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하나의 이야기를 '눈물나도록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 그 전부를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은 그 표현만으로 전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있을 법한 연들이 내 마음 안에도 자리잡고 있어서 높게 높게 날아올라 눈물샘을 자극했다. 난 아미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끄러웠고 눈물 흘려야 했다. 너무나 멋진 한 편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이토록 멋질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진심이 있어서이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어른이 된다. 아니, 그 중에는 차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세상을 뜨는 사람도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누구나 어른이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기까지 누구나 많은 비밀을 품고 자기만의 세상을 갖는다. 그 비밀은 때론 너무 아파서 어른이 된 후에도 자기만의 세상을 아프게 하는 통증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 그 방법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두 소년이 있었다. 두 소년은 다정했고 행복했지만 절대 친구는 아니라 믿었다. 그들은 그저 계급관계에 묶인 주종관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 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자라왔고 그렇게 살아갈테니까. 하지만 그건 죄의식의 구현이었고 자신에게 이어진 배신의 그늘이었다. 그걸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을 땐 너무 늦어버렸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때가 가장 빠르다는 걸 우린 늘 말하고 있지 않았던가.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내 안의 죄의식과 마주하고 용기로서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었다. 우린 그렇게 쉬운 일을 늘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소년의 성장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은 변화한다. 내가 이 책에서 진심을 느낀 것은 바로 그런 점이었다. 작가의 역사, 그리고 작가의 조국인 아프가니스탄과 그 속 사람들의 역사를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그것은 작가의 진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본다. 우린 너무나 단순하게 아프가니스탄을 테러의 나라로 인식하고 위험한 장소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그 속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고 테러의 위험은 그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평화를 원하고 더 많은 연이 날기를 꿈꾸고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가해질 무언가가 무서워 아미르처럼 등을 돌려 달아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에게 진실을 봐주기를 토로한다.
하늘 높이 연이 날고 있다. 그것은 하늘 위에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연이 높이 올라갔다 급하강을 하며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자유롭게 나는 그 연을 타고 감정이 흐르고 흐른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 우린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평화와 세상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