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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는 노장의 이상국가, 웰컴투 동막골의 [동막골]이 생각나더니 이 책을 읽으니 소설 남쪽으로 튀어가 떠올랐다. 사실 초반에는 추억에 젖었었다. 열띠게 축구를 하다가도 5시가 되어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국기 게양식을 하면 모두 그대로 멈춰라! 가 되었던 그때로의 추억에... 박철순, 이만수, 김봉연과 함께 했던 그 야릇한 추억들에... 주말낮에 방송 삼사가 모두 야구 중계만 해서 어린아이들이나 엄마들은 TV를 쳐다보지도 않던 그때... 그때의 추억들로 잠시 젖어 들었다.
그러나 그 추억은 잠시 뿐... 박민규는 그때 그시절을 아십니까! 를 말하고 싶었던게 아니라는걸 조금씩 감잡기 시작했다. 삼미로 시작하여 중산층, 그리고 소속 계급과 삼미 스런 이상향까지... 어느새 이야기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넘어서고 있었다. 스포츠를 넘어 정치를 넘어 경제를 넘어 완성된 어떤 삶의 이상향에 와있었던 것이다. 극의 흐름을 삼미스런 이상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는 조성훈이다. 그의 일본에서의 노숙자 생활을 읽어내려 갈때는 잠깐 달의 궁전의 마르코 스탠리 포그의 센트럴 파크에서의 생활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조성훈의 말이 안되는것 같지만 말이 되는 삼미의 인생 철학!!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다”
저렇게 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것 같지만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며 사는 인간이 될 수 있다. 저 넓고 푸른 하늘을 품으며 살 수 있고, 예쁜 꽃 한송이에 넋을 잃고 행복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지구영웅전설]을 집어 들었다. 앞에 20여페이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삼미에서 하고 픈 이야기가 이것과 맞물려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박민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 더 뚜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사회는 점점 더 프로를 강요한다. 서른 두살의 가정 주부인 나도 주부로써 프로가 되려고 애쓴다. 거기에 돈까지 벌 수 있으면 더 강력한 프로 주부가 될것 같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냥 돈만 버는건 웬지 프로주부가 아닌것 같아서 전문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에 대학에 편입해서 한학년을 마쳤고 지금은 또 다시 다른 공부를 한 것인가 대학원을 갈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새 나는 원더우먼 증후군에 휩싸여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다.
나도 저렇게 살날이 올까? 남쪽으로 튀어야만... 삼촌포로 빠져야만 가능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