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특별판 (DTS-ES 3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기무라 타쿠야 외 목소리 / 대원DVD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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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왈츠편..

LOVE STORY!  그냥 사랑이였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가 내게 보여준건 소피와 하울의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 했던 고운 사랑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더 큰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겠지. 하지만 사랑할때마다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낼때마다 마법에서 풀려 젊은 얼굴을 찾아가는 소피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고 정의 내리고 싶어졌다.

미야자키가 만든거라는거 말고는 영화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기에 어떤 영화인지 매우 궁금했다. 사실은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보기위해 어떤 정보도 일체 차단하였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고 군인들에게 희롱당하는 소피를 구하고 하늘로 튀어오르는 하울을 보고 그냥 한눈에 뻑 가버렸다 ^^;;;  저 예고편에 나오는 왈츠 노래는 그때 나오는 노래다. 하늘을 걷듯 움직이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나에게 자유를 선물해주는것 같았다. 친구도 이 장면에서 속이 뻥~ 뚫리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하였다. 황무지 마녀의 마법으로 할머니로 변한 소피, 너무나 의젓하고 멋있다가도 염색된 머리에 흥분하며 아이처럼 때쓰는 하울. 이 두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사랑을 싹튀어 가고 끝내 어려움과 역격을 딛고 일어나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영화~~  이렇게 말하면 이건 그렇게 간단한 영화가 아니야!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난 그냥 사랑이야기라고 하고 싶다니깐..^^ 미야자키 영화를 보면서 이루어질듯 이루어질듯하면서도 그냥 서로의 세계에 남아 헤어져버리는 영화들을 쭈욱~ 봐왔다. 미야자키 영화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키쓰신!  ㅋㅋ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했다 해도 난 이 마지막 키쓰신 때문에 그냥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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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일반판
나카에 이사무 감독, 진혜림 외 출연 / 마블엔터테인먼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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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를 접했을때는 당혹 스러웠다. 이 영화가 책이랑 같은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쥰세이를 보게 되는 아오이..로 시작하는 영화는 뭔가 빠진 느낌을 주었다. 내가 만일 감독이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깊은 내면 연기를 요구할만한, 또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할만한 내용이랄까.. 머 그런것이 없었다. 전개는 너무 빨라서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깊게 이해하기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책을 읽고 본 나는 숨이  헐떡여졌다.  만일 책을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영화정보라든가 예고편, 줄거리라도 알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뭐 워낙 유명한 책이다보니 읽지 않았어도 듣기라도 했을테지만..

처음의 당혹스러움이 두번 세번 되풀이하며 보니 조금씩 삭감되고 있었다.  배우들이 참 책속의 그들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오이.. 진혜림의 아오이는 책속에서 방금 툭~ 하고 빠져 나온듯한 느낌이였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그 모습이 표정없고 밋밋한 진혜림과 참 많이 닮아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연출력의 문제는 지워낼수가 없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볼때마다 기대감을 가지고 봤다가 늘 실망을 했다. 그러면서도 책속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서 꼭 찾아 보곤 하게 된다. 국화꽃 향기는 원작을 너무 헤쳐서 사람 기분을 잡치게 했는데 냉정과 열정사이는 너무 원작에 충실하다가 영화만의 특색을 잡아내지 못해 실망을 안겨주었다. 엔야의 음악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최고의 음악이고,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탈리아에 가고싶은 열망을 갖게 하지만 영화라는게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엄청난 포스를 지닌 원작을 가지고 이정도 스토리 밖에 못이루어냈다는게 여간 실망스럽지가 않다. 그래도 원작에서는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가는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는데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플랫폼에서 만나게 되어서 그래서 서로 마주보고 웃게 되어서 그 부분은 썩~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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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가 30일까지 관객 1만248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 ‘왕의 남자’가 800만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관객 1만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메종 드 히미코’와 같이 독특한 이야기라면 얘기가 약간 달라진다.

이 영화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5년 만에 만든 신작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기이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성애자인 아버지와 딸이 부딪치면서 이해해가는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는 솜씨가 매우 쿨하고 색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메종 드 히미코’가 보여주는 새로움은 크게 두가지다. 게이 아버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딸이 나중에 암에 걸린 아버지를 보며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성적 소수자들을 보통 사람들처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결코 동성애를 환영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비난하지도 않고,그렇다고 동성애자들에게서 억지 울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겉으로 따뜻해 보인다.그러나 내면에 깔고 있는 기조는 냉정함이다. 따뜻한 차가움이라니! 일본 영화가 아니고서는 풀어내기 어려운 방식이라 할 만하다.

배경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시골 바닷가. 은은한 배경 속으로 줄에 널린 빨래들이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도입부는 수채화처럼 독자들을 편한하게 이끌어들인다. 영화 ‘배틀로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바사키 코우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딸의 역을 잘 소화해 낸다. 카리스마 넘치는 게이 아버지 역은 무용가로 널리 알려진 다나카 민이 맡았다. 아버지의 연인이자 이후 사오리와 육체적 사랑을 넘어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하루히코는 떠오르는 샛별 오다기리 조가 맡아 독특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오다기리 조가 보여주는 꽃미남의 이미지는 ‘왕의 남자’ 이준기에 못지않다.

주류에 들지 못하는 인생은 힘들고 슬프다. 누구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겉에서 맴도는 그들의 내면 속으로 카메라를 가져간다.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게 카메라를 들이댄다.강변하지도 않고 그저 스케치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이 날 것처럼 차갑게 드러난다. 고수의 기법이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영화와 다르다. 냉정할 수 있다는 것, 쿨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작품에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일본 작품들은 무게를 잡지 않고 독자들을 편안하게 이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오만가지를 다 아는 현대의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대신 독창적인 경쾌함으로 무장한다. 최근 일본 소설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일본 작품의 이야기 방식은 교훈적이거나 역사적이거나 거대담론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적이고도 독창적이어서 새롭게 느껴지는 방식을 택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잘 맞아떨어지는 방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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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 유럽.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인류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김준태 지음 / 한얼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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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쉴러, 발자크, 호돈, 에머슨, 톨스토이… 문학을 사랑하는 이에게 이들의 이름은 ‘과거’가 아니다.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첫사랑처럼 이 작가들은 불멸의 작품과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매일매일 부활하고 있다.

이들은 문학의 거장이다. 때문에 이들의 인간됨과 작품에 대해서는 책 한권, 아니 두 권 세 권으로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그런데 시인 김준태는 단 한권의 책으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려고 한다. 동서양에서 손꼽히는 세계문학의 거장들을 한데 모은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에서 그들이 살던 공간을 엿보며 그들이 만든 문학의 향수를 맛보려 하는 것이다.

과감한 시도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들을 어찌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겠는가. 의심을 해본다. 숱하게 등장했던, 무미건조한 지식들을 정리한 백과사전식의 소개책자가 아닐는지. 과감한 시도는 용두사미가 되어 되레 실망을 주는 것이 아닐는지. 하지만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는 그것들과 격을 달리한다. 책상 앞에서 정보를 모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발품을 팔아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세계 곳곳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리라.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유럽. 문학사에서 유럽은 어떤 의미일까? 세계문학의 3대 성서인 <단테>와 <실낙원> 그리고 <파우스트>가 태어난 곳, 르네상스를 꽃피우며 서양정신의 근본을 이루었던 곳, 가장 오래됐으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 열리는 곳이 바로 유럽이다.

지은이는 유럽에서 누구를 만나는가? 괴테, 하이네, 브레히트, 빅토르 위고, 로자 룩셈부르크, 그림형제 등 이름 하나하나가 별처럼 빛나는 대문호들이다. 지은이는 이들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베를린에 자리 잡은 브레히트의 집하며 발자크가 묻혀 있는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 괴테와 실러가 문학적 고민을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바이마르 시 등 유럽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지은이는 죽은 이들을 부활시킨다. 그들이 살아간 장소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문학이 주는 감흥을 한층 더 높여 세우고 있다. 철학자 헤겔 옆에 묻히고 싶어 했던 브레히트의 집필실에서 기존의 서사극 이론을 뒤집어 버린 브레히트의 작품을 살피고, 나치에 항거하다가 베를린 운하에 던져진 로자 룩셈부르크를 기리는 묘지에서 오늘도 그녀가 독일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의 이러한 시도들 하나하나는 애틋하기 그지없다. 문학은 문학책을 벗어나 날개 짓을 하며, 과거의 것은 오롯이 오늘의 것이 되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니 설레는 마음을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하이데거, 막스 베버, 헤겔 등 문학이 아닌 분야에서도 맹활약했던 거장들 또한 만날 수 있으니 만족감은 배가 된다.

유럽에 이어 지은이가 찾은 곳은 미국이다. 미국문학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유럽의 정신을 계승했으면서도 유럽의 것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정신을 만들려고 했던 미국. 문학도 국가와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일까. <모비 딕>, <모히칸족의 최후>, <주홍글씨> 등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미국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덕분에 미국문학의 거장들을 쫓는 자리에서는 유럽에서 맛볼 수 없었던, 정신이 성숙해져가는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까지 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아시아와 러시아문학인데 여기에서는 몇 가지 아쉬움을 생긴다. 먼저 호치민, 반레, 라자지, 마오쩌둥,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6명만이 언급된 것은 그렇다. 6명 개개인을 만나는 자리의 깊이는 다른 지역에 견줘도 손색이 없지만, 특히 마오쩌둥과 호치민을 작가로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들만이 등장하는 것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이 지역들은 문학적으로 보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생소한 지역이다. 그것을 고려해 지은이가 개척하는 마음으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들을 소개해줬으면 한층 더 풍부한 이야기로 작품의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없다는 것도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유명한 지형도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 옥의 티라면 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한다면 유럽과 미국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거장들을 쫓은 지은이의 수고는 아름답다. 생생한 그들과의 만남과 그로 인해 배가 되는 문학적 감흥은 척박한 풍토에서 꽃을 피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 무엇을 망설이랴. 첫사랑을 만나는 것 같은 그 설레는 감정들을 복 돋아주는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문학에 빠진 이에게 즐거운 여행길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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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행복나침반 > 건강을 염려하는 게 바로 병!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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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교롭게도 이 책을 병원에서 읽게 되었다. 내 병 때문이 아니라, 내 남자의 병 때문이었는데 별거 아니었던 질병을 꾹꾹 참고 견디다 병을 키워 입원에 수술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도 여름엔 많이 생긴다고, 약만 먹으면 3일이면 낫는다던 약사의 말을 믿고 무식하게 약을 먹어댄 대가로 농이 딱딱하게 굳어 하루에 항생제를 여섯 병씩 맞는 결과를 얻었다. 그 때문인지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은 병원에서 간호 겸 데이트를 하던 내겐 범상치 않게 다가왔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많은 부분들이 밝고 명랑하게 전개되어 있어, 무엇보다 전문지식이 없이는 가까이 가기 힘든 의료 지식들을 읽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때문에 아주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할 순 없다. 그러나 집안에 의사도 없고, 병원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은 사람들이 낭패를 보지 않게 배려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와 그 점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우리 집은 대대로 약골인 집인지라 병원에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가고, 우리 아부지가 젊었을 적 레지던트였던 의사가 이젠 대학교수까지 되어서 만난다니 말 다했다. 갓 서른에 간암 판정을 받았던(나중에 간경화 초기 정도로 바뀌였지만) 아부지-지금은 고지혈증을 비롯한 혈관계 질환, 폐, 간, 심장 등 중요한 오장육부는 모두 정상이 아니시다-, 마흔에 혈압으로 쓰러져 삼 년을 병원 생활했던 엄마, 간암으로 회갑도 못 맞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또 역시 쥐도새도 모르게 잠시 내 몸에 들러 갔다는 결핵손님, 백내장, 혈관계통 문제가 있는 할머니, 벌써부터 고혈압인 내 동생. 정말이지 집 안을 질병의 그림자가 뒤덮고 있다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정기검진 정도야 당연히 빠뜨릴 수 없고, 그것마저 미덥지 않으면 세부 정밀 검사도 이미 몇 차례 받고 있는 게 우리 집 상황이다. 다섯 가족의 보험료가 한 달에 130이라면 말 다한 셈일테다. 예비차원의 보험이 아닌 그때그때 대처용이니, 아마도 큰 일로 입원하게 되면 우리가족을 보험사기단으로 알고 분명 보험사측에서 수사할 거라고 우스개소리도 했다.


우리야 이미 한 대학병원에 단골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엄마가 옛날에 대학병원 간호사였으니 함부로 하진 못한다. 한 번은 아빠의 다리에 혈관문제인지, 사마귀 같이 나다가 점점 커졌는데, 의사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약을 투여하고 수술을 하기로 했었다.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있는데, 갑자기 하룻밤 지나고 나니 혹은 커지고 없던 통증이 생겨 엄마가 전날 주사했던 약들을 모조리 적어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나서 보니 이해할 수 없는 약들이 몇 가지 주사됐는데, 잘못 한 게 아니라고 발뺌을 하다가 나중에 담당의사가 와서 처방이 다른 환자와 바뀌었다고 사과를 하고 부당하게 처리된 약값과 위로금조로 자신 앞으로 나오는 돈을 대신 넣어서 병원비가 적게 나온 경우도 있었다. 몰랐으면 그냥 당했을 일이다.


이렇게 예전 일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나갔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짜여있다. 의료계의 명암과 가끔 헛갈리는 많은 부분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준 「환자가 알면 좋을 것들」, 괴롭고 짜증나는 만성질환이지만 부끄러워 쉽게 상담할 수 없었던 「음지의 질환들」, 웰빙의 대세를 타고 만연한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 과장된 의료 상식들을 꼬집은 「바른 생활을 하자」로 이루어진 책은 그동안 궁금해도 소문만 무성했던 질문들에 착실히 답을 해주고 있다.


특히나, 병원에 갈 때마다 갈팡질팡하게 되는, 과연 내 병의 소속은 어디인지 알려줬던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기가 아토피 피부를 가지고 있는 아는 언니는 첨엔 아기니까 소아과를 갔다고 한다. 근데 피부과도 아닌 알레르기 내과가 더 좋다니, 참으로 병원을 가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잘 모르면 외려 병은 오래가고 후에 상처도 남길 수 있으니 잘 헤아려보고 병원을 선택해야겠다.


티비를 비롯한 미디어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허황된 의학정보들을 듣다 보면, 도대체 내가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어디서는 아주 좋은 식품이라 하고, 어디선 절대 금해야 하는 식품이라 하고. 지난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아토피 피부염도 촉각을 자극함으로 나을 수 있다고 그러던데, 이러다 제대로 처방도 받지 않고 성마르게 여린 아기피부를 북북 자극할까 걱정도 되었다. 이젠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잘 먹고 잘 살기로 모아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하루 한 알, 비타민을 먹지 않으면 금세 내 몸에 뭔가가 부족해 죽기라도 할 태세이고, 나이든 부모에게 글로코사민 한 박스를 안기지 않으면 불효자인 것 같다. 이런 사태에 의료계의 한 사람으로써 일침을 놓는 바른 생활을 하자, 는 정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무엇보다 제 속 편하고, 입 즐겁게 먹는 게 제일이고 최고라던 외할머니의 말씀이 가장 옳다고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인 것 같다.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이라는 제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지만, 속뜻은 사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을 발생시킨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이야기니 썩 다른 내용은 아니지 싶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고 통쾌하게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특정분야에 매이는 법 없이 자유롭게 쓰여지고 엮여진 글이다보니 깊이가 깊을 순 없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좀 아쉽다. 그리고 책 본문을 유쾌하게 읽어가다가 갑자기 등장한 뜬금없는 삽화 때문에 허망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냥 본문만 실어도 좋을 뻔 했다. 건강을 염려하는 게 바로 병이라는 말처럼, 내 몸을 너무 속박시키지 말고 자유롭게 사랑해줘야겠다.


그러고보니, 우리집 병의 내력까지 너무 속속들이 쓴 거 아닌가 싶긴 하네. 장한 일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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