있다고 그때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 각인시키곤 한다. 실제로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조금도 자라지 않았다고 믿기에 나는 가끔  내 나이를 헷갈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확실히 나는 달라졌고 그것이 어른이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어느순간부터 나는 주변을 의식하게 되었고, 약간의 희생은 감수할 여유를 지녔고, 낯부끄러운 일의 주인공이 되었다가도 다음날이면 언제그랬는듯 다 잊고 어제보다는 내일을 위해 살게 되었다. 변하기 전의 나는..즉 고등학생때의 나는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큰소리로 장난을 치며 길거리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고 교실안에서 복도가 떠나가라 노래를 불렀고, 조금의 희생도 불같이 화를 냈으며 부당한 교사들의 남용에 쌍심지를 켰으며, 낯부끄러운 일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는 이를 갈며 저주를 퍼부었다. 어렸기 때문에..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가장 중요했기때문에.. 그래서 이들의 순수함에서 묻어져 나오는 잔인함이 이해가 간다. (흔히 여학생.. 여고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남중, 남고, 공대, 관련회사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이 여고생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

비록 치부를 훔쳐본 교사들은 아무런 횡포도 협박도 하지않았지만 그들을 볼 때마다 그 눈빛으로 간강당하는 느낌.. 이라니.. 주인공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역시도 나의 반항적인 되바라진 행동을(지금은 할 수 없는.. 어쩌면 권력에 비굴하지 않았던..)이반저반 떠벌리며 다니던 선생에게 저주를 퍼부었으니까...그리고 그런 나를 응원하기도 혹은 부축이기도 했던 친구들이 살인사건의 공범자이자 방조자인 여고생들의 단합된 모습속에서 스멀스멀 떠올랐던 것 역시 공감간다..

히가시노 게이고.. 살인사건의 주범을 찾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는데. 다른 장치도 곁들여 놓다니..(중간중간 낌새가 나긴 했지만..)역시 독자를 쥐고 흔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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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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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익숙한 두 낱말이 합쳐져 너무나도 생소한 뜻을 지니는 무중력증후군..지구에 발을붙이고 살면서(기껏뛰어봐야 1m도 채 못뛰는 사람이면서)중력을 거부한 사람들이 스멀스멀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달의 증식때문이였다.

달의 증식.. 누구라도 밤하늘에 둥그렇게 떠있는 저것이 한개가 아닌 두개 세개 네개가 될 지 상상이라도 해보았겠는가? (그럼 당췌 옥토끼는 어느 달에 살고 있는거야?) 달의 증식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벗삼아 더 신선한 병명 무증력증후군을 만들어 냈지만 실상 무중력증후군은 지금 우리네가 가지고 있는 뭔가 묵직한 답답함, 세상을 향한 이유없는(혹은 있는)불신, 탈출하고 싶은 욕망, 구조와 틀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비좁음을 일컫는 신조어일뿐이다.

작가는 이를 너무나도 명쾌한 글재간으로 가볍게 빠르게 읽어내려가게 했다. 근데.. 글쎄..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란게.. 나는 재미있는 책은(단순한 재미를 말하는 것이 아님) 가볍게 빠르게 읽고 그렇지 못한책은(순전히 나의 주관으로)몇 장 읽지 못해 포기하고 마는데.. 이책은 단순히 가볍고 빠르게 읽혔다는 점으로 비교하여 볼 때 대단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뭐랄까? 흡입력이 없다고나 할까? 책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현실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한 과정이 생략되었다고나 할까?(실제로 나는 책에 빠져있으면 누가 불러도 잘 못듣고 주인공이 마치 나인듯한 소설속 이야기가 주변의 상황으로 전개되는 듯한 코마상태를 자주 겪곤 한다) 꼭 신문에 나열된 뉴스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물론 뉴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달이 증식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 책의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무슨 사건이 어떻게 언제 일어났고 피해상황은 어떻고 하며,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는 다음뉴스로 넘어가는 그런..

책을 다 읽고 나서 맨 뒷페이지 여러 추천인들의 글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이 이런 내용인가? 하고 반문하게 된 건 역시나 나의 책읽기 수준이 낮아서이겠지만.. 뭐랄까? 그들 역시도 별로 공통된 주제(그니까 달이 증식되었다는 새로운 소재 말고, 주제!)를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찜찜했다.

책을 곱씹으며 이 글을 쓰면서도 왠지 찜찜한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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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훔친 남자
후안 호세 미야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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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말한다. 그가 훔친 마누엘의 그림자에 대해..
하지만 난 말한다. 그가 되찾은 그의.. 훌리오의 그림자에 대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커다란 트루먼 쇼의 무대이고, 더 나아가 나의 행동 하나하나는 잘 짜여진 대본 그대로를 옮기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따라서 티비속의 여러 채널들처럼 지금 내가 아닌 곳에 또 다른 내가 마치 재방송처럼 혹은 다른 작품 속에 있는 것처럼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 지구를 다 돌아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누군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나와 같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지구를 다 돌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바로 나와 똑 닮았으면서도 항상 나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내가, 내 발에 걸려 길게 늘어 선 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의 역할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든가.. 화를 잘 낸다든가..나 홀로만 어려운 곤경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될 때라든가.. 그래서 나는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또 다른 나를 통해서.. 나의 그림자를 통해서..

 

 

홀리오는 이런 생각이였을 것이다. 사랑하지는 않아도(자신도 알고 있다) 믿고었던 아내의 배신으로 인해, 아내의 배신의 주체로서(당연히 미워해야 정상이지이지만)닮고 싶었던 마누엘의 그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마누엘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아내로부터의 이별통보를 받은 그는 마누엘의 집으로 숨어들기 시작하면서 평소 자신이 동경해왔던 그리고 그의 아내가 항상 두둔해왔던 마누엘처럼 숨 쉬고 싶어진다. 물론 아직까지 마누엘은 살아있고 그의 육신 또한 답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존재함이 분명하기 때문에 훌리오는 그의 그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항상 꼭 끼어 답답하던 자신의 그림자가 아닌 마누엘의 그림자가 되어 거울의 뒷편에서 그의 자유스러움(돈 걱정없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다고 비난했던)을 만끽한다.

하지만 마누엘과  부인의 관계를 알고 난 후(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그는 마누엘의 그림자가 더 간절했을지도 모르지만 훌리아에게 들려주는 그림자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이며, 남의 그림자로 사는 삶은(혹은 남의 그림자를 훔쳤을 경우 그림자의 삶 역시)결국은 고통으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자신이 지은 이야기이므로 확인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래서 결국은 그는 마누엘의 그림자를 마누엘과 함께 묻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다시 찾아 입고 그의 무대로 되돌아 왔다. 비록 그는 진실을 모두 알지만.. 그의 자리.. 그림자가 아닌(사실은 마누엘 자신도 그를 훌리오의 그림자-남편이 아닌 남편을 대신한 남자일뿐이므로-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의 메일을 통해 들어난 훌리오에 대한 비난을 가장한 질투들 과 라우라가 그에게 집착을 보이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면)실제의 자리로 되돌아 온 것도 사실은 아내의 간통보다도 그 자리 자체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가 항상 꿈꿔왔던 아버지라는 주인공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것 혹은 다른 사람을 동경하는 것은 누구나가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처럼 행동하고 그 사람처럼 인생을 살아가려다 보면 정작 나는 없고 그의 그림자만 있을 뿐이다. 내가 존재하지만 실제적인 내가 아니라는 것.. 그것은 무대위에서 남의 삶을 흉내 내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더 감흥을 얻지 못한다. 오늘 나의 그림자를 살펴보자.혹시 참된 나와 나의 그림자가 어딘가 다른 부분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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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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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추리소설의 시작은 회랑정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붉게 물든 일러스트가 그려있는 표지에 뻔뜩하니 눈길을 사로잡은 살인사건!!이라는 글귀. 더운 여름을 잊어볼 만한 그 단어 속 숨겨진 이야기를 위해 책을 펼쳤다.

 이렇게 빠져들며 재미있게 책을 읽었던 것이 새삼 언제인가 싶도록 스릴이 넘친다. 진범이 밝혀지기 전까지 범인의 행적을 따라 어느 누구하나도 용의선상에서 지울 수 없었다. 모두가 범인같고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모두들 가면을 쓴 체로 그 가면을 빌려 빌려, 또는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빌려, 자신들의 불만을 토로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이사람, 아니 저사람, 혹은 다른 누구?하며 범인을 점찍고 지우고 다시 점찍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어떻게 어떻게~ '하는 말이 절로 나오고, 나의 책읽기를 방해하는 오빠에게 '냅둬~흥미진진한 순간이야!'라는 말을 남발하게 만든 연출! 그리고 진범이 밝혀진 후에는 주인공의 한번의 사랑과 그 한번의 사랑에 대한 배신에 안타까운 심정이 너무 마음아팠다.

책을 덮고 나서 책도장을 찍으며(다 읽은 책은 도장을 찍는 습관이 있다)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머리속에 새겼다. 그리고 이틀 뒤 영풍문고에 들려 직원에게 물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어디에 있나요?! 이 책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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