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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평점 :
2005년 1월, 회사를 그만 둔 남편과 나는 짧지만 긴 여행을 계획했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중간에 설날과 어머님 생신이 껴있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낼 수 없어 딱 1주일로 잡고 전국일주 여행이라고 하기엔 좀 부끄러운 전국일주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봉평을 시작으로 오대산, 횡계, 태백을 거쳐 정선, 안동, 경주, 진주, 하동, 구례, 남원, 담양, 전주에 이르는 여행길을 다녀왔다. 우리는 되도록이면 유명한 곳을 찾아 나섰던것 같다. 두번 다시 하지 못할 여행길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언가 사람들에게 내비쳐지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돌아왔을 때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한 짓은 이 곳은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곳, 이곳은 어느 영화에 나왔던 곳 하며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여행 가방을 읽으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진정 이 여행길에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였을까, 내가 보고 온것은 무엇일까..하는 부끄러움으로 밤잠을 설쳤다. 휴식과 재충전을 목적으로 했던 여행은 좋은 경험은 됐지만 내 인생의 보석이 되어 있지는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귀한 여행을 통해 견고해진 터키석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터키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의 사진에 실려있는 '얌드록초'와 같은거라면 너무나 아름답고 푸르르며 눈부신 보석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이런 푸르른 보석을 내 마음에 툭~ 하고 떨어뜨려 주었다.
재작년 생일선물로 태양님은 나를 목포에 데려갔었다. 좋아하는 공연이 지방공연을 목포에서 했는데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나를 목포에 데려가 주었다. 공연팀과 연락이 닿아 배우분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하룻밤 같이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은 목포보다는 해남과 더 가까운 곳이였다. 목포에서도 한참을 달려 끝으로 끝으로 달려가는데 하늘의 별들이 땅아래까지 닿아있었다. 이런 감격스런 장면은 처음 접해보았다. 그 숙소는 원래 식당이였는데 이 공연하는 동안 문을 닫고 배우들 숙소로 내어주었다고 하였다. 잠을 못이루고 나와 정원에 서있는데 별들이 내게 와르르르 쏟아져 안길것만 같았다.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흙같이 어두운 곳이니 이런 별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이렇게 공기가 맑고 깨끗하니 이런 별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생각하니 또 다시 내가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카메라에 이 쏟아지는 별들을 땅까지 내려앉은 이 별들을 담고 싶었지만 그냥 눈에, 마음에 담는것으로 대신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해남의 별들 이야기를 빼놓으셨을까 좀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도 만일 그 별을 보셨다면 빼놓치 않으셨겠지 그래 내가 선생님보다 하나 더 본거다! 하는 웃기지도 않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고, 선생님이 보신 구례, 하동, 섬진강, 하회마을, 오대산을 똑같이 둘러보았어도 내게는 하나도 눈에 마음에 들어오지 않던것들이 선생님에게는 저렇게 와 닿았구나 생각 하니 또한 부끄러운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나의 여행 이야기도 많이 바뀔것 같다. 카메라에 담기 위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녀왔다는 뻐김을 위한 여행이 아닌 내 안에 보석이 새겨지는 귀한 여행을 앞으로는 하게 될것이다. 귀중한 터키석, 귀중한 야크의 배설물을 선물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귀한 여행이야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