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와 태양이의 밥상 토론[1]
2005년 11월 30일 저녁8시 30분 하루와 태양이네집 식탁에서..
주제 : 올바른 책읽기란 무엇인가?
태양님과 나는 좋아하는 책의 종류뿐 아니라 책을 읽는 방법부터해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모습까지..어느 하나 비슷한점이 없다. 그래서 한때는 우리의 너무나 다른 서재를 어떻게 결혼시킬까 고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결론은 그냥 인정해주기! 였다. 서로 다른 개성과 취향을 그냥 인정해주는것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은 가끔 이 책 한번 읽어봐 라며 가볍게 권유하는 정도이지 왜 내가 산 책은 읽으려들지를 않아? 라며 화를 내거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올바른 책읽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책읽는 스타일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책을 읽을때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알아내야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한권의 책을 다 읽을 때까지의 시간이 참으로 더디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한권으로 인해서 여러 지식들을 습득하게 되고 또 여러 인물들과 얽히고 설키는 관계가 된다. 그래서인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책보다는 어떤 생각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랄지,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랄지 뭐 이런 책들을 자꾸 보게 된다.
또, 나는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글쓰기를 매우 즐길 뿐아니라 리뷰를 쓰며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고 완전히 내것으로 숙지하는 과정을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때에는 책이 나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것보다는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닫고 느낀바를 적는다. 그래서 어떤 책의 리뷰를 보면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책을 읽는 과정속에서 떠올랐던 내 인생의 단편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의 내 리뷰는 책에 대한 정보를 알려고 읽은 독자에게 하등 쓸모없는 리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이런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는 계속 될것이다. 왜냐하면 리뷰는 또다른 나의 표현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태양님의 책읽기 스타일을 살펴보자.
태양님은 책을 읽을 때 지극히 재미를 추구한다. 물론 감동적인것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태양님에게 버림받기 일쑤다. 그렇다고 태양님이 가벼운것만 추구하는것은 아니다. 고도의 두뇌싸움을 요구하는 책들도 매우 즐겨 읽는다.
태양님은 자신에게 맞는 책을 만났을때 책읽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아침에 들고 나간 새 책이 퇴근하고 집에 왔을때는 2/3 정도가 이미 읽혀진 상태일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은 책을 꼽으라면 다빈치 코드와 개미가 있다. 또 좋아하는 책은 여러번 읽는다. 아무리 새 책을 들이 밀어도 한번 자신에게 꽂힌 책이면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한다. 태양님 왈 나처럼 정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때마다 새 책을 읽는 기분이라고 한다. 태양님은 어떤 책이 좋으면 그냥 좋은거지 왜 좋으냐! 그 책을 읽고 느낀점이 무엇이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겨 하지 않는다.
태양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 서로 지금의 책 읽는 스타일을 고수하되 조금은 수정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것을 느꼈다.
나의 경우는 책 읽기를 숙제처럼 한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책을 통해 무엇을 꼭 알아내려고 한다는 점과 존경하는 누군가가 읽는 책이라면 어려워서 헉헉 대면서도 꼭 읽어내려고 한다는 점이였다. 그러다보니 책 읽기가 아주 쉬운일만은 아니고 또 한권을 독파한 후 다음권을 읽는것이 아니라 머리에 쥐가 나는책, 흥미로운 책, 머리에 쥐난거 풀어주는 책 해서 약 3권정도를 동시에 읽게 된다.
나는 책읽기의 긴장감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조금은 느슨하게 여유있게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며 그렇게 말이다.
태양님의 경우는 책읽기에 너무 긴장감이 없다는것이 또 문제다. 책을 읽고 돌아서서 그 책에 이런 내용 있었지? 라고 물어보면 그래? 없었는데..라며 부정을 한다. 그래서 내가 페이지를 찾아 들이대 보이면 그때서야 인정을 한다. 예전의 나라면 그럴려면 책을 왜 읽어? 라며 마구 투덜댔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하는 동안 조금은 자신도 달라져야겠다고 태양님 스스로 깨닫는 모습을 보니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남이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깨달을수 있도록 기다려주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음악에 비유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전에 태양님에게 좋아하는 가수가 있느냐고 물었을때 메탈리카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럼 노래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아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하였다. 그냥 좋아한다고 하였다. 나의 경우 바비킴을 좋아한다고 하였고 나는 바비킴을 좋아하기 위해(?) 힙합의 역사를 공부하고 한국 힙합의 현주소를 공부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바비킴의 음악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 두사람이 얼마나 다른지 아주 확연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 대화들을 통해 나는 너무 이해 중심, 또 태양님은 감성 중심의 책읽기를 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너는 이게 문제야! 라고 지적해 주기전에 스스로 깨닫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깨닫고 알게 되었다고 하루 아침에 독서습관이 변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 해 내고 있다는점이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또 어느 부부가 식탁에 앉아서 자신들의 책읽기 방식에 대해서 토론을 할까..난 대화의 경계가 없이 사회.정치,문화, 경제를 뛰어넘는 우리부부의 밥상토론이 너무 좋다. 훗날에 우리 부부를 봤을때 이런 대화를 통해서 어떤 결론도 없고 변화가 없더라도 난 이 시간을 사모할것이고 앞으로 우리부부의 밥상 토론은 계속 될것이다. 대화는 대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