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 임지연 피아노 독주회 3

일시 : 2025년 10월 15일(수) 19:30

장소 : 삼익아트홀

연주 : 임지연 (피아노)

프로그램

  -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10개의 소품 Op.75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 D단조 Op.28


* 세줄평

프로코피에프는 무난하게 연주하였지만 작품과 연주회장 특성상 몇 곡을 제외하면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라흐마니노프를 시작한지 몇 분 지나서 갑자기 연주를 중단하고 악보를 가지고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후 페이지 터너없이 홀로 연주를 진행한다. 이런 해프닝을 감안하더라도 후반부의 연주는 훨씬 더 안정적이고 훌륭하였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복잡하며 기교적인. 짧은 기간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세 차례의 연주회는 벅찬 기획이었을 것이다. 앵콜로 들려준 드뷔시의 '달빛'이 매우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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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 탐색 대산세계문학총서 196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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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 전설을 다룬 신작이 나왔다. 다만 이 책은 표제가 의미하듯, 순수하게 아서 왕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아서 왕은 원탁의 기사들이 모험을 펼칠 수 있게 무대를 만들어주고는 이내 전면에서 사라진다. 한마디로 주변인에 불과하다.

 

본디 아서 왕은 켈트족으로서, 게르만족 침입에 맞서 싸운 전설적 영웅이다. 이것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12~13세기에 부활하였고, 게다가 오히려 기독교적 가치를 앙양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게 되니 신기한 동시에 기묘하다. 5세기 당시 브리튼이 기독교를 열렬히 신앙하는 세계였다니, 순전히 역사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이러한 무리를 감수하고라도 작자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를 기독교와 결부시킨다. 그리고 그들 기사의 정신과 모험을 지상에서 끌어올려 성배로 상징되는 천상의 것으로 승화시킨다. 기사도와 기독교의 결합, 이것이 이 작품의 목적일 것이다.

 

경들이여, 이처럼 성배 탐색의 분명한 징조가 나타났으니 경들은 조만간 탐색에 들어가게 되겠구려. 내 지금처럼 경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볼 날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으니,” (P.24)

 

작품 해설에 따르면 이 작품은 <랑슬로-그라알 연작> 5부작 중 제4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탁의 기사들이 난데없이 성배 탐색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전작에서 이에 대한 암시와 징조가 있었기에, 비로소 갈라아드의 등장과 함께 성배가 모습을 살짝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갈라아드를 이 작품의 첫째 주인공으로 대놓고 지정한다. 이제 막 기사가 된, 정체와 신분도 알 수 없는, 어떠한 기사로서의 모험과 업적도 갖추지 않은, 매우 젊은 기사를 원탁의 주재요 주장으로 모셔야 할 자, 바로 갈라아드 경”(P.35)으로 지칭한다. 이는 이후에도 일관된 표현 방식이다. 그는 처음부터 완성된 인간이며, 성배 탐색에 성공할 인물로 예정되어 있다고 공표된다.

 

당신[랑슬로]이 본 그 모든 일이 이미 갈라아드에게 일어났소. 당신의 아들인 그 기사 말이오. 그는 놀랍도록 거룩한 삶을 살고 있으니, 어떤 인간도, 당신도 다른 누구도, 그의 기사도에 필적할 수 없소. (P.180)

 

등장부터 성배 탐색의 최종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종일관 완전무결한 존재로 묘사되기에, 그는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생사를 건 별다른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는 자신에게 예정된 길을 나아가고 성취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이기에 솔직히 재미없는 인물이다.

 

그에 비하며 다른 성배의 동지인 페르스발과 보오르는 숱한 모험과 위기를 겪어낸다. 그들을 탐색에 실패하게 만들기 위한 악마의 계략과 유혹, 함정에 빠져 나락의 순간, 인간적 위기를 극복하고 절대자에 대한 귀의를 떠올린 덕분에 가까스로 벗어나기를 반복한다. 페르스발은 다른 작품에서는 영적 모험의 주인공인데, 퍼시벌 또는 파르치팔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동정이며, 보오르는 타의에 의해 동정을 잃었지만 이후 순수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성배 탐색의 대단원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문학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그다지 흥미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용도 그러하지만, 구성상에서도 기사들의 모험과 꿈이 벌어지면 곧바로 이에 대한 종교적 해석과 꿈풀이가 반드시 뒤따른다. 본문과 해석으로 이어지는 형식은 종교적으로 유의미하지만, 문학적으로는 흥미를 저하시킨다. 이들의 모든 행위는 영적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은 행위 당사자의 영적인 타락에 대한 질책과 경고, 예시를 지닌다. 애초에 성배 탐색은 작중에서 누차 밝혔듯이 천상의 과업이기에 도덕적, 종교적으로 흠결을 지닌 기사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도 고해를 하고 죄 사함을 받지 않고서는 이 탐색에 나설 수 없으니, 모든 패역함과 죄악에서 씻김을 받고 정결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그처럼 고귀한 과업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오. 이 탐색은 지상의 것들이 아니라 우리 주님의 위대한 비밀과 신비를 찾는 일이 될 것이오. (P.30)

 

당신들[고뱅과 엑토르]에게는 결코 그런 표지가 나타나지 않을 터이니, 당신들은 너무나 불충한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어나는 모험들은 인명을 해치고 기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일이며, 훨씬 더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입니다. (P.209)

 

고뱅과 엑토르는 성배 탐색에 실패하고 돌아간다. 이뱅과 칼로그르낭을 비롯한 여러 기사는 목숨을 잃는다. 랑슬로, 즉 랜슬롯은 지상의 기사로서는 최고이지만, 왕비에 대한 그릇된 사랑으로 도덕적으로 타락하였기에 성배를 대면하면서도 반응하지 못하는 치욕을 마주한다. 참회를 거듭한 결과 마지막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는 결국 창조주의 명령에 순응하지 못하는 씁쓸한 결과를 감수할 뿐이다. 랑슬로와 그니에브르 왕비의 사랑은 중세 기사도에서 찬미하는 궁정풍 사랑의 전형이지만 종교적으로는 엄연한 불륜이기에 이런 단죄를 내린 것이다.

 

당대 브리튼에 많은 모험과 이사(異事)가 출몰하였던 것은 성배 탐색의 전조라는 설정은 종국적으로 성배 탐색이 완수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성배의 동지들이 모르드랭 왕과 시므온을 평안케 하고, 코르베닉 성에서 성배를 알현하고 예언에 따라 불수의 왕을 치료하고. 최종적으로 사라즈 성에 도착하여 갈라아드가 지상과 육신의 삶을 마감하는 장면은 성배 탐색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이로써 아서 왕 전설도 사실상 대단원을 내리게 되는데, 더 이상 모험해야 할 이사(異事)가 남아 있지 않아서다.

 

이 작품에서 특이한 대목은 우선 성배와 성배의 동지들을 태우는 거룩한 배의 유래다. 별도의 장을 할애할 만큼 공들여 기술하고 있는데,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에서 시작하는 창세기의 신화를 절묘하게 변용하고 재해석하고 있어 이채롭다. 페르스발의 누이는 독특하며 흥미로 인물이다. 비록 성배 탐색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들이 성배 탐색을 무사히 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다. 거룩한 배를 타고 와서 승선시키고, 불수의 왕으로 향해 갈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마치자 그녀는 나쁜 관습을 끝내기 위해 나병에 걸린 성주 아가씨를 살리려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그녀의 시신은 훗날 거룩한 도성 사라즈 성에서 페르스발과 함께 묻히게 되니 사후에는 주인공급의 대우를 받게 된 셈이다. 다만 목숨 걸고 살린 성주 아가씨와 성 사람들이 다음날 바로 창조주의 분노로 절멸됨은 허탈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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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 초절기교 연습곡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 작곡, 박종훈 (Chong Park) /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그다지 애호하지 않는 곡인데, 웅웅대는 소리를 제외하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오늘 각잡고 연주에 귀 기울여보니 너무나 좋은 연주다. 리스트 특유의 과장과 기교는 물론, 서정성과 재치도 들을 수 있어 과연 명곡이다 싶다. 녹음도 뛰어나서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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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트리오 아티스트리 제6회 정기연주회

일시 : 2025년 10월 11일(토) 15:00

장소 : 일신홀

연주 : 트리오 아티스트리

  - 변예진 (바이올린)

  - 변새봄 (첼로)

  - 김고운 (피아노)

프로그램

  - 쇼스타코비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 (편곡: 레본 아토브미얀)

  - 수크, 피아노 삼중주 C단조 Op.2

  -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7번 B flat 장조 Op.97 '대공'


* 세줄평

전반부 프로그램이 트리오의 성향에 유독 부합한다는 느낌이다. 쇼스타코비치야 그렇다 하더라도 첫 마디가 시작되자마자 슬라브향이 물씬 풍기는 요제프 수크의 곡이 풋풋함과 더불어 매력적이다. 대공 트리오는 고전주의적이기보다는 낭만적이고 슬라브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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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 - 3집 리패키지 Winter Journey (슈베르트 가곡,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겨울나그네) [2CD][비올라와 기타 이중주 편곡]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작곡, 이성우 외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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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의 비올라로 듣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도 훌륭하지만, 슈베르트의 리트 연주는 듣기 힘든 곡목이라 더욱 좋다. 특히 <겨울나그네>는 비올라와 두 대의 기타가 함께 하는데, 온화한 악기 음색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와중에 마음에 호소하는 듯한 연주여서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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