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아침마다 사발면을 먹었다.

학교가 집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걸어서 가면 너무 멀고

버스를 타고 가려면 7시 20분 차 밖에 없었기에 아침잠 많은 나는 늘 6시 50분쯤 눈을 뜨고

7시쯤 버스를 타러갔다. 그러므로 학교에 도착하면 7시 40분에서 45분, 등교는 8시까지..

남는 15분여를 아침밥 먹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3년 내내 아침밥을 사발면으로 먹다보니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위에 이상이 생겼다.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집에 온날,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내시경을 하는데 침 삼키지 마세요! 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침을 삼키다가 위액을 침대 시트에 토하고 말았다. 내시경하는것도 힘들고 속도 아픈데

우리 엄마는 내가 침대에 위액  쏟은 것에만 화를 냈다.

"얘 이게 뭐니!! 어유..참.... 아이고 죄송해요! "

난 환자라고!!! 그럴수도 있지!! 난 너무 서러웠다. 그리고 한동안 죽을 먹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도 울 엄마는 밥에 물을 말아 먹으라고 했다. 죽이 밥에 물을 말아 먹는것이라고 여긴거다.

그 다음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밥에 물을 말아먹거나, 국에 말아먹거나 하면 씹지 않고 그냥

넘기게 되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엄마와 사이가 그닥 좋지 않았던 나는

그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속이 아플때마다 밥에 물을 말던 나는 지금 만성 포진성 위염으로

그냥 위염을 달고 살고 있다.

 

어제 병원을 찾았다. 간과 장이 않좋아져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고 나오는데 어떤 아이가 잔뜩

찌뿌린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갔다가 의사 선생님 앞에서 왈칵 구토를 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었는데 그 어머니 왈

"얘 이게 뭐니! 내 참... 아이고 죄송합니다. "

이러는게 아닌가. 아.... 저 아이도 마음에 상처 남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럴 땐 아이에게 괜찮니? 많이 힘들지? 아이고..내 새끼..하면서 안아주는게 먼저가 되야 한다.

난 서른이 넘어서도 그날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상처로 남아 자식보다

남의 이목이나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내 머리속에 엄마는 자리잡혀있다.

약국에서 그 어머니를 만났다. 나의 절제 없는 오지랖은

"아이한테 그러시면 안돼죠!!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시고 하셔야지요! 저도를 어릴때 같은 경험있는데

그거 별것 아닌것 같지만 성처되요.."

라고 말할뻔 했다. 꾹꾹 눌러 담고 그냥 모른척 하자 모른척 하자..주문을 외웠는데도 나의 오지랖이

뽀롱뽀롱 피어올라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아이 괜찮아요??"

이 한마디...^^;;;

 

내가 어른이 되서 아니 이미 어른인가? 내가 아이를 낳아서 아이가 아플 때는 모든 것을 아이 위주로 하리라..

평소가 아니라 아플때를 말하는 것이다. 아픔에 서러운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까지 얻혀주지는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던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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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4-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해두겠습니다~ ^ ^

이쁜하루 2006-04-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로그인 2006-04-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씀이라 굉장히 공감가네요.
저도 기억해두겠습니다.

이쁜하루 2006-04-0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