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1 - 눈과 불의 소년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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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 있으세요?” (p.162)

     가족, 치유. 이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여전히 강세를 띄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품에서 위로 받으려 하는 것이 까닭일까. 이런 시점에서 다양한 책을 만나게 되지만 정말 가슴을 한편을 자극하게 하는 글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팀 보울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불안감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늘 전달하던 작가가 아니던가. 그런 그에게 최대 수상의 영예를 안겨 준 <프로즌 파이어>는 결코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 그간 읽어왔던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이별을 경험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두렵기만 하다. 이별이 주는 상실의 무게를 극복하는 것은 늘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어떤 유행가의 가사처럼 한 뼘 더 자란 가슴으로 눈물아, 안녕을 외치는 순간은 결국 오고야 마는 것이다.

     더스티에게도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컸다. 조쉬 오빠가 사라지고 마음 한편에서는 오빠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애써 거부한다. 그리고 엄마 역시도 그렇다. 엄마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아빠와 더스티. 둘이서 의지하며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더스티는 아빠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일어서 보려고 한다. 자신이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정작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아빠의 슬픔을 극복해 주려는 당찬 꼬마이다. 이런 더스티 앞에 신비로운 존재가 나타난다.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알 수 없는 소년. 믿어야 하는지 믿으면 절대 안 되는지 알 수도 없는 그 아이는 조쉬 오빠를 떠올리게 한다. 그 소년과 만나고 그를 지켜주고 싶고 그를 믿어가며 더스티는 자신도 모르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치유 받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은 불처럼 뜨겁지만 극복하는 순간 눈처럼 맑은 무엇으로 변한다. 그 ‘무엇’의 실체는 정체불명의 소년처럼 모호하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무엇을 만나며 우리 역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배우며 치유 받게 된다는 것을.

     더스티가 처음 만나는 아주머니에게 건네는 “혹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 있으세요?”라는 대사는 그래서 마음에 더 와 닿는다. 더스티가 이제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고 이별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게 왔던 수많은 이별의 시간을. 그리고 그 이별들을 과연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슬픔으로 쌓아두고 있지는 않은지. 이제 그 모든 것을 놓아주어야 할 것 같다. 책을 덮으며 그 소년과 내 안의 모든 이별들에게 작게 말해 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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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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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고 얇게 저민 마늘과 고추 약간, 그리고 베이컨을 달달 볶는다. 마늘과 베이컨이 바삭하게 익으면 익힌 파스타를 넣고 다시 한 번 살짝 볶는다. 그러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가 나온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지만 양을 좀 줄이면 출출한 시간 호화로운 간식도 될 수가 있다. 속일 수 없이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걸까. 난 면으로 된 음식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콩국수가 땡기고 겨울에는 포장마차의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진다. 홍콩 뒷골목에서 먹었던 쌀국수 맛을 잊지 못해서 아직도 유명한 쌀국수 집은 찾아 다니고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해물 파스타의 맛도 잊지 못해 유명한 파스타 집 앞에선 꼭 발걸음을 멈추고 메뉴를 들여다 본다. 파스타 집을 찾아 다니면서 다 먹어보지 못하고 메뉴를 보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원하는 소스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는 내가 유난히 약한 종류가 있는데 바로 익힌 과일이나 채소이다. 생 과일, 생 야채는 정말 잘 먹으면서 유난히 익힌 것은 싫어한다. 그래서 케첩도 잘 안 먹는데 토마토 소스는 말 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크림 소스를 택하자니 반 정도 먹으면 속이 느글 거릴 것을 안다. 파스타 가게에서 늘 고르는 것은 올리브 오일 소스. 가끔 괜찮은 파스타 가게에서는 생 바질을 듬뿍 넣은 올리브 오일 파스타를 팔기도 하는데 그러면 금새 신이 난다. 책을 읽는 내내 예전에 먹었던 이탈리아의 봉골레 파스타가 생각이 났다. 또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일 할 때, 종종 주방에서 만들어 먹던 갖은 재료를 다 넣은 '섞어'파스타도. 미각에 대한 추억은 은근히 유통기간이 길어서 작은 키워드에도 금새 그 때가 떠오른다. 그 때를 떠올리며 난 노란 벽돌로 지어진 작은 파스타 가게 앞에 서서 메뉴판을 보는 상상을 했다. 그래, 여기는 믿을만 해. 한 번 먹어볼까? 그렇게 책은 한장씩 넘어가며 색색의 파스타와 만나게 해 준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로 이미 익숙한 저자는 꽤 감칠맛 나게 자신의 파스타 이야기를 글로 풀어 놓는다. 그의 글을 맛보며 이탈리아와 런던의 파스타 맛을 떠올린 나처럼 그는 이 글을 풀어놓으며 자신이 머물렀던 이탈리아 동네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의 일상들을 파스타 위에 살짝 뿌려지는 치즈 가루처럼 뿌려놓는다. 이 것 역시 음식의 풍미를 더 하는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그렇게 노란 파스타 가게의 메뉴를 살펴보고 나면 어느새 입가에 군침이 돈다. 그러며 냉장고 속에 잠자고 있는 재료들을 떠올려 본다. 이것들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파스타가 시작 된 이탈리아와 그 곳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사람사는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보통날의 파스타'는 더 없이 맞아 떨어진다. 저자가 만들어 낸 파스타가 '새벽시장 파스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름만으로 조금 더 특별한 맛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는 그 맛이 아주 좋았다. 언젠가부터 훌쩍 떠나는 것에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언젠가 내가 걸은 길에서의 추억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런 기회가 올 수 있다면, 난 어떤 재료로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 나도 보통 날의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담은, 하지만 이 책처럼 결코 평범하진 않은 그런 맛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아직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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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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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면 잊어야 한다. 그러나 잊는다 해도 온전히 잊히지는 않는 법이다. 가슴 속에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p.398)

     모두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그렇다면 나도 이 나라를 그렇게 사랑해서 그 모든 것을 잊고 사는 것인가.

     간혹 나의 무지와 마주하게 되는 때가 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고 그렇게 내 자신을 인정하고 있어도 정작 형태 없던 그것과 마주치는 순간 자신에 대한 분노는 치밀어 오른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 모르는 사람일까. 덕혜옹주를 만난 순간에도 그랬다. 예전에 그녀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잠시 뿐, 관심은 망각 속에 묻혀졌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만난 순간 내가 모르고 있는 시간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진 삶에 마음이 아렸다.

     "달리는 말을 멈출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구나......" (p.165)

     조선의 마지막 황녀, 황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녀는 한 순간도 그것을 누리지 못했다. 조선은 망해가고 있었고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황족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은 그녀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철저히 그녀의 존재를 무시했고 그녀는 한 번도 그녀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다. 조국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독립운동가 못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은 그녀를 감시당하게 했고 구속당하게 했다. 아버지의 의문 많은 죽음, 타국에서 전해 들은 어머니의 영면은 그녀를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없는 조국은 그녀의 마음에 한이 서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늘 한 나라의 황녀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사람 좋던 다케유키를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조선의 황녀로서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온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그 바람을 다 견뎌내기가 힘이 들기도 한다. 옹주에게 그 바람은 너무나 거셌고 옹주는 무릎을 꿇는 대신, 등을 대고 바람을 막아내는 대신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 버린다. 그리고 온전히 그 바람을 막아 낸다. 그녀에게 바람은 너무 늦게야 멈췄고 그 바람을 막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황녀로서의 자존심을 놓지 않았던 그녀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세월은 바뀌어 세상엔 더 이상 황족이 존재하지 않고 우린 더 이상 조국의 독립을 외친다 죽음 당하지 않으며 전쟁의 공포 속에 몸을 사리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시절과 함께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과거까지 놓아 버렸다. 옹주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고국에 돌아 와 삶을 마감했지만 또 한 번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있다. 패망국의 황녀로 태어난 탓에 자신의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했던 비운의 그녀, 이젠 우리가 그녀를 진심으로 고국으로 받아들여 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그녀를 기억하는 것, 그녀를 위해 이 나라를 지켜 가는 것.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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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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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고아 수출국이라고까지 불리던 나라에서 국내입양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공개입양을 결정하는 가정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몇몇 연예인들이 앞장 서 그런 모습을 보인 영향도 분명 부인할 수는 없고 그 때문에 이런 반가운 현상 이면에는 분명 걱정도 도사리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한 트렌스젠더가 입양을 하고 싶다고 밝히며 입양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드러났는데 그녀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탓도 있겠지만 만약 그녀가 입양을 한다면 차후 그녀의 아이가 가질 정체성의 혼란이 그 시선들의 주를 이었다. 하나의 가정을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 우리는 입양아의 심정을 완전하게 알 수 없는 만큼 그 무엇이 옳다 틀린다고도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입양이라는 것은 하나의 가정이 이뤄지는 것이니만큼 그것에 책임이 따르고 사랑과 애정이 그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떤것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입장에서 후에 양부모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과 충고가 될만하다. 현장에서 50년 동안 일해온 조병국 원장님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의 고충을 봐 왔고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기에 그들의 입장을 우리보단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50년이란 시간 동안 조병국 원장님은 여러 입양 사례들을 보아왔고 그 중에는 분명행복한 가정을 갖게 된 사람도, 불행한 사례로 남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원장님도 말한다. 부모 없는 아이들의 앞날에 어떤 해피엔드가 숨어있을지 모르므로 그들에겐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다고. 원장님이 간직해 온 사연들 하나하나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엄마라는 이름이 만들어 낸 기적, 감동, 안타까움 이런 다양한 감정들은 다시 한 번 입양이라는 것을 똑바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행복 이면에 존재하는 불행한 사례가 계속 보도되는 것은 어쩌면 아직 입양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많은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이를 뒷받침 해 줄만한 수 많은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장애아동을 위한 법은 법이 약자를 위한 것인지 강자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게 할 만큼 그들의 양육과 입양을 힘들게 만들고 잘못된 사례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한 번에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과욕일 수 있다. 천천히 조금씩 바로잡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모두에게 필독서로 자리 잡혔으면 한다. 제대로 된 제도 위에 올바른 사고, 그것이 우리에게 조금 더 나은 입양이 자리잡게 도울 것이고 이 책이 그 초석이 되길 바란다.

최근엔 영화나 책으로도 입양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많이 발견된다. 최근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씨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도 공개입양을 소재로 다뤘다. 그리고 작년에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패트릭 1.5>는 게이가정에 입양 된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것들이 공공연히 다뤄지는 만큼 입양에 대한 관심도는 현재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심에 더불어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 내 주위에도 공개입양을 한 가정이 있었고, 또 향후에 입양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이들이 다 옳은 선택을 하길 바라며, 그리고 그들의 가정에 행복만이 있기를 바라며 그들에게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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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윌리엄 캄쾀바, 브라이언 밀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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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사는 소년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 북스코프)이라는 책을 읽은 후였다. 소년병들의 잔혹한 삶, 한 삶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불행이었다. 그 당시 난 소년병 또래의 아이들을 접할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난 그 아이들에게 늘 너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 나이 또래엔 세상이 온통 불만 가득한 모습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책에 대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의 소개를 만났을 때 또 다시 그런 불행을 보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도 희망은 피는 법이다. 그 책의 이스마엘 역시 희망을 만났고 이 책은 이야기 자체가 아프리카의 희망이자 세상 모두의 희망이었다. 눈물이 흐르는 감동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감동이 숨어 있었다. 이 책을 덮고 지금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지겹다 말하는 공부를 해야만 하는 동생에게 건넬 수 밖에 없었다. 해보고 만들은 윌리엄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 보길 원하는 누나의 바람이랄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나라, 말라위. 그 곳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기근으로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려 노력하지만 날씨와 정부는 늘 그들에게 등을 돌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올 한 해를 먹고 살기 위해 애를 쓰고 버텨보지만 그 노력은 종종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지고 보이지 않는 힘에게 배신당한다. 윌리엄 역시 그런 힘들에게서 배신당하고 말았다. 계속 되는 기근으로 인해 학교마저 다니지 못하게 된 것. 하지만 윌리엄은 학교에 가고 싶고 언젠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은 그 언젠가 다시 학교에 가게 되면 계속 공부를 해 온 친구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혼자 조금씩 공부를 지속해 나가는 것. 그래서 윌리엄은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고 그 책 중에서도 물리학을 다룬 책에 매혹 당한다. 그 책에는 전기가 있고 에너지가 있다. 서로 반응하고 자극하는 그것이 윌리엄도 자극시킨다. 그 반응으로 윌리엄은 해보고 만들었다.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 손가락질 하던 말던 이 나라를, 우리 마을을, 우리 가족을 살릴 길은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하고 버틴 일이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 윌리엄은 풍차를 만들고 전기를 만들어 낸다. 중학교를 갈 수 없었던 아프리카의 한 소년이 해 낸 일이다.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소년의 이 도전에 감동한 것은 세계 모든 사람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무관심 했던 사람들조차 그에게 손을 내밀고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결국 윌리엄이 해 낸 것은 풍차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한 대륙의 미래를 설계한 것이다.

     우리에겐 크지 않은 돈이 없어 학교를 못 가는 아이들, 말라리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아이들, 사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지 우리는 우리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외면했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그 곳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생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한 아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그것이다. 당신이 외면했던 곳에 우리가 함께 꿀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외친 것. 그 목소리가 윌리엄의 풍차를 돌린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도착했다. 날씨는 춥지만 그 바람은 따스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훈훈하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름 많은 성장소설을 만나봤지만 역시 픽션보다 감동적인 것은 인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 낸 실화가 더 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최고의 성장 이야기라고 꼽고 싶다. 지금 어디선가 절망하고 있는 십대들이 있다면, 나에게 미래란 어두울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책을 만났다.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한 줄기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은 아프리카의 한 작은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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