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 난 즐거웠던 기억보다 슬픈기억을 더 많이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론 사랑받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그 어느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고, 함께 어울림이란 웃음을 띤 가면을 쓰고서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뭐랄까 지극히도 외향적이면서 부정적인 성격이라고나 할까?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성격의 조합체... 
물론 지금 나의 감정이 슬픈보랏빛이라 나의 과거가 더 탁하고 지친 회색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일년 중 대부분의 날이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많기에 나의 과거가 핑크빛으로 기억되기 어려울테지.


여름방학이 시작될즈음.. 여름방학이라고 해봤자 열흘정도를 제외한 모든 날이 보충학습으로 꽉꽉차있어서 덥다는 것 빼고는 특별히 여름방학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 기간이였다. 물론 정규수업보다 일찍 끝나긴 했으니까 약 21간의 토요일, 토요일 토~요~일~~의 연장이라고나 할까?
이놈의 방학일정은 누가 잡았는지 너무 그지같아서 보충학습내내 정말 타죽일것처럼 햇빛을 내리쬐다가 진정한 연휴가 시작되자 태풍녀석이 몰아쳐와 연신 굵은 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래~ 아주 집에서 폭삭폭삭 썩어봐라 이거지?! 쳇!!

 그사이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 한창 공부에 흥미를 느꼈었는데, 보충학습이 끝나고 난 후에도, 보충수업이 없는 기껏해야 열흘정도의 연휴에도 도서관에 갔더랬다. 뭐.. 공부에 흥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집보다 친구가 더 안락한 법이기도 하니까.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제일못하는 영어문제집은 멀찌감치 때려치운체, 수학문제집과 과학문제집만 그것도 문제푸는 부분을 펴놓고 연습장 한권을 꽉꽉 불테우리~~하며 열심히 풀어제끼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와 함께 어울렸던 녀석들은 제각기 다른반이라 학교 수업시간에는 서로 각자의 반에 머물러있었지만 도서관에 올 때만큼은 한 테이블에 앉아 각각 공부를 했는데, 우연찮게도 우리 7명 중 도서관을 기피하는 한녀석을 제외하고 6명은 딱 한테이블에 들어 맞았다.


거의 고정석이 되어버린듯한 자리에 둘러앉아 공부를 혹은 딴짓을 하면서 특별할 일 없이 무료한 여름방학을 하루하루 죽여나가고 있을쯤이였다. 나와 어울리던 7명이 다 친한것은 아니였는데, 음.. 그것이 서로 얼켜서 곁다리로 친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그런사이였는데, 그러다 우연찮게 훗날 우연찮게 우울한 내인생의 반창고 같은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반창고... 상처를 아물게하는 약효따위 없지만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존재...

 
친구녀석의 남자친구쯤 되는 아이가 도서관에 잠시 놀러왔는데
뭐.. 나와도 같은 초등학교 출신에다 아주 저학년때 같은 반이였던가?했던 아이라 
문제 풀다말고 스치듯이, 예의상 인사한번 건네고 말았다.

 
녀석은 내가 아니라 친구를 보러 왔고, 나역시 녀석이 아니라 피신차 도서관에 왔으니까 그날의 만남은 거기서 더도 덜도 아닌게 되어버렸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녀석에 대해 하는 것이 없었고. 그녀석 또한 나에 대해 아는것....은 없었겠지만 훗날 듣게 된 그 당시의 녀석이 갖고 있던 나에 대한 인상은...아주 과학적이고도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였다.. 뭐라더라...
내가 사이코와 또라이와 자폐아를 꼭지점으로 정삼각형으로 그렸을때 외심이자 내심이며 무게중심쯤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러면 과거형이구나. 다시 고치면 ~~그렇게 쭉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타인과 절친하면서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나의 성격때문에
누구나 아픔이 있지만 조금은 독특하게 이겨내려는 나의 욕심때문에 상처받고 힘든 나에게 녀석은 훗날 아주 완벽한 대일밴드보다 더 든든한 반창고가 되어주었다. 아주아주 이상하고 괴이한 방법으로.. 아주아주 오랜시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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