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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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동화나라로.
 
     동화(童話)란 어린이들을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야기예요. 하지만 우리가 소위 이야기 하는 '명작동화'의 이면에는 본래 잔혹한 장면들이 많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의 전래 동화에도 이런 잔혹한 장면은 등장하지요. 콩쥐팥쥐에서는 팥쥐의 사체로 젓갈을 담가 어미한테 보내는 장면이 나오고,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오븐에 넣어 구워 죽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동화들은 단지 어린이들을 위해 지어진 이야기라는 이유로 걸러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혀지고 들려졌을까요? 글자를 읽지 못하고, 문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시기에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들려주는 사람들은 어른들이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동화는 아이들에게보다 어른들에게 먼저 소개되고 읽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학구열이 높아진 요즘은 부모님들이 먼저 아이들 책을 접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건내니 요즘같은 때는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어른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난 아직 아이가 없는걸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뭘.'하고 불평하지는 말아요. 하루하루 시간을 흘려 보내며 점점 우리는 아이 때의 마음에서 멀어지잖아요. 가끔은 그게 너무 슬퍼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보고 싶거나 잠시나마 어른아이가 되어 맘껏 투정부려보고 싶을 때, 그럴 때 동화책을 꺼내 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 어릴 때 우리가 읽었던 동화들은 많이 각색된 것들이예요. 원작 동화를 찾아 만나다보면, 머리도 마음도 몸도 훌쩍 커 버린 지금도 금새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어린 아이일 때의 나 처럼 손에 땀을 쥐며 이야기에 몰입하는 날 발견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러니 한 번 떠나보자고요.  어른이 되어 만나는 이상한 동화나라로.
 
     곤살로 모우레의 동화 나라
 
     곤살로 아저씨는 참 따뜻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에요. 스페인에서 태어난 곤살로 아저씨는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계시지만 그 글이 절대 가볍거나 예쁘기만 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난민촌 아이들을 비롯해 소외되어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쓰세요. 당연히 이야기는 가벼울 수만은 없죠. 어른인 우리가 읽어도 생각해 봐야 할 거리들이 가득해요. 그리고 아저씨의 이야기에는 그런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동물의 이야기도 많이 나와요. 세상을 살아가는 건 인간인 우리들 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함께이며 그들은 가끔 우리에게 사람 이상의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아저씨는 너무 잘 알고있는 듯 해요. (아저씨는 지금 스페인의 시골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 아저씨의 이야기 중에 <안녕! 캐러멜>이라는 사하라 난민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요?
 
     안녕! 캐러멜!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 저 편에는, '사하라위족'이라는 사람들이 살고있어요. 모로코라는 나라 때문에 난민이 된 그들은 사막에서도 사막인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지요. 그들은 알라신을 믿고, 일식을 무서워하고, 힘이 들면 알라신께 숫낙타를 재물로 바쳐야 해요. 그리고 그 곳엔 <캐러멜의 말>이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어요.
     사하라위족 마을엔 코리라는 친구가 있어요. 코리는 말을 듣지 못해서 사람들의 말을 알지 못하고, 입술을 읽을 뿐이에요. 자신의 이름 코리는 동그란 입술, 옆으로 벌어진 입술, 이렇게요. 그래서 코리는 낙타도 말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낙타는 음식을 먹을 때, 늘 우물우물 그 입을 마구 움직이면서 먹으니까요. 그것이 코리에겐 꼭 사람이 말을 하는 것 처럼 보였거든요. 코리는 낙타가 참 좋아요. 그러던 어느 날, 아기 낙타가 태어났어요. 코리는 아기 낙타에게 물었어요. ' 넌 이름이 뭐니?' 그 때 아기 낙타가 '난 캐러멜이야.'라고 말을 했다고 코리는 생각했어요. 그 때부터 코리에게 그 낙타의 이름은 캐러멜이 되었고, 코리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죠. 캐러멜은 코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코리는 그 말들을 받아 적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코리가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고, 캐러멜이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도 몰랐지요.     
     캐러멜이 점점 어른 낙타가 되어가던 어느 날 사람들은 점점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알라신께 재물을 받치기로 하고 알라신의 뜻을 물었어요. 그러자 캐러멜을 재물로 받치라는 알라신의 대답이 들려왔고, 캐러멜이 재물이 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코리에게까지 전해졌지요. 어떤 아저씨가 캐러멜을 가르키며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해 줬거든요.
     아무리 알라신의 뜻이라지만 가장 친한 친구 캐러멜이 죽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코리는 한 밤 중에 캐러멜을 데리고 캐러멜의 고향이라 생각한 사막으로 도망쳤지만, 코리가 모르는 것을 캐러멜은 알고 있었어요.  캐러멜이 엄마에게 들어 기억하고 있는 사막은 이 사막이 아니라는 것을요.
     코리와 캐러멜을 찾아나선 삼촌에 의해 코리와 캐러멜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캐러멜은 재물로 바쳐졌어요. 캐러멜이 죽는 그 순간, 캐러멜 옆에서 그 모든 것을 보던 코리는 캐러멜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세상에서 사라져도 늘 코리와 함께 하겠다는 캐러멜의 말을요.
     코리는 계속 자라났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늘 바람 속에서 캐러멜을 만났어요. 그리고 계속 캐러멜이 하는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지요. 사하라위족 출신의 위대한 시인 선생님이 부족을 찾아 코리를 만났을 때, 코리의 글을 칭찬해 주었어요. 코리는 그 글은 자기의 글이 아니며 친구의 글이라 하자, 시인 선생님은 놀라워하며 이름이 캐러멜이냐고 물어보았어요.
     <캐러멜의 말>은 전설이 아니었지요. 진짜 일어나는 이야기일 뿐...
 
     입에서 전해지는 말이 전부는 아니에요. 세상에는 말로써 표현되지 않는 말이 더 많은 법이니까요.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늘 마음 속에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 처럼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마음이 하고 있는 말들이 많이 있는 법이잖아요. 코리는 그렇게 마음과 마음으로 캐러멜과 이야기를 했던 것일 거에요. 둘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한 번쯤 생각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그 사람에게 가서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 보며 말하는 거예요. 사랑한다고... 물론 마음으로요. 코리와 캐러멜을 통해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아주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기도 해 보아요. 사하라위족 난민들이 그들의 땅을 되 찾아서 그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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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콩 2007-10-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슬프다는 얘기만 하는데 엄마인 나는 왜 이리 생각이 많아지는지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동화를 읽게 되네요. 님의 글을 일고 저도 책을 보고나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이 공유되는 느낌이 참 좋으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