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냉장고에 들어있는 두 병의 포도잼은 지난여름에 동생이 만들어 준 거다. 처음 몇 번 식빵을 구워 맛나게 먹은 이후로 잊혀졌다. 얼마 전, 시골에서 손수 농사지은 생강을 한 포대 받았다. 일부는 손가락이 아리도록 까고 물기를 없앤 후 얇게 썰어 냉동실로 직행했고, 일부는 꿀에 재놓고, 또 일부는 설탕과 생강을 일대 일로 다려서 생강차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생강으로 할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 낸 결과다. 그렇게 만든 생강차, 애지중지 하면서 먹는 걸 본 동생 왈, ‘남이 준 거면 그렇게 맛나지 않지’ 한다. 아, 그랬던 것이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만든 결과물이라서 기특한 것이다. 동생은 제가 만든 포도잼이 홀대 당하는 것이 조금은 서운했음이다. 그러고 보니 포도잼 맛있다는 말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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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1-2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잼을 만들었으면 되게 맛날텐데....^^
렌지에 살짝 데워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생강 한 포대라.....! ^^;;;;;

겨울 2006-11-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렌지에 데워서요?
생강하면 기겁을 하고 뱉어냈던 기억뿐인데, 이번에 생강이랑 씨름하면서 아주 정다운 사이가 됐습니다. 그 냄새도 자꾸 맡으니 달콤해지더라는.

blowup 2006-11-2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날의 생강 냄새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해요.
하루 종일 생강차를 끓이고 있으면 집안 공기가 전통찻집 같겠구나, 생각했어요.

겨울 2006-11-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나무님.^^
그냥 생강이 아니라 겨울날의 생강이라서 달콤했던 거군요. 전 겨울이란 단어도 좋고 계절도 좋은데 더불어 생강도 좋아하는 목록에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늘 가져다주는 것만 날름날름 받아먹다가 내 생애 처음 동치미라는 걸 담가봤다. 첫 실험 작은 한 달 전이었고 엄청 어설프고 맛도 싱겁고 이상하기만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경험이 생겼다고 양념들을 딱 두 배씩 넣었고, 특별히 배도 넣어 주고, 지난번엔 없던 삭힌 고추도 조금 넣었더니, 거의 환상적인 맛이 나왔다.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엄마에게도 나눠주고. 드디어 세 번째 시도. 넣는다고 다 넣었는데 아무리 해도 두 번째와 같은 맛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동생한테도 나눠 주겠다고 큰소리 펑펑 쳐 놨는데.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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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11-2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동치미하면 떠오르는 것이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언 손에서 얼음을 빼내기 위해 손을 담그고 있던 누이들의 모습입니다.

겨울 2006-11-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선 동치미가 싫었죠. 담그는 것도 꺼내오는 것도 늘 칼바람 쌩쌩 부는 그런 느낌이라서. 잉크냄새님의 누이도 그랬을 것 같은데요.
 

 

 

열정이란 저항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라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각종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는 왜 노동자나 인부들처럼, 아니 판매대 앞의 상점 점원들만큼이라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134쪽)


가여운 세실, 허락을 구한 키스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다니. 그러니 그에게 전망 없는 방이란 딱지가 붙을 수밖에. 영화에서 세실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맡았었나. 자유분방한 루시나 조지와 대조적으로 샌님 같은 차림과 외모가 비호감의 전형이었던. 다행히 책에서 읽히는 이미지는 영화보다 덜하다. 소설에서 기대하는 건 영화와 다른 점이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세실과 프레디인데, 영화에서 별로 기억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거의 봤는데 어째 소설은 전무할까, 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실수가 있었다. 미스터 노 시리즈와 양장본을 구분하지 못하고 덜컥 산 것이다. 첨엔 이걸 어째, 했지만 읽다보니 작고 가벼운 게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고 장점이 많다. 하얀 표지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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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0-2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꼭 중간부분서부터 보게 된다는...^^
언제 한번 맘잡고 첨부터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책으로 읽어버릴까요?ㅎㅎ

겨울 2006-11-1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는 작심을 해도 구하거나 보기가 꽤나 힘들어요.^^ 이 영화 다시 봐야지 하면서 결국 못보고 있어요. 소설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쯤의 로맨스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술술 잘 읽혀요.

소소담다 2006-11-11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읽기를 끝냈는데...언니 서재 왔다가 놀라고 가요^^

겨울 2006-11-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늘, 열심히, 씩씩하게 사는 사람~ 건강하지?
 

 

아침이 제법 싸늘하다. 그래도 난방이나 온수가 당기지 않으니 겨울은 멀고 가을이 길어질 모양이다. 햇볕 좋은 한낮엔 니트 셔츠도 부담, 맨발에 양말은 아침에 잠깐 생각이 들다 만다. 관리부실로 쫓겨 갔던 장독들이 하나둘 다시 찾아들어 계단을 오르는 번거로움을 피해 마당 한구석에 흰 자갈돌을 깔아 자리를 마련했다. 키도 제각각인 장독을 윤이 나도록 닦아 놓으니 기분이 좋다. 고추장도 된장도 냉장고에 넣어 먹는 게 편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의 운치는 값으로 따질 수가 없다.     


동네가 시끄럽다.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아줌마건 아저씨건 만났다하면 저 얘기다. 길을 걷다 저기서 그들을 발견하면 뒤로 돌아서 딴 볼일이 있는 것처럼 머뭇댈 정도로. 오케이 사인만 떨어지면 당장 아파트가 들어서고 벼락부자라도 되는 환상을 품고 있는 건지. 제 소유의 땅과 건물이 있어 이러니저러니 참견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클수록 이른 아침 나가 저녁 늦게 들어와 얼굴 한번 마주치기 어려운 이웃들의 고단한 삶은 더 암울하겠지. 땅값 집값이니 관심 없고 딱 지금만큼 조용하고 친절한 이웃들이랑 어울려 살길 희망한다. 근처에 있는 재건축된 아파트를 보면서 늘 들던 생각은 미친 짓이라는 거. 낡긴 했어도 낮은 건물과 높은 하늘 너른 녹지로 심신을 편케 해주었던 거기에는 촘촘히 붙어선 멋대가리 없는 회색 건물이 하늘을 뚫을 듯 서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부자가 되어 행복해졌나. 아마도 살던 곳을 원치 않게 떠나야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 동네에서 십여 년을 살았어도 이웃들과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니 어쩌다 만나도 어디 사는 누군지 관심도 없고. 그러다 주구장창 집에만 붙어있는 요즘엔 과할 정도로 번잡하다. 노상 집밖에 나가시는 할머닐 생각해서 시골에서 공수해오는 야채며 곡식을 퍼다 나른다. 받으면 갚는 인지상정으로 누가 뭘 가져왔는지 염두에 두었다가 다른 날 잽싸게 나누는 게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됐다. 단,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좋은데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불쑥불쑥 드나드는 것만은 영 적응이 안 된다. 대충 파자마 바람으로 있다가 갈아입는 번거로움, 헤어밴드로 말아 올린 뻗친 머리, 기타 등등.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습관들을 고치려니 스트레스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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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0-28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않는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아, 이건 먼저 살던 동네에서 징글맞게 부딪친 문제라서 그래요
적당히, 이 말이 참 어려운 의미이긴 한데 말입니다.
오늘도 식전부터 들이닥친 일단의 무리들로부터 스트레스 받았답니다.
사람 사는 동네는 꼭 별스런 인간들이 있더라구요.
산에 잠깐 올라갔다가 도토리가 너무 예뻐 다섯 알갱이를 가져왔어요
모니터 위에 놓았는데 며칠후면 시들겠죠. 가을, 10월 너무 아쉬워요

겨울 2006-10-2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계시니 대문 현관문 활짝 열고 살아요. 아픈 사람 붙잡고 하지 마라 할 수도 없고,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 땅에 떨어진 도토리 무시하고 지나치긴 어렵죠. 시들어 버릴줄 알면서도 한주머니 가득 줍곤 했었는데... 도토리묵 좋아하심 작정하고 모아보셔요.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웃겼다가 울렸다고 다시 웃기는 이야기. 처음엔 뭐, 이런 이런 사신이 다 있어 하며 건성으로 읽다가 이내 이 말할 수 없이 친절하고 진지한 사신 치바의 매력에 쏙 빠져들고야 만다. 더구나 그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 얼굴이다. 어둡고 사악한 까맣게 죽은 입술의 창백한 이미지가 절대 아니라는 거다. 

혹시 아나.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날. 내 곁에 서서 말을 걸고 있는 멋진 남자가 치바일런지. 그는 친근한 이웃, 직장동료, 사돈에 팔촌일 수도 있고 우연히 버스를 기다리던 내 앞, 옆의 인상좋은 그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님, 편의점에서 나란히 서서 컵라면을 먹던 낯설지만 익숙한 그 모습이던가. 중요한 것은 그를 볼 수 있는 기간은 딱 일주일 뿐이며 그 후의 내 운명은 죽음이라는 사실. 무섭지 않겠냐고? 전혀. 오히려, 치바와의 만남은 행운이 아닐까?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 속의 치바가 관련된 죽음들은 모두 다 달콤하다. 아니 애잔하다. 사나이의 도리를 다한 후지타 형님의 죽음도 멋지고, 복수를 선택해 죽음에 이른 산장 살인사건의 죽음도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찾을 수가 없다. 모두가 죽어도 좋다라는 신념을 가졌다. 치바가 연애상담사로 나선 어쩌면 가장 슬픈 사연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려 일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오기와라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질 찰나에 죽임을 당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위한 죽음이라 다행이라 말한다. 살인 용의자와의 동행은 또 어떤가. 어린시절의 유괴에 의한 고통스런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온 모리오카가 흉악한 살인범의 얼굴에서 점점 연민을 자아내는 가여운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과정은 눈물겹다. 어짜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삶이지만 치바와의 동행을 통해 삶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치바군, 흉기(칼대신 포크)를 품고 후쿠츠를 찾아온 모리오카에게 "이봐, 포크 가져가야지."는 너무 했어. 불행히도 치바군에게 그건 진담이었다. 그는 늘상 그렇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썰렁한 조언을 인간들에게 건네지만 의도야 어떻건 결과는 나쁘지 않다. 인간사회의 법칙에 대한 몰이해가 여유로 비춰진들 어떤가. 그리고 설령 내일 죽는다한들 어떤가. 오늘 죽을 힘을 다해 살았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 사신이란 무엇을 하는 존재일까, 라는 거.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듯 하지만 그들도 그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걸로 보아 생사여탈권과는 무관한 관조자, 동행이라는 거. 홀로 맞서야 하는 죽음 앞에서 말동무처럼. 그러므로 이 이야기의 교훈은 결코 사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비가 내리는 어느날 동행이 되어준 누군가가 있다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모든 얘기를 아낌없이 토하라. 그러면 짊어지고 가는 등짐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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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이 딱입니다. 친절한 치바씨^^

비로그인 2006-10-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댓글에 한표~^^

겨울 2006-10-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요? ^^ 마왕도 막 읽었어요.
이사카 코타로, 치바만큼이나 멋진 사람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