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가 30일까지 관객 1만248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 ‘왕의 남자’가 800만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관객 1만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메종 드 히미코’와 같이 독특한 이야기라면 얘기가 약간 달라진다.

이 영화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가 5년 만에 만든 신작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기이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동성애자인 아버지와 딸이 부딪치면서 이해해가는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는 솜씨가 매우 쿨하고 색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메종 드 히미코’가 보여주는 새로움은 크게 두가지다. 게이 아버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딸이 나중에 암에 걸린 아버지를 보며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성적 소수자들을 보통 사람들처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결코 동성애를 환영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비난하지도 않고,그렇다고 동성애자들에게서 억지 울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겉으로 따뜻해 보인다.그러나 내면에 깔고 있는 기조는 냉정함이다. 따뜻한 차가움이라니! 일본 영화가 아니고서는 풀어내기 어려운 방식이라 할 만하다.

배경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시골 바닷가. 은은한 배경 속으로 줄에 널린 빨래들이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도입부는 수채화처럼 독자들을 편한하게 이끌어들인다. 영화 ‘배틀로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바사키 코우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딸의 역을 잘 소화해 낸다. 카리스마 넘치는 게이 아버지 역은 무용가로 널리 알려진 다나카 민이 맡았다. 아버지의 연인이자 이후 사오리와 육체적 사랑을 넘어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하루히코는 떠오르는 샛별 오다기리 조가 맡아 독특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오다기리 조가 보여주는 꽃미남의 이미지는 ‘왕의 남자’ 이준기에 못지않다.

주류에 들지 못하는 인생은 힘들고 슬프다. 누구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겉에서 맴도는 그들의 내면 속으로 카메라를 가져간다.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게 카메라를 들이댄다.강변하지도 않고 그저 스케치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이 날 것처럼 차갑게 드러난다. 고수의 기법이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영화와 다르다. 냉정할 수 있다는 것, 쿨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작품에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일본 작품들은 무게를 잡지 않고 독자들을 편안하게 이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오만가지를 다 아는 현대의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대신 독창적인 경쾌함으로 무장한다. 최근 일본 소설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일본 작품의 이야기 방식은 교훈적이거나 역사적이거나 거대담론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적이고도 독창적이어서 새롭게 느껴지는 방식을 택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잘 맞아떨어지는 방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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