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존 칼린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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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 세계는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들썩였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평등'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인류사회'의 시작이라고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평화와 평등의 구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었고 "Please save us!"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스리랑카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족이 죽어가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오는 곳 중 하나는 런던 의회 광장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넬슨 만델라의 동상이 서 있다. "압제에 저항한 내 나라 모든 이를 상징하는 동상"이라고 넬슨이 표현한 그 동상은 그의 말 그대로이자 남아공의 그리고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를 표현하는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아직도 그런 집회가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다. 평등과 평화, 그 두글자로 된 두 낱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1995년 그 날,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평등과 평화의 세상이 잠시 우리의 눈 앞에 펼쳐졌다.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던 인종들이 하나가 되었고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럭비라는 스포츠 아래에서, 그리고 그 스포츠로 그들을 묶어 낸 인물을 기리며. 그 인물이 바로 넬슨 만델라였다. 그토록 인종차별이 심했던 나라 남아공에서 흑인으로서 대통령이 되어 끊임없이 양 인종간의 화합을 끌어내려 노력했던 사람. 그리고 그것을 실현 해 보인 사람. 이 책 <인빅터스>는 그의 그런 행적을 풀어낸다. 

    아프리카너들의 스포츠라며 럭비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흑인들과 그들을 인간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아프리카너들.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것은 넬슨 만델라라는 훌륭한 지도자와 함께 스포츠라는 거룩한 정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온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넬슨의 노력과 의지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런 만델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남아공은 격차가 심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각성들이 이뤄진다면 그들에겐 적어도 '가능성'이라는 것은 보인다. 그리고 점점 그들은 일어서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가까이 눈을 돌리면 우리가 보인다. 같은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지만 이 곳에서도 그런 불평등이 보이고 있다.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이들에 대한 우리 모습이 마치 인종을 가르는 그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다른 점은 우리 정부에겐 아직까지도 어떤 각성과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는 점. 우린 그저 언젠가 넬슨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 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 걸까. 적어도 경영에 익숙해 국민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이번엔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부의 거짓말이었음을, 새까만 거짓말이었음을 깨달은 지금에도 우린 또 바라야 하는 걸까. 책을 덮으며 보이는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 이 책은 영화로 제작되었고 3월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 될 예정이다. 영화는 책과 다르게 또 어떤 감동을 가져다 줄지 기대 해 볼만 하다. 책을 읽은 후 아직 개봉되지 않은 영화의 스틸컷을 보며 줄거리를 상상해 보는 것도 꽤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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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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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바람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아. 저건 꼭 해 봤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면 멈칫 하게 마는 것들. 나는 책읽기에도 몇몇의 그런 책들을 가지고 있다. <율리시스>가 그렇고 대부분의 러시아 문학이 그렇다. <죄와 벌>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면서도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을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 것, 그러면서 언젠가 꼭 다시 읽고 싶은 것. <안나 카레니나>를 완역으로 한 번 읽어보겠다고 몇년 전부터 다짐만 하고 있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핑계는 늘 단순했다. '흠, 여긴 출판사가 마음에 안 들어. 여긴 번역자가 별로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소한 정보를 가지고 혼자 이렇게 핑계를 대며 멀리한 것이 벌써 몇 년. 그러다 정말 읽지 않을 수 없는 <안나 카레니나>가 찾아왔다. 더 이상은 핑계도 댈 수 없다. 모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보다는 좀 더 색다른 전집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했던 것인지 흥미로운 콜렉션을 지닌 이 전집의 1,2,3권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나 같은 독자들을 확실히 파악한 것이 아닐까 하는 놀라움마저 들 정도였으니 이젠 읽어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 톨스토이가 가지고 있는 명성과 달리 난 톨스토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톨스토이를 조금 제대로 만난 것은 예전 텔레비전의 전 국민 책 읽기라는 취지로 시작된 모 프로그램에서 톨스토이 단편선을 소개했고 그 바람을 타고 톨스토이의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될 때였기 때문이다. 그 단편집에서 만난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종교적 색채가 강했고 어린시절부터 누군가 강요하는 듯한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성향에 굉장한 반감을 가졌던 나는 자연스레 그의 글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명성은 괜히 온 것이 아니라서 그의 작품들을 만나고 싶고 특히 예술작품이라고까지 칭해지는 <안나 카레니나>는 더욱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지금 톨스토이에게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인정.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그 시대와 작가가 주장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고 사회소설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 아프고 강렬하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작품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의 제목이자 이야기의 한 축인 '안나 카레니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시대적 희생양이자 사랑을 위해 자신을 불태울 줄 알았던 열정의 화신이기도 하다.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을 영유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만 현대의 시선에서 그녀의 선택은 결코 비난할 수만은 없다. 사랑에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그것은 보편적인 사람의 마음이 아니던가. 그리고 안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사랑과 관념은 그 시대의 러시아를 모두 보여주기에도 충분하다. 특히 레빈의 사고와 관념은 톨스토이의 그것을 옮겨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기에 이 책은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역할 역시 충분히 하고 있다.

    '가장 위대한' 이런 수식어가 어울리는 책은 흔치 않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이후 이 책에 쏟아진 그런 찬사들은 과언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할 법하다.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세세하게 놓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 러시아에서 벌어진 시대적 특수성을 그 보편성과 적절하게 섞어 놓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길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잘 된 번역까지 어우러진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한 권을 만나는 재미는 상상 이상의 무엇이 있다. 자, 이제 또 다른 이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와 함께 그것들을 느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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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의 여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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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켜는 것조차 무서워질 때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도시 한 복판에서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 눈을 감아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탁 트인 광장의 벤치에 누워 본 적이 있는가. 셋 중 하나에 Yes라고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면 끝도 없이 길어질 얘기들이 나올 수 있지만 책의 마지막에 나오듯 "희망"을 품기엔 귀가 솔깃해 질만한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소위 운발이라고 말하는 것이 미치도록 좋은 한 여자가 있다. 물론 이 여자 앞에 놓인 현실은 캄캄하다. 집도 날아가게 생겼고 남편도 없어졌고 아이는 말을 하지 않고. 하지만 말하지 않았는가. 이 여자는 운발이 미치도록 좋다고. 그렇다면 캄캄한 현실도 잠시. 모든 것은 해결이 된다. '왜', '어떻게'의 설명 따윈 필요없다. 언젠가 외국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한국말 중 가장 편리한 말은 "그냥."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이 여자도 그렇다. 왜, 어떻게? 이렇게 묻는다면 정말 그냥. 이라고 할 말 밖에 없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물론 그 과정엔 여자의 노력과 쌓아온 내공 덕이 있었지만 그 정도 운이 굴러 들어오는데 그 정도 노력도 못한다면 사기꾼 심보지. 암.

     그렇게 뭔가 우연적으로 해결 된다는 것으로 본다면 굉장히 단조롭고 새로울 것 없는 소설일 듯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소설로 따끔하게 꼬집는다는 것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나날이 높아지는 땅 값. 서민들에게 서울 하늘 아래,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것은 점점 더 꿈과 같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부를 늘려가고 있고 없는 사람들은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점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다행, 돈은 모으지만 집 평수는 점점 줄어든다. 아, 어쩌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제 막 사회로 뛰어 든 88만원 세대에게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평생 일 해도 내 집을 장만할 수는 있을지 답답하다. 그런 우리의 모습들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물론 책 속 인물들은 운 좋게 집을 떡하니 장만하게 되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 새로운 주제. 그런 것들이 보여지는 문학들은 반갑다. 작가의 필력이 우수하다면 더 말할 것은 없다. 지나친 '우연'의 연속, 그것이 다소 배아프고 약오르긴 했지만 (나에겐 그런 우연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희망을 갖을 수 있었다. 하긴, 그것이 우리가 문학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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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든파티 - 영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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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평생 영문학엔 적응하지 못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전공할 때도 내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단조로운 문체들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하고 있는 내 행동들이 가증스러웠고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다. 졸업 후에 다시 한 번 책과 가까워 지던 순간에도 영미문학은 기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것이 내게로 왔다. 참 감상적인 말 같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난 영국행 비행기에 앉아있었고 그들의 삶과 역사를 보며 난 영국 문학에 더 매혹되었다. 청개구리 심보가 다시 드러난 것처럼 뒤늦게 영문학에 대한 눈이 트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디킨즈를 만났던 런던, 조이스를 만났던 더블린이 눈 앞에 생생히 살아났다.  

     19세기의 디킨즈부터 20세기의 레씽까지, 1세기의 영국을 아우르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이미 절판되었거나 찾아보기 힘든 단편들을 수준있는 번역으로 엮어냈다는 것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고마웠다. 디킨즈의 '신호수'로 문을 여는 책은 "역시 디킨즈"라는 찬사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인물을 내세운 것은 디킨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또 다른 감성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수확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표작을 내세워 독자를 겁먹게 했던 작가인 하디나 조이스의 또 다른 매력인 단편을 만나게 해 주었다는 점인데 특히 조이스 같은 경우는 번번히 날 좌절하게 했던 '율리시스'로 진정 다가가기 힘든 그대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정말 색다른 만남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부터는 영국의 여성문학의 시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자기만의 방>등의 그녀의 대표작에서 엿볼 수 있던 다소 날카로운 지성인의 소설에서 벗어나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글쓰기가 돋보인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큐가든'에 묘사 된 잠자리, 달팽이 등이 상징하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한 때는 거부했던 그들의 단조로운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상과 다른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징 속에 자신들의 과거까지 모두 담아내는 그들 문학의 센스, 이것들은 알면 알 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더블린의 Writer`s museum을 다시 걷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중 하나, 단편의 끝에 그 작가의 글을 더 깊게 읽고 싶다면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들에 대한 팁이 담겨있다. 자신들의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 아니라도 독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 이 작은 배려에도 감동 받았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온전히 만족시키는 순간, 바로 그런 순간이었고 그런 순간이었기에 이 책은 내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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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 영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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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평생 영문학엔 적응하지 못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전공할 때도 내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단조로운 문체들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하고 있는 내 행동들이 가증스러웠고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다. 졸업 후에 다시 한 번 책과 가까워 지던 순간에도 영미문학은 기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것이 내게로 왔다. 참 감상적인 말 같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난 영국행 비행기에 앉아있었고 그들의 삶과 역사를 보며 난 영국 문학에 더 매혹되었다. 청개구리 심보가 다시 드러난 것처럼 뒤늦게 영문학에 대한 눈이 트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디킨즈를 만났던 런던, 조이스를 만났던 더블린이 눈 앞에 생생히 살아났다.  

     19세기의 디킨즈부터 20세기의 레씽까지, 1세기의 영국을 아우르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이미 절판되었거나 찾아보기 힘든 단편들을 수준있는 번역으로 엮어냈다는 것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고마웠다. 디킨즈의 '신호수'로 문을 여는 책은 "역시 디킨즈"라는 찬사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인물을 내세운 것은 디킨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또 다른 감성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수확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대표작을 내세워 독자를 겁먹게 했던 작가인 하디나 조이스의 또 다른 매력인 단편을 만나게 해 주었다는 점인데 특히 조이스 같은 경우는 번번히 날 좌절하게 했던 '율리시스'로 진정 다가가기 힘든 그대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정말 색다른 만남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부터는 영국의 여성문학의 시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자기만의 방>등의 그녀의 대표작에서 엿볼 수 있던 다소 날카로운 지성인의 소설에서 벗어나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글쓰기가 돋보인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큐가든'에 묘사 된 잠자리, 달팽이 등이 상징하는 것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한 때는 거부했던 그들의 단조로운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상과 다른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징 속에 자신들의 과거까지 모두 담아내는 그들 문학의 센스, 이것들은 알면 알 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그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더블린의 Writer`s museum을 다시 걷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중 하나, 단편의 끝에 그 작가의 글을 더 깊게 읽고 싶다면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들에 대한 팁이 담겨있다. 자신들의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 아니라도 독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 이 작은 배려에도 감동 받았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온전히 만족시키는 순간, 바로 그런 순간이었고 그런 순간이었기에 이 책은 내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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