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이런 소문이 나게 된 것일까? 왜...   나는 과연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이상한 아이일까?  난 한번도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특이하다고까지 할 만큼은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뿐인데.. 도대체 나의 뇌 구조는 그들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른 것일까? 

이쁘다는 말을 조금 들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삐쩍마른 몸.. 웃을 때 한쪽볼에 보일듯 말듯 보조개가 들어가고 특히나 큰 눈이 맑고 이쁘다고.. 꼭 외국아이 같다고.. 머리가 붉은 편이라 오해하는 사람들도 몇몇있었다. 완전 외국인은 아니여도.. 외국애같다는 소리에 '몰랐어? 우리 할아버지가 미국인이야!' 하고 뻥을 치면 '역시'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하지만.. 우리집 형편상 외국에서 아이를 입양할 만큼 넉넉지 않으므로 과감히 패스!할 것!!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점점 커가면서..약하고 삐쩍마른 몸이 안쓰러워 아빠의 강행군 체력단련 속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게 되면서..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나의 체격사항은 항상 '다'를 기록하고 키-몸무게 연관성 99.8을 기록하는 완전 표준형 그자체였다. 운동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긴머리는 귀칞은 존재가 되었고, 머리를 짧게 자르자 마자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마다 우리 여민이 참 잘~생겼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줌마 잘생기기만 했어요? 이쁘지는 않아요?"하고 물으면 "응! 잘생겼어!."라고만 하셨다.. 기왕 칭찬해주실라면 이쁘다고 해주시지..
  

내가 남자였으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아이들로부터..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왜? 키까지 컷으면 니들이 나 수술이라도 강제로 시키겠다는 거임? 나의 머리길이가 더 짧아지자 나에게 편지를 써주는 여자 후배들이 생겨났다. 가끔 사물함에 담아진 이니셜로 쓴 편지와 과자들.. 그래 여긴 여중이니까.. 아직 미숙한 아이들의 일시적인 현상임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만 가봐라.. 니가 잘생긴 여자와 못생긴 남자중에 누굴 더 좋아하게 될지 ㅋ(앗! 잘생겼다는 말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잖아!)중학교를 졸업하는 날 나에게 꽃다발을 준 후배는 자신이 이니셜의 그녀임을 밝혔고, 졸업선물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아이는 '전 정말 언니 좋아했는데.. 이제 못보네요..'라는 말만 남겼다.. 아... 나.... 이거.. 어쩌지...그때 나의 대략 난감함이란...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남학생들은 말했다. 재 채여민이지? 쟤 완전 남자애같지 않냐? 목소리도 허스키해서 밤에 길에서 만나면 깜짝깜짝 놀래. 어떻게 여자애가 나보다 목소리가 더 낮지?   길거리를 지나가다 나에게 장난을 거는 남학생들이 나에게 몇배의 응징을 당하자 더욱더 '남자애! 남자애! 하고 소리를 쳐대며 부르기 시작했다. 유치한 것이 용서가 되는 그 나이 또래 .짓궂은 동창녀석이 자기 친구를 지나가는 나에게 일부러 부딫히도록 밀었다. 이런 유치한 장난이 한두번이 아니였기에 예의 주시하고 가던 나는 나를 항해 떠밀린 그 녀석을 피하고 길가에 있던 주먹만한 짱돌을 들었다. 그 녀석도 알았을 것이다. 내가 그 짱돌을 들었을 뿐만아니라 던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잽싸 도망가는 그 녀석은 "채여민! 이 사내자식아~"하는 말로 나의 속을 또 한번 뒤집어 놨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또 다른 뚱뚱보 유치빤스 하나가 하교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난 남중근처에 살았기때문에 집에가는 길엔 항상 수십명의 남학생들이 참조출연하고 있었다.) "채여민~남중에 전학 안오냐?"며 소리를 질렀다.. 변성기 괴물같은 남자얘들의 합창웃음소리.. 허허허허허허... 악! 소름돋아! 니가 먼저 도발했다! "야! 내 걱정하지 말고 니 자전거 걱정이나 해! 자전거 허리가 아주 휜다 휘어!"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 주변의 남학생들.. 그 녀석은 전세가 역전되자 가던 길을 되돌아와 자전거에 탄 체 다리를 쭉 뻗으며 나를 발로 차려는 시늉을 했다. 야! 내가 둔한 네 발에 맞고나 있을라고 운동하는 거 아니거든! 난 순간 그 녀석의 자전거 뒷바퀴를 발로 확 차버렸고 가뜩이나 주인을 지탱하기 힘든 자전거는 푹하고 옆을로 고꾸라 졌다.. 길가 도랑에 빠진 자전거과 함께 뒹굴던 녀석은 팔을 삐었는지 벌게진 얼굴로 팔을 움켜쥐고 외쳤다. "이 사내새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난 귀찮은 게 싫어.. 꾸미는 것도 실어.. 왜 이쁘게 입어야 하고 아침마다 머리손질을 하느라 이삼십분을 허비해야 하는지 아직 모를 뿐이다. 짧은 머리가 훨씬 편해서 자른 것뿐이라고. 난 남자가 아니야. 여자인게 좋다구. 내가 치마를 입지 않는다고 해서 청바지와 면티를 즐겨입는 다고 해서, 왼종일 운동화를 신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고 해서, 축구와 농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해서, 뒷말을 안한다고 해서, 제일 친한 친구와도 화장실을 같이 안간다고 해서, 가끔은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해서 내가 남자라고 생가하지 않는다고. 나를 먼저 건드리는 것은 너희잖아! 그 순간에는 누구든 그렇게 화를 내기 마련이야. 그런 걸 가지고 나를 놀릴 필요는 없잖아!  난 짓궂고 유치찬란한 너희 장난에 내식대로 맞장구를 쳐준 것 뿐이야..물론 너희가 원하는 것은 꽤하고 소리를 지르면 울고 불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겠지만.. 

날 남자라고 부를 만한 이유가 눈꼽만치도 없는데.. 난 그냥 편한게.. 그리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뿐이다.. 

난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 

하지만.. 지금.. 난.. 평범해 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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