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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김기덕 감독, 이승연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빈집을 보다가 낮술을 한잔했다. 낮1시에 마시는 술이란...적당히 몸에 열기를 더해주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안겨준다. 빈집을 그런 기분의 영화다. 낮술 같은.. 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멀쩡한것도 아닌..
태석은 전단지 붙이는 일을하면서 오랜시간동안 전단지가 떼어지지 않은집을 골라 그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 뭐 며칠간 신세를 지는지도 모르겠으나 영화에서 거기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는 머무는 동안엔 마치 집세라도 내는듯 시계를 고쳐주고, 고장난 장난감 총을 고쳐주고, 체중계를 고쳐주고, 오디오를 고쳐주고, 빨래도 해준다. 나는 이 부분에서 두가지 현실의 문제점을 꼽게 된다. 첫째는 이웃과의 단절이요, 둘째는 일상생활의 무뎌짐이다.
우리는 여행을 갈때 반드시 이웃집에 알리고 여행을 간다. 또는 가까이 사는 친지나 친구에게 부탁을 하고 가거나. 그래서 전단지 같은것이 오랜시간 붙어있을때에는 떼어주고 택배는 받아놓고, 또 우편물도 받아놓는다. 만일을 위해 겨울같은 경우 보일러가 얼까봐 열쇠를 주고 가면서 너무 추운날은 한번 보일러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보면 이웃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알지 못한다. 며칠동안 전단지가 붙어있이서도 떼어내주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이웃과의 단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둘째는 일상의 물건이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것이다. 체중계, 오디오가 고장났음에도 고치지 않고 있다. 또 누군가 왔다간걸 느꼈을때 없어진 물건이 없다는것에만 안주하지 하지 않았던 빨래가 되어있는것나 고장난 물건이 고쳐져 있는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하지 않았음에도 관심이 없다 .그 만큼 일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것이다.
근간 읽었던 소설들을 보면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혼자서 말하기. 혼자서도 잘해요 스타일의 소설들이 많았다. 이 영화가 그러한 소설들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대사 한마디 없이 사랑을 나눈다. 그들의 소통은 더이상 말이 아니라 마음이고 눈빛이었나보다. 왜 이렇게 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하나가 되었다고 떠들고 뭐든지 실시간으로 내게 들어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건데 이건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빠르게 소통하는데 비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mbc 즐거운 문화읽기에서는 작년 초 강원도 춘천에 사는 농부 이인숙씨를 방송한적이 있었다. 문화 프로그램에서 시골의 한 농부를 소개한다는것이 참 이례적인 일이라 관심을 갖고 보았는데 그분의 삶이 그야말로 특별했다. 그 분은 태생에서부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부분이 어그러져서 빠른 판단력과 빠른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이였다. 그래서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것이 버거워 산속에 흙집을 지어 혼자 사시는 분이다. 가스는 2년만에 새로 갈고, 전기세는 두달에 1700원, 연탄 난로를 때고 살며 난방은 돌을 난로에다가 뜨겁게 데워서 하는것이 전부다. 그런 그분은 말하면 하늘도 못보고 일도 못한다면서 혼자 사는것이 외롭거나 단절됐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였다. 전화로 질문을 해오면 편지로 답장을 하시는 분이였다. 그러면서도 책은 닥치는대로 읽으시고 맘에 드는 책은 10번 20번을 반복하여 읽는다 하셨다. 이분의 경우는 그 단절을 스스로는 못느끼시고 사시는데 아마 이분과 관계된 여러분들은 그 단절감을 많이 절감할것이다. 빠른 답변을 원해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이 편지로 오니 말이다..
빈집을 보면서 김기덕 감독님에 대해서 살짝 다시보게 되었다. 솔직히 그간의 영화를 통해 그닥 좋은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빈집도 오래도록 묵혀놓았다가 이제서야 본것이다. 늘 폭력과 섹스로 풀어나갔던 영화는 사뭇 달랐고 무엇보다 여자를 한낮 미물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전작의 영화와는 달리 사랑앞에 용기를 내어 제 목소리를 낼줄 아는 여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뭐 이 이후의 작품을 기대한다던가 뭐 그런건 없다. 단지 이 영화 빈집이 정말 최고!! 라고 말하고 싶을 뿐!!
소리도 없고 흔적도 없는것 같은 태석이 선화의 눈에는 비친다. 선화는 그를 잡아 두는 방법을 안다. 서로 사랑하면 이들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눈에 어떻게 보이느냐를 따지다가 싸우고 헤어지고 하지 말고 서로의 눈에만 가득하기를...남의 눈에 안보이는 그 사람을 가두어 두는 방법을 찾아내기를.. 기대하지 못했던 영화였는데 정말 끝내준다!!! 강추다 엄청나게 강추다!!!
아차! 그리고 무엇보다 아래 포스터에 나와있는 이장면!! 이거 정말 압권이다!! 정말 이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