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반창고를 살짝 소개하였으니 당근 이번엔 소독약편을 기대하고 있었겠지만!   난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닐세 푸하하하하 ㅡㅡ^ 사실 소독약님께서는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8개월 후에 내 인생에 등장을 해주신다.. 고로 소독약님은 나중에 만나뵙기로 하로 우선은 내 고교 1년 나머지 인생을 만나보도록 하자.. 

반창고 녀석에 대해 잠깐 재탕하자면.. 도서관에서의 건성인사로 인해 모르는 척하기엔 뭣하고 친한척 하기엔 더더욱 '이건 아닌데'싶은 그런 사이가 되었다.. 고교 1학년 내내.. 이건 뭐 마주치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살짝 손만 흔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빛과 같은 속도로 제자리로 돌려놓는 사이? 2학년이 사작되고 부터는 슬슬 우리는 각별한(?)사이가 되어 녀석이 나의 반창고로 탈바꿈을 해 주었지만 말이다.. 암튼 그 당시에는 복도에서 마주칠때 기분에 따라 인사를 나눈 사이 정도였다. 한참 서로 탐색전을 하다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이 당연한 이상한 내눈에까지 녀석 또한 평범한 편은 아니였다. 음.. 그니까. 이상한 내가 보는 이상한 그녀석은 얼마나 이상하다는 말인가!!! (말이 되나? 응!) 

점점 나를 의심에 들게 하는 녀석.. 저거저거 완전... 외계인 아냐? 독특한 몸짓, 어눌한 말투,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빛... 지구상에 사는 사람의 그것과는 뭐가 달라도 다른 아우라.. 뭐 보는 사람에 따라 마력? 매력?(독특함에 따르는 흥미?)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실제로 그 녀석을 그런 독특함은 그를 사모하는 여인들이 생기게끔 만들었다) 내눈에는 영원한 연구대상 외계생명체 C4089245정도로 보였다고나 할까? 네 뇌를 꺼내 낱낱히 파헤쳐 보리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아. 본론으로 들어가서 개학을 하고나서부터는 한결 학교생활이 부드러워지고, 화기애애해졌으며, 친한척들이 난무하고, 뒷담화가 공존하고, 누구와 누구는 그 짧은 기간동안 사귀고 깨지고, 애정관계가 얽히고 섥키고. 뭐..새로웠던 고등학교 생활 자체에 길들여져가고 있었다. 비교적 쌀쌀해진 요즘인데 그날은 왠일로 햇살이 좋아 긴 춘추복이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체육시간동안 얼마나 열심히 빨빨거리면 놀았는지.. 뭔 수업을 하긴 했으나 나에게 체육시간은 항상 즐거운 놀이시간이였다. 왜? 난 체육소녀니까 ㅋㅋㅋ. 땀을 내고 나니 왠지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래 이맛이야! 체육시간에는 체육이라는 말답게 땀이 날정도론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땀이 살짝 젖은 체육복이지만 내일 또 체육수업이 있으니 그날 한번 더 입고 빨아야 겠다는 생각에 체육복을 사물함에 처박아 두었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져가 빨아봤자 안마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학기나 지났으니 설마.. 하고 사물함에 둔  나의 그날의 그 선택을 저주한다.. 아.. 체육복.. 체육복이라는 말만해도 왠지 가슴 한켠이 아련하고 쓸쓸해지는 것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두번의 원치않았던 결별.. 오~ 나의 체육복!! 넌 지금 어디에서 주인이 아닌 엄한 언니들의 몸뚱아리를 감싸고 있느냐. 주인을 잃고 방황할 나의 체육복들을 생각하니 목이 다 미어질 지경이구나. 

지난 한 학기동안 난 체육복을 두번이나 구입했고 그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난 애련이에게 체육복을 빌려입는 처지로 전락히였다. 뭐? 너무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서 한학기에 두벌이나 아작냈냐구? 아니면 남자아이들처럼 한학기동안 키가 10cm이상 자라서 바꾸었냐고? 그럼 내가 나보다 10cm나 작은 우리엄마한테 아직까지 난쟁이 똥자루라는 소리를 듣고 살겠니?  ㅠ.ㅠ 

참.. 인생을 살다보면 자기것 남의 것 상광없이 다 자기것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자기것이 없어지면 남의 것을 자기것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 무슨 이야긴고 하니.. 우리가 입학학고 나서 이놈의 선배들은 후배들을 사람으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후배들의 교실이 무슨 미네랄기지라도 되는 양 마음대로 훔쳐가기 일쑤였다. 교과서라든지. 문제집이라든지. 체육..복.. 이라든지. 엉엉. 얼마나 도둑의 귀재들이신지 분신물이 많아지자 1학년 교실 양끝으로 셔터를 제작해서 내려놓기까지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무슨 다크템플러처럼 몰래몰래 슬금슬금 쳐들어와 옵저버 하나 없는 신입생 사물함을 들쑤셔 놓았다. 기술이 아주 프로게이머 뺨치셔들!  

더욱이 교실이 얘들로 넘쳐나고 있는지라 책상놓을 자리도 없어 사물함은 복도로 치워진 상태였으니, 야밤의 사물함은 그대로 노출된 안전빵 미네랄이였고, 나처럼 사물함의 위치가 가장가리.. 그것도 맨 아래쪽인 경우에는 식은죽먹기 수준의 기술력으로 모든걸 한번에 털어가기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두번째 체육복을 잃어버리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첫번째 체육복을 책상고리에 걸어두었다가 잃어버린 나는 사물함에 걸려있는 초초초 두꺼운 사물함 열쇠를 맹신하였다. 잘 걸려있는 사물함 자물쇠를 확인하고 열쇠로 사물함을 열었을때 없어진 물건이 있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아니 이것들이 무슨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열쇠를 따고 다시 걸고 하나? 머리핀 하나로? 아니면 내 사물함 열쇠를 복사라도 했단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무슨 열쇠집 딸래미들만 있어서 만능키라도 있다는 것인가~~~~!어떻게 안에 있던 물건을 훔쳐가고 다시 자물쇠를 달아놓았는가 말이야! 하지만.. 개판이 된 책들을 정리하려고 사물함을 모두 비웠을때 비밀은 밝혀졌다. 왜 내자리가 그 녀언들의 희생물이 되었는지..  

자물쇠를 달아놓은 앞부분은 합판이 두껍고, 진짜 열쇠집 딸래미들이 아닌한 실핀하나로 열쇠를 따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절단을 하자니 절단기면, 소리며.. 보통 거추장스러운 일이 아니겠지.. 그런데.. 사물함 뒷편은 무방비 상태이다. 어찌나 얇은 나무판을 못도 아닌 피스로 박아두었으니, 카터칼 하나만 있어도 뜯을 수 있으 정도였다. 힘들은 우라지게 좋다. 사물함을 밀어서 뒤를 딸 생각을 하다니.. 분면 그 녀언은 상습범일 것이다. 누가 사물함 뒤를 딸 생각이나 하겠는가! 한번 해보니까 이게 아주 쉽거든! 이름이 새겨진 바지 안쪽을 들추지 않는 이상 걸릴 일도 없고! 실로 박아둔 이름이니 제거 하면 그만이겠지. 그건그렇고 어떤 녀언들인지 공부는 드럽게 안하나 보다. 책욕심이 많던 나는 모든 용돈을 문제집을 사는데 투자했었던 내 사물함에는 비교적 고가의 문제집이 꽤 있었는데, 문제집은 하나도 안 건들고 체육복만 낼름 집어갔으니. 체대를 가려나? 

또 체육복을 사자니 용돈이 딸리도, 엄마한테 말하자니.. 아니 말 안하는 게 낫다. 너는 병신이냐? 두번이나 당하게.. 하는 말따윈 듯고 싶지 않아! 그래! 나 충분히 나 병신같다고 자학하고 있어! 더기에 더 덧붙이긴 싫다고! 입도 뻥끗하지 말자. 차라리 다른반에서 빌려입고, 못빌리면 선생님께 몽둥이로 엉덩이 몇 번 맞고 말지!! 그렇게 지나온 한달.. 다행이 애련이네와 체육시간이 달라서 매번 애련이에게 빌려 입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매번 빌려만 입는 것도 미안하니 오늘은 내가 빨아서 주어야 겠다. 애련이네 반은 수요일날 체육이 들었으니, 오늘 빨면 충분히 마르겠지!!  

요로코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뜸 두송이가 와서 말을 건넨다

"여민야 너 체육복 없지? 내께 쓰리 엑스라지라 크긴큰데.. 고무줄로 밑단 다 줄여서 입을만은 하거든. 너 이거 가질래?"

어랏? 앞으로 체육복입을 날이 창창한데 그걸 왜 나한테 줘?

왜? 왜?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지난 두벌의 체육복은 대다수 아이들이 구입한 똑똑한 체육복도, 기럭지가 길어보이는 체육복도 아닌 모두 일반 교복점에서 산 싸구려(한벌에 25000을 깍아서 23000원에 준)였다. 그런데 이 두벌의 체육복 값을 합친 값과 맞먹는 똑똑한 녀석들이 즐겨찾는다는 교복계의 브랜드를 녀석은 나에게 준다는 것이다...
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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