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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1월
평점 :
1주일도 안되서 야마모토 후미오의 책을 3권째 집어 삼켰다. 후다다닥 읽기 좋고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등장하니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서 편안하다고나 할까... 책을 탁! 덮고 나자 내 이야기를 저 정도의 분량으로 한번 써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얼른 내 이야기를 지껄이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 거렸지만 (컴퓨터로 문서 작업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아야만 글귀들이 떠오른다 이거...신종 병인가??) 그건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했다. 서른 두살은 좀 더 즐기고 난 후로.... ^^
새해가 시작되었다는건 알았는데 내 나이가 한살 더 먹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 근무하는 곳에서 나이를 묻기에 서른하나요! 라고 대답했는데 다음날이 되어서야 아차! 나 이제 서른 둘이구나..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은 미술관의 아카이브, 자료실이다. 관람객이 없을 때는 책도 자유롭게 읽고, 컴퓨터로 이메일 보내기나 검색정도는 할 수 있다. [내나이 서른 하나] 요 책을 꺼내서 읽는데 관람객이 왔다. 평소 같으면 그냥 책상위에 올려놓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러 갈테지만 이 책은 제목이 안보이게 책을 뒤집어 놓게 되었다. 뭔가 나를 내보이는 듯한 묘한 느낌 때문이였다. 나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나이를 알게 되는 순간 인간관계는 묘하게 얽힌다. 존댓말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반말을 한다던가, 언제부터 알았다고 언니, 언니 하며 찰싹 달라 붙는 다든가, 몇년도에 뭐가 유행했었죠~~ , 누구 모르면 간첩!! 등등 그 세대는 모두 같은 것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처럼 싸잡아 내 취향까지 단정을 짓는다. 그런 것이 싫어서 나이 말하는게 제일싫고 지금 현재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그 다음으로 싫다.
야마모토 후미오는 나이를 말하는 것과 직업을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같다. 주변의 어떤 환경보다는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그녀 또는 그의 나이, 직업, 아파트냐 단독이냐, 진짜 싱글이냐 돌아온 싱글이냐 등등 그 인물의 프로필로 소설의 반은 써내려가는 느낌이다.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야할지, 관심이 많다고 해야할지... 딱히 그 인물들을 향한 애정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많은 인물들을 만나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도 그 인물중 하나가 되어서 새로운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욱 서른 두번째 이야기를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을 것이다.
아직 더 많은 다양한 작품에서 후미오를 만나야 하겠지만 이렇게 단정짓기 조금 미안하지만 그녀는 아직 자신의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 소설을 이용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성숙한 후의 소설이 어떻게 변할른지 심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